고용 둔화 신호?…정부, 민간 주도 아닌 직접일자리 확대 선회

기사등록 2023/03/09 06:05:00 최종수정 2023/03/09 08:14:47

직접일자리 전년대비 1.4만명 확대…104.4만명

"상반기 경기 부진 심각…정부 적극역할 필요"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22 하반기 글로벌 일자리 대전'에서 구직자들이 채용공고 게시판을 보고 있다. 2022.11.10. ks@newsis.com

[세종=뉴시스]임하은 기자 = 정부가 올해 직접일자리 사업을 전년보다 1만4000명 확대한다. 출범 당시 민간 주도 일자리 창출을 기조로 내세웠던 윤석열 정부가 결국 직접일자리 확대로 선회해 고용 둔화를 완화하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는 고용 문제를 단기간 민간 주도로 해결할 수만은 없다는 걸 정부가 자인한 셈이라고 지적한다.

9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경기·고용둔화 여건을 고려해 올해 일자리 예산 14조9000억원의 70% 이상을 상반기 집행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직접일자리 확대를 언급했다.

추 부총리는 "취약계층의 생활 안정을 위한 직접일자리 사업은 전년보다 1만4000명을 확대한 총 104만4000명을 채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연초 일자리 소득이 필요한 분들을 신속히 지원하기 위해 2월 말까지 작년보다 높은 수준인 82만8000명 채용을 완료했다"며 "1분기에 전체 계획 인원인 88.6%인 92만4000명 이상 채용을 목표로 최대한 신속히 집행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직접일자리 확대는 정부의 '민간 주도 성장'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앞서 정부는 질 낮은 직접일자리 사업 규모를 줄이고 민간에서 고용을 활성화해 양질의 일자리를 육성하겠다고 일관되게 발표해왔다.

추 부총리도 지난해 5월 인사청문회에서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을 두고 대부분 노인 일자리나 질 낮은 단기 일자리가 많다고 비판한 바 있다.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후보자가 지난해 5월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잠시 얼굴을 만지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5.02. photo@newsis.com

당시 추 부총리는 문 대통령이 대담에서 5년간 고용이 크게 늘었다고 한 발언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외형상 숫자가 늘어 고용이 늘었다는 발언 자체는 맞을 수 있는데, 그 안에 질적인 측면을 보셨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늘어난 일자리 대부분은 정부 주도의 직접일자리이고, 노인 일자리, 질 낮은 단기 일자리가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경기가 빠른 속도로 위축되고 고용이 큰 폭으로 둔화할 것으로 전망되자 정부가 직접일자리로 고용시장을 지탱해야 한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고용시장의 전망은 우울하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81만6000명 증가했던 취업자 수가 올해 10만명 늘어나는 데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작년보다 취업자가 87.7% 줄면서 고용 한파에 접어든다는 것이다.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취업자 수가 각각 9만명, 8만명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고용둔화는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이 지난달 15일 발표한 1월 고용동향 따르면 1월 취업자 수는 전년보다 1.5%(41만1000명) 늘어난 2736만3000명으로, 8개월 연속 증가 폭이 둔화하는 모습이다. 증가한 41만1000명 중 고령층 일자리가 97.3%나 차지했다.

여기에 정부가 추진했던 민간 채용시장 문도 좁아질 전망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매출액 500대 기업 중 상반기 신규 채용 계획을 세운 기업은 45.2%에 머물렀다. 대기업의 절반 이상인 54.8%는 채용 계획이 없거나(15.1%) 아직 세우지 못한 것(39.7%)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시기에 신규채용 계획이 없다고 답한 기업이 7.9%였는데, 1년 사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전문가는 경기가 부진한 가운데 복지정책의 일환으로 직접일자리 창출이 불가피한 상황이며, 정부가 직접일자리 예산을 삭감한 후 방향을 선회한 데 대한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봤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그동안 직접일자리에 대해 이념적으로 비판하면서 예산을 많이 삭감했는데, 이제는 단기간에 (민간주도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자인한 셈"이라며 "경제운영 기조의 변화에 대한 설명이 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1% 성장에 대한 일자리 순증이 10만개 정도다. 올해 성장률 전망에 따라 일자리는 15만~16만개 늘어나야 맞는데, 올해 전망은 이를 훨씬 하회한다"며 "상반기만 해도 내수가 둔화하는 등 올해 경기가 너무 안 좋기 때문에 정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노인일자리를 만드는 일종의 복지정책인 직접일자리를 불가피하게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서울 송파구 문정역 인근 문정컬쳐밸리 선큰광장에서 열린 2022 송파구 일자리 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취업게시판을 보고 있다. 2022.10.19. kkssmm99@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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