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셀프 손해사정 손본다…보험금 지급 늘어날까

기사등록 2023/02/28 15:22:43

금융당국, 손해사정 자회사에 업무 위탁 '50%' 이내로 제한

[서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설 명절을 일주일 앞둔 16일 서울 강남구 한국은행 강남본부에서 현금운송 관계자들이 시중은행에 공급될 설 자금 방출 작업을 하고 있다. 1000장씩 묶인 5만원권과 1만원권 등의 지폐들은 각 지역으로 옮겨진다. 2023.01.16.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 = 앞으로 보험소비자들이 보험사와 이해관계가 없는 독립손해사정사를 더 쉽게 선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보험사의 손해사정 자회사에 대한 편중을 제한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다만 보험소비자들이 적정 수준보다 적은 보험금을 수령할 가능성을 더 줄이기 위해선, 손해사정 성과지표에서 없앤 보험금 삭감 관련 조항에 대한 관리·감독 역시 더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2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손해보험협회는 최근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과 협의를 통해 대형 보험사들이 자회사 손해사정법인에 업무를 맡기는 '비중'을 50%로 제한하는 '손해사정 업무위탁 및 손해사정사 선임 등에 관한 모범규준' 개정안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각 보험사에 안내했다.

개정안은 '보험회사의 손해사정 업무위탁' 관련 조항이 변경됐다. 이에 앞으로 보험사가 손해사정 관련 업무를 자회사인 손해사정업자에게 위탁하는 범위가 '직전년도 손해사정 위탁 건수의 50% 수준'으로 권고된다. 만약 이 비율을 초과해 위탁한다면 '선정기준'과 '선정 결과' 등을 연 1회 이사회에 보고하고 공시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지난 2021년 이같은 내용을 담은 손해사정 제도 개선을 예고했다. 하지만 국회에서 관련법 개정이 늦어지자 보험업계와 자체적인 정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또 금융위원회는 최근 소비자의 피해를 야기하거나 건전성에 영향을 미치는 보험사와 손해사정과 관련된 불공정 행위에 대해 과태료 부과를 규정하는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는 보험사들이 손해사정 자회사를 통해 '셀프 손해사정'을 하고 보험금 지급 규모를 축소한다는 비판에서 비롯됐다.

'손해사정'은 보험금 지급 과정의 첫 단계로 사고 발생 시 원인과 책임관계를 조사, 적정 보험금을 사정·산출하는 업무다. 일반적으로 보험금 지급 결정은 서류심사만으로 대부분 이뤄지지만 손해액에 대한 전문적 판단이 필요한 경우 보험사는 손해사정을 실시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일부 보험사가 손해사정의 상당부분을 자회사에 위탁하고 있으며 법령으로 보장된 소비자의 독립손해사정사 선임권도 활용이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전체 위탁의 75%가 자회사에 이뤄졌고, 일부 보험사의 경우 100% 자회사 위탁으로 운영됐다. 손해사정사는 선임주체·수행방식에 따라 보험사에 의한 '고용·위탁손해사정사'(자회사·比자회사)와 '독립손해사정사'로 구분된다. 독립손해사정사는 보험계약자, 피보험자 등이 직접 선임한다.

예컨대 삼성화재가 사고접수를 받아 자회사인 삼성화재서비스손해사정·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에 손해사정을 맡기고, 현대해상이 현대하이카손해사정에 손해사정을 맡기는 등의 비율이 10건 중 8건에 육박한다는 의미다. 보험업법 제189조는 '자기손해사정에 대한 금지의 원칙'을 규정을 하고 있다. 하지만 보험업법 시행령 제99조는 보험사가 손해사정업을 하는 자회사를 두고 위탁하는 형태를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특히 황운하 민주당 의원실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삼성화재와 DB손보는 손해사정 자회사들이 보험금 지급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화재는 지난해 애니카손해사정에 '보험금 지급 여부 심사 및 결정' 업무를 위임했다. DB손보도 DB자동차보험손해사정과 같은 계약을 했다. 보험업법 제188조 '손해사정사 등의 업무'에 따르면 손해사정사는 보험금의 지급 여부까지 결정할 수 없다. 다만 금융당국은 보험금 규모가 작거나 과실 비율이 명백할 경우 보험금 지급 결정에 대한 권한을 준다는 예외적 규정을 두고 있다.

통상 손해사정은 보험사고에 따른 ▲손해규모·범위를 판단하는 절차로 손해발생 사실 확인 ▲손해액 및 보험금 산정 ▲손해사정서 작성 ▲보험사에 대한 의견 진술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즉 손해사정사는 '보험 보상금 지급 심사' 위주의 업무만 가능하다.

이에 황운하 의원은 "보험사가 자회사로 거느린 손해사정법인에서 보험금 삭감을 유도하고 이를 성과지표로 사용하는 등의 행위를 해도 현실적으로 막을 수가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지난해 5월 보험사가 보험금 삭감을 유도하는 항목을 내부고용, 위탁 손해사정사의 성과지표로 사용하는 행위를 금지시켰다. 특히 보험금의 삭감규모·비율, 손해율 등과 관련한 고정된 목표비율을 제시하면서 목표 달성도를 급여, 위탁수수료, 위탁물량 등에 반영하는 행위를 엄격히 제한했다.

다만 한 비지주사 계열 위탁손해사정법인의 손해사정사는 "정부의 조치가 있었다고 하지만 해당 보험사에 일을 또 따내야 하는 위탁법인 입장에선 보험금을 축소토록 하는 보험사의 압박을 마냥 외면할 수는 없다"며 "보상 직원이 보험금을 최대한 줄이려 하기 때문에 이들에 맞서 피보험자들의 적정 보험금을 충분히 주장하기도 쉽지 않을 때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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