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 수출액 2010년 188만불에서 17배 성장
2017년 샤인머스캣 첫 수출 후 본격 날개짓
FTA 이후 포도 농가 큰 위기…수출로 돌파구
재배면적·생산량 폭증에 상품성 저하로 고비
고품질·신품종 해외 프리미엄 과일 시장 도전
정부, 연구개발로 품질 향상·수출 지원 확대
한국이 첫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지 올해로 20년째를 맞았다. 지난 2003년 2월 한국-칠레 FTA 체결 이후 한국은 그 동안 전 세계 59개국과 21건의 FTA를 맺었다. 첫 FTA 체결 당시만 해도 농업은 큰 피해가 예상됐다. 값싸고 다양한 수입 농산물이 물밀 듯이 쏟아지면 국산 농산물이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란 우려가 컸다. 20년이 지난 지금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농식품 업계의 자생 노력으로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우수한 상품성을 바탕으로 한 신품종 개발과 신성장 동력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한류를 활용한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수출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FTA 확대가 우리 농업과 농촌, 농민에게 일으키고 있는 변화의 바람을 총 10회에 걸쳐 살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세종=뉴시스] 오종택 기자 = 국내 포도 농가는 정부가 2004년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시작으로 세계 각국과 FTA 체결을 확대하면서 큰 위기를 겪었다. 주요 포도 생산국인 칠레와 페루, 미국 등에서 생산된 신선한 포도가 낮은 관세를 적용, 물밀듯 들어오면 국산 포도는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란 우려가 컸다.
실제로 FTA 체결 이후 포도 수입이 증가했고, 국내 포도 재배면적은 크게 줄었다. 이 과정에서 경쟁력 낮은 농가는 폐원했지만 살아남은 농가는 정부 지원에 힘입어 프리미엄 포도 생산과 수출에 눈을 돌려 신시장 개척에 나섰다.
샤인머스캣으로 대표되는 국산 포도는 동남아 시장을 중심으로 빠르게 프리미엄 과일 시장에 자리 잡았다. 그 결과 2010년과 비교해 수출 물량은 4.3배 늘었고, 같은 기간 수출액은 무려 17배나 커졌다.
◆FTA로 위기 맞은 포도 산업…샤인머스캣 등장 이후 수출 급성장
불과 7~8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 포도 산업의 미래는 밝지 않았다. FTA 확대로 맛도 좋고 씨가 없어 먹기도 편한 수입산 포도가 국민들 입맛을 사로잡으며 국내 포도 생산량과 재배면적이 급격히 줄었다.
휘청이는 국내 포도 산업을 위기에서 구해낸 것이 샤인머스캣이다. 지금이야 포도하면 떠오르는 대표 품종이지만 국내에서 샤인머스캣을 재배할 초창기만 해도 국내 포도 산업의 구원투수가 될 것이라고 예견하기 힘들었다.
샤인머스캣은 1988년 일본에서 인공 교배로 만들어낸 청포도 품종이다. 2006년 일본에서 묘목을 들여와 우리 환경에 맞게 개량해 재배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일본이 자국 종자원에 샤인머스캣에 대한 상표권 등록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고도 생산과 수출을 할 수 있게 됐다.
샤인머스캣은 껍질이 얇으면서도 과육이 단단하고 망고와 같은 달콤한 향이 특징이다. 국내에서 재배한 샤인머스캣은 원조격인 일본산과도 상품성을 견줄만한 것으로 평가된다.
◆대한민국 대표 신선 과일 포도, 딸기와 함께 수출 쌍두마차
샤인머스캣은 2017년 처음으로 중국에 수출한 이후 한국산 포도의 대표격이 됐다.
한국산 포도 수출은 2010년 수출 물량 471t, 수출액 188만 달러에 불과했다. ㎏당에 수출단가는 4달러에 그쳤다.
이랬던 포도 수출은 샤인머스캣 재배가 확대되면서 수출도 급성장했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평균 수출 물량은 1723t, 수출액은 2253만 달러에 달했다.
특히 2021년 포도 수출액은 역대 최고인 3730만 달러를 기록했는데 샤인머스캣이 86%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그 해 딸기(6457만 달러)와 함께 신선과일 수출 1억 달러를 달성했다.
지난해 글로벌 경기침체와 수출국의 소비 부진에도 수출 물량 2009t, 수출액 3329만 달러로 선전했다. ㎏당 수출단가는 16.6달러로 매우 높게 형성됐다.
샤인머스캣은 중국과 홍콩은 물론 한국과 FTA를 체결한 싱가포르, 베트남, 태국, 캄보디아 등 동남아 지역에서도 명품 과일로 각광받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관계자는 “FTA 체결로 국내 포도 농가가 큰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반대로 상대국 시장의 개방과 함께 새로운 수출 활로를 개척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재배농가 증가로 상품성 저하…고품질·신품종 개발로 고비 넘는다
지난해 거침없는 샤인머스캣 인기에 제동이 걸렸다. 최근 몇 년 사이 재배농가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상품성 떨어지는 샤인머스캣이 시장에 대거 풀렸기 때문이다.
2016년 278㏊에 불과했던 재배면적은 2018년 963㏊로 3배 넘게 늘었고, 지난해에는 5241㏊에서 재배가 이뤄졌다. 6년 만에 20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포도 전체 품종의 39%를 샤인머스캣이 차지했다.
재배면적과 생산량이 급격히 늘고, 지난해 이른 추석으로 제대로 영글지 않은 상태에서 조기 출하가 이뤄졌다.
빛깔이 예년만 못하고, 모양이나 크기가 균일하지 않았다. 껍질은 두꺼워 아삭한 식감도 부족했다. 맛과 상품성이 떨어지다 보니 소비자들이 외면하며 예년보다 50% 가까이 가격이 폭락했다.
위기의식을 느낀 포도 농가는 품질 향상과 소비자 신뢰 회복, 수출 경쟁력 강화 방안 모색에 나섰다. 무조건 송이를 크게 하는 것이 품질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보고 품질을 높이는 최적의 무게와 착과 상태를 찾아 상품성을 유지하기로 했다.
황의창 한국포도수출연합 대표는 "현재 샤인머스캣 품질이 떨어져 수출 품위 포도의 물량이 부족하다"며 "생산단계에서부터 착과량을 제어하고 품질을 관리해 고품질 샤인머스캣을 생산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부는 샤인머스캣에 집중된 포도 수출도 신품종 개발을 통해 다양화하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홍주씨들리스', '스텔라', '루비스위트' 등 고품질의 신품종은 제2의 샤인머스캣을 목표로 프리미엄 과일 시장에 도전한다.
포도 수출 확대를 위해서는 상품성만큼이나 수출 과정에서 신선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농촌진흥청은 온도와 습도 등 수출에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는 CA 저장기술을 갖춘 컨테이너를 투입하는 등 수출 지원도 확대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고품질의 샤인머스캣이 계속해서 신선식품 수출을 주도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연구개발로 농가 품질 향상을 지원하겠다"며 "한류 문화 확산에 힘입어 마케팅과 수출국을 다양화 해 한국산 농산물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더욱 공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작지원 : 2022년 FTA 지원센터 교육홍보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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