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인플레에 '헉헉'…삼성전자, 원재료비만 110조

기사등록 2023/02/28 06:50:00 최종수정 2023/02/28 06:56:48

역대 최고 수준…2년 새 30조원 폭증세

LG이노텍 전년 대비 38.7% 급증한 14.8조

[평택=뉴시스] 전신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했다. 사진은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차세대 GAA(Gate-All-Around) 기반 세계 최초 3나노 반도체 시제품에 사인한 모습. 2022.05.20. photo1006@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인준 기자 = 삼성전자의 지난해 원재료 구입비가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을 돌파하는 등 국제 인플레이션이 불러온 원자재 가격 상승이 기업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27일 전자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원재료 등의 사용액 및 상품 매입액 등'은 112조5919억원으로, 사상 처음 100조원을 넘겼다. 이는 ▲2019년 83조4436억원 ▲2020년 81조7921억원 등 80조원 수준에서 지난 2021년 95조6254억원으로 늘었고, 지난해는 전년보다 15.1% 증가했다.

LG이노텍도 지난해 원재료 매입에 14조7777억원을 사용해, 전년 10조6515억원보다 27.9% 늘었다.

원재료 구입비가 이렇게 늘어난 이유는 지난해 상반기 호실적으로 원재료 매입량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자재 구매 단가가 큰 폭 상승세를 나타내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웨이퍼(원판)의 가격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최근 3년간 상승세를 지속해왔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반도체 업황이 둔화하자 최근 들어 현물 가격이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첨단 공정에 사용하는 12인치 웨이퍼의 경우 여전히 가격 흐름이 안정적이다. 또 반도체 시장에서 원자재는 주로 장기 계약을 맺고 거래하기 때문에 시장 가격이 하락한다고 해도 즉각 비용에 반영되진 않는다. 추가 재협상까지 시일이 오래 걸릴 수도 있다.

이에 전자부품 가격도 상승세도 컸다. 웨이퍼는 반도체 제작의 핵심 소재다. 대부분 기판 소재로 사용돼 그 위에 반도체 칩을 생산한다. 컴퓨터, 통신제품, 소비가전제품 등 사실상 모든 전자제품에 필수적인 요소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스마트폰에서 두뇌 역할을 하는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전년 대비 80% 올랐다. LG이노텍의 경우 지난해 3분기 전장부품에 들어가는 IC(집적회로)의 평균 가격이 전년 대비 42.2%, 이미지 센서의 가격은 29.5% 증가했다.

전자 업계는 원자재 구입비 부담 증가에 대응해 공급망 다변화, 기술 국산화 등을 통해 대응에 나선다.

반도체용 희귀가스가 대표적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에서 주로 수입하던 네온 가스(품목코드 2804292000)는 지난 2021년 1월 평균 t당 수입단가가 13억2000만 달러 수준이었으나, 불과 1년6개월 만인 지난해 7월 수입 단가가 톤당 6300억5000달러로 477.3배 뛰었다. 전쟁으로 수입 통로가 막히자 중국산으로 대체하는 과정에서 가격이 폭등한 탓이다.

하지만 국내 반도체 업계는 이에 고순도 네온 가스 국산화에 나섰고 그 결과 네온 가격은 빠르게 안정되며, 올해 1월 현재 톤당 12억9000만 달러까지 하락했다. 2년 전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다.

업계는 또 일본이 독점해온 반도체용 초순수 기술도 국산화하는 데 힘을 모으고 있다. 초순수는 물 분자를 이루는 수소·산소 외에 무기질, 미립자, 박테리아, 미생물 등 모든 물질을 제거한 물로, 반도체·제약·디스플레이 등 특수한 산업 현장에서 많이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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