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 산불 1년…최장기 산불에 회복도 최장기 [더블P]

기사등록 2023/03/04 06:00:00 최종수정 2023/03/04 08:44:47

213시간 43분…'역대 가장 오래 지속된 산불'

피해 면적 약 2만 923ha

이재민 대부분 아직 임시조립주택 거주

[울진=뉴시스] 백동현 기자 = 지난 2일 경북 울진군 신화2리 야산에 벌채작업을 마친 타버린 소나무 뒤로 마을이 보인다. 2023.03.04. livertrent@newsis.com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1년 전 2022년 3월 4일. 경상북도 울진군 북면 두천리 일대 야산에서 원인 모를 불이 났다. 극심했던 겨울 가뭄과 강풍으로 산불은 급속히 확산했고, 경북 울진과 강원 삼척까지 이어지는 동해안 산림을 덮친 화마는 213시간 43분(약 9일) 동안 이어졌다. 이는 산림청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1986년 이후 '가장 오래 지속된 산불'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울진=뉴시스] 백동현 기자 = 지난 2일 경북 울진군 일대에서 벌채작업이 진행 중이다. 2023.03.04. livertrent@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피해 추정 면적은 2만 923ha. 2000년 동해안 산불(2만 3794ha)에 이어 역대 두 번째를 기록했고, 주택 319채가 소실되었으며 337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그중 가장 많은 피해를 입었던 북면 신화2리를 지난 2일 찾았다.

[울진=뉴시스] 백동현 기자 = 지난해 3월 7일과 1년 후인 지난 2일 경북 울진군 신화2리 모습. 2023.03.04. livertrent@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다시 찾은 신화2리는 많이 변한 모습이었다. 피해 주택이 있던 자리는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고, 까맣게 타버렸던 뒷산은 발가벗은 채로 마을을 둘러싸고 있었다. 밭이 있던 자리는 대부분 임시조립주택이 들어서 있었다. 실제로 동회관 바로 앞에 있던 밭을 가꾸던 김분남 할머니는 임시주택이 들어선 이후 더 이상 농사를 짓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나이도 있고 몸도 성치 않아서, 이렇게 된 마당에 농사는 이제 못하지." 체념하듯 말씀하시던 할머니 뒤로 옛 집터가 보였다. "여기가 우리 집이었어. 아들하고 같이 살았는데 지금은 따로 살아. 저게(임시조립주택) 너무 좁아서 불편해."

[울진=뉴시스] 백동현 기자 = 지난 2일 경북 울진군 신화2리에서 김분남 할머니가 화마로 잃은 옛 집터를 살펴보고 있다. 2023.03.04. livertrent@newsis.com
[울진=뉴시스] 백동현 기자 = 지난 2일 경북 울진군 신화2리에서 김분남 할머니가 화마로 잃은 옛 집터를 살펴보고 있다. 2023.03.04. livertrent@newsis.com

[울진=뉴시스] 백동현 기자 = 지난 2일 경북 울진군 신화2리에 마련된 임시조립주택. 2023.03.04. livertrent@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울진군청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산불로 발생한 이재민은 총 181가구다. 이 중 14가구(주택 복귀 13가구, 사망 1가구)를 제외한 167가구가 여전히 임시조립주택에서 생활하고 있다. 더딘 복구 작업에 더해 대부분 노인 1인 가구로 구성된 가구 구성 특성상 주택 복귀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고 있다.

소곡리 임시조립주택에 거주하고 계신 남상억 할아버지는 주택 복구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계신다. 옛 집터와 약 1km 이상 떨어진 곳에 계신 탓에 복구 작업을 지켜보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고 말씀하신다. "내 몸이 불편해서 못 가보고 있어요. 가족들이 가끔 와서 같이 가보는 게 전부인데, 언제 끝날지 언제 들어갈 수 있을지도 몰라요.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말만 듣고 기다리고 있어요."

[울진=뉴시스] 백동현 기자 = 지난 2일 경북 울진군 소곡리에 마련된 임시주택에서 남상억 할아버지가 휴식을 취하고 있다. 2023.03.04. livertrent@newsis.com
[울진=뉴시스] 백동현 기자 = 지난 2일 경북 울진군 소곡리에 마련된 임시주택에서 남상억 할아버지가 외출을 준비하고 있다. 2023.03.04. livertrent@newsis.com
[울진=뉴시스] 백동현 기자 = 지난 2일 경북 울진군 소곡리에 마련된 임시주택에서 남상억 할아버지가 휴식을 취하고 있다. 2023.03.04. livertrent@newsis.com
1년 만에 다시 찾은 울진에 화마의 흔적은 여전했다. 차를 타고 이동하는 내내 민둥산을 볼 수 있고, 산 구석구석에 쌓인 벌채목은 산줄기를 막은 듯한 답답함을 줬다. 하지만 그 안에 분명 희망이 보였다. 묵묵히 밭을 정리하고 있는 어르신의 뒷모습에서, 다 타버린 소나무 옆에 심어진 아기 소나무에서. 느리지만 차근차근 울진은 제 모습을 되찾아 갈 것이다.

[울진=뉴시스] 백동현 기자 = 지난 2일 경북 울진군 신화2리에서 한 주민이 밭을 정리하고 있다. 2023.03.04. livertrent@newsis.com
[울진=뉴시스] 백동현 기자 = 지난 2일 경북 울진군 신화2리에 타버린 소나무 기둥 옆으로 아기 소나무가 심어져 있다. 2023.03.04. livertrent@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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