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 1호기업도 희망퇴직… K바이오 "이젠 생존모드"

기사등록 2023/03/06 16:34:14

고물가·고금리 등 악화된 시장 상황에 비상경영

희망퇴직 등으로 인력 줄이고 파이프라인 줄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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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황재희 기자 = 고물가·고금리·고환율 여파가 지속되고 투자가 급속도로 얼어붙으면서 국내 바이오기업의 ‘살아남기’ 전략이 이어지고 있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바이오 기업들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 희망퇴직·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 축소 등을 실시하며 그야말로 ‘버티기’에 돌입했다.

최근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개발 기업인 에이프로젠은 전 직원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신청을 받았다. 환경이 급변하면서 사정이 어려워지자 선택과 집중으로 경영 효율화에 나선 것이다.
 
에이프로젠은 바이오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 기업 1호로 주목받았다. 이후 지난해 상장 계열사인 에이프로젠메디신과의 흡수 합병으로 재무구조 개선에 나섰으나, 연구개발(R&D) 비용 증가 등으로 영업 손실이 증가했다. 2021년에는 946억원의 영업 손실을, 지난해에는 더 불어난 1196억원의 영엽 손실을 기록했다.

앞서 코로나19로 크게 성장하며 2020년 매출 1조원을 기록한 진단기업 씨젠도 인력 축소를 단행한 바 있다. 지난해 1분기 기준 직원 수는 1187명이었으나, 3분기에는 1053명으로 줄었다. R&D(연구개발) 인력도 같은 기간 68명이 빠졌다.

인력 감축에 이어 파이프라인 줄이기에 나선 기업도 다수다.

마이크로바이옴 개발 기업 지놈앤컴퍼니는 작년 12월 면역항암제로 개발 중인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신약후보물질 ‘GEN-001’ 일부 임상을 종료키로 했다. 고형암 대상으로 하는 임상은 중도 포기하고 위암과 담도암 대상 임상만 지속키로 했다.
 
앞서 항암제 개발 기업 메드팩토도 개발 중인 ‘백토서팁’의 임상 일부를 중단했으며, 방사선 치료제를 개발하는 퓨쳐켐도 알츠하이머·파킨슨병 임상은 잠정 보류하고 주력 파이프라인인 전립선암 개발에만 집중키로 했다.

면역세포치료제 전문기업 바이젠셀은 교모세포종 치료제 임상시험을 중단키로 했다. 지난달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상 1상 승인신청을 자진 취하했다. 대신 고형암을 치료하기 위한 CAR-T(키메라항원수용체-T) 치료제 개발에 집중한다.

경영전문가 등을 대표로 변경해 탈출구를 마련하는 기업도 있다.
 
코로나19 진단키트 개발 기업 미코바이오메드는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역임한 이성규 부사장을 대표로 선임키로 했다. 코로나19가 발발한 2020년 영업이익(34억원)을 흑자전환하며 승승장구 했으나 지난해에는 259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하며 상황이 반전됐기 때문이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바이오기업 자금줄인 벤처케피탈(VC)이 바이오와 의료 분야에 새롭게 투자한 규모는 1조1058억원으로, 2021년 1조6770억원과 비교하면 34%가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특히 코로나19 특수를 경험했던 진단기업 등을 중심으로 어떤 식으로든 인력 감축 등이 이어지고 있다”며 “상황이 어려운 만큼 비용감축을 하지 않는 곳이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바이오협회 이승규 부회장은 “글로벌 기업 화이자도 대규모 인력감축 등에 나서는 등 지금 전세계적으로 바이오 기업들은 구조조정·비용축소 등 위기관리를 진행하고 있다”며 “국내 기업들 역시 몸집을 줄이거나 파이프라인을 축소해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이어 “주력 파이프라인에 개발하는 부분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겠으나, 기업들이 자금조달 문제로 글로벌 임상에서 영향을 받는 등의 부분은 우려할 만하다”며 “올해 하반기에는 지금보다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적응력을 기르고 잘 버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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