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뒤에 쓴 유서'(민음사)는 소설가 민병훈이 가족 상실 모티브를 중심으로 쓴 자전적 소설이다. 학창시절 자살한 아버지 기억에서 자유롭지 못한 '나'는 그 시절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채 소설가가 된다. 글 쓰는 삶을 후회하지 않지만, 좀처럼 본인 소설에 만족하지 못한다. 지금까지 쓴 모든 글에 그 시절이 자리하고 있지만 어떤 글도 그 시절을 관통하지 못한다고 느낀다.
작가는 담담한 문체로 상실과 회복이 반복되는 삶을 살아내는 인간의 솔직한 내면을 그려냈다. 기억하는 행위와 쓰는 행위를 통해 작품의 집필 의도와 실제로 쓰이는 글 사이에서 벌어지는 의식과 무의식의 작용을 느낄 수 있다.
일본 작가 나카야마 가호의 장편소설 '흰 장미의 심연까지'(은행나무)는 사랑의 환희와 쓰라림을 다뤘다. 평범한 삶을 살아온 스물아홉 살의 여자 '도쿠코'는 치명적 매력을 가진 연하의 여성 '루이'와 달콤하지만 파멸적인 사랑에 빠져든다.
루이는 파격적인 내용의 첫 책으로 한 평론가의 극찬을 받은 무명 소설가로, 질투와 애착이 극심해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 같은 사람이다. 세상에서 가장 제멋대로지만 고양이처럼 거부할 수 없는 마력으로 다가오는 루이에게 도쿠코는 완전히 매료된다.
그렇게 시작된 두 사람의 연애는 뜨겁고 아슬아슬하다. 가장 열렬한 감정과 가장 밑바닥의 감정을 동시에 경험한다. 사회 제도나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기보다 행복도 불행도 오직 서로에 의해서만 비롯되길 갈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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