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차여야 구입·유지비 경비 처리 가능
회삿돈으로 고급차 산 뒤 사적 이용
정부, 법인차에 전용번호판 부착 방침
하지만 일부에선 기업 오너들의 슈퍼카 법인 명의 이용을 뿌리채 뽑지는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8일 업계에 따르면 200억원대 횡령과 배임 혐의를 받는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 회장은 회삿돈으로 수억 원대 슈퍼카를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7일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구속영장에는 조 회장이 포르세 타이칸과 페라리 488 피스타 등 고급 승용차를 사기 위해 10억원이 넘는 법인 자금을 사용한 사실이 적시됐다.
조 회장이 구입한 포르세 타이칸은 포르쉐의 첫번째 순수 전기차다. 일반 타이칸과 타이칸 4S, 타이칸 터보, 타이칸 터보 S 등 4개 모델이 출시됐고, 가장 비싼 모델은 가격이 2억원을 훨씬 넘는다. 이탈리아 고급 스포츠카 브랜드 페라리의 고성능 모델 중 하나인 488 피스타는 타이칸보다도 2배 이상 비싼 5억원 정도로 알려졌다.
2011년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가 집행유예로 풀려난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도 당시 슈퍼카를 법인 명의로 리스해 자녀 통학용으로 사용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2019년 횡령 혐의로 구속된 전인장 삼양식품 회장도 회삿돈 50억원을 빼돌려 고급 승용차 리스와 개인 주택 수리비 등으로 사용했다.
철강 업계에서도 지난해 말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회사 차량을 사적으로 사용했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최 회장은 공식 관용차 외에 회사로부터 고급 승용차를 한 대 더 제공받았고, 이를 가족과 함께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은 지난 2015년 수백억 원 대 횡령과 해외 상습 도박 혐의 외에 철강대리점 업주로부터 5억원 상당의 골프 회원권과 고급 외제 승용차를 받아 물의를 빚기도 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팔린 1억원 이상 고급차 10대 중 8대는 법인 명의로 등록된 차량이다. 법인 명의로 구입하면 차량 구입비와 유지비를 훨씬 아낄 수 있고, 세금 혜택까지 가능하다. 이 때문에 기업 소유주나 고위 경영진이 회사 명의로 최고급 차량을 구입한 뒤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행태는 아직까지 줄어들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이를 막기 위해 정부는 7월부터 법인이 구입하는 차량에는 녹색 계통의 전용 번호판을 달게 할 계획이다. 법인 차량은 구입 목적에 맞는 용도로만 사용하도록 번호판을 차별화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기존 법인차량도 앞으로는 전용 번호판을 붙여야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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