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기 소청과 전공의 모집 결과 15.9%로 역대 최저
야간당직 다음날 외래진료 이어지며 업무부담 늘어
수도권·지방 모두 소청과 전공의 지원자 감소 뚜렷
소청과 의료진 부족은 결국 환자도 피해입는 구조
충청지역 대학병원 가운데 전공의 없이 전문의만으로 소아청소년과를 운영하는 곳이 수두룩하다. 새로운 인력 충원 역시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건양대병원, 대전을지대병원, 충남대병원, 순천향대천안병원 등 4곳은 올해 상반기 소청과 전공의 지원자를 한 명도 받지 못했다. 내달 말 대전에 문을 여는 공공어린이재활병원도 소청과 전문의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25일 의료계에 따르면 소청과 의료진 부족으로 외래 진료만 이뤄지거나 아예 진료를 중단하는 종합병원이 늘고 있다.
지난 연말 마감된 2023년도 전반기 전공의 모집 결과 소청과는 역대 최저인 15.9%를 기록했다. 문제는 소청과 의료진 부족이 특정 지역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대구·경북 지역도 만성적인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계명대 동산병원 소아청소년과에 근무하는 최희정 교수는 “동산병원은 지난해부터 3~4명의 신생아분과 전문의가 신생아집중치료실 당직을 시행하고 있다”며 “3월이 되면 4년차가 되는 전공의 4명이 전부다. 1~3년차가 없는 상황으로 응급실은 축소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수도권이라고 사정이 나은 것은 아니다. 지난해 12월 상급종합병원인 가천길병원은 의료진 부족으로 소청과 입원 진료를 잠정 중단했다. 지난 2020년부터 전공의를 한 명도 뽑지 못한 여파다. 이달 인천성모병원도 소청과 응급실 진료를 중단했다.
서울 내 종합병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삼성서울병원 소청과는 모집 정원 6명 중 3명, 서울대병원은 14명 중 10명, 가톨릭중앙의료원은 13명 중 1명이 지원했다. 세브란스병원은 11명 모집에 지원자가 한 명도 없었다. 그나마 서울아산병원만 8명 모집에 10명이 지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청과에 남아있는 전공의, 전문의들의 업무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B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올해부터 응급실 소아과 전공의가 2년차 2명에서 1년차 1명으로 줄었다”며 “야간 근무가 더 늘어났다”고 말했다.
특히 소아암 등 중증 질환을 다루는 세부 진료 과목의 현실은 더욱 참담하다.
우리나라에서 2022년 11월 현재 소아청소년암 치료에 종사 중인 전문의들은 67명이며, 이들 가운데 5~10년 사이 절반 정도가 은퇴 예정이다.
결국 환자와 의료진 수의 불균형은 여러 문제를 낳는다. 우선 치료 시기가 늦어져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 또 치료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경제적인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김 부교수는 “대한소아혈액종양학회에서 시행한 건강보험공단분석 자료를 보면 서울 외 지역 거주자 중 70%가 대부분 서울 및 경기에서 치료받고, 치료 기간만 2~3년”이라며 “그동안 환자 가족은 치료비, 주거비 등 엄청난 경제적 부담에 시달리고, 가족이 붕괴되는 경우도 많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해외의 경우는 어떨까. 일본도 우리와 같은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며 소청과 의료진 부족을 먼저 겪었다. 일본이 겪은 심각성은 드라마 소재로 활용될 정도였다. 지난 2008년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체인지’가 대표적이다. 한 에피소드에서 주인공인 일본 총리는 소청과 의사 부족의 심각함을 인지하고, 대책 예산 300억엔을 책정하는 장면이 전파를 탔다.
실제로 일본은 정부 예산을 들여 소청과 의사들의 진료에 대한 보상을 현실화했다. 일본은 전문의가 소아·청소년과를 개원했을 때 3세 미만 환자를 진료하면 100%가 넘는 수가 가산을 인정한다. 6세 미만의 경우는 50%를 가산한다. 저출산으로 환자가 줄어들 수 있는 상황을 국가가 보상해준다는 의미다.
대한소아혈액종양학회 관계자는 “현재의 체계로는 소청과 의료인이 늘어날 가능성이 없다”며 “줄어드는 세부 진료 과목에 대한 현실성 있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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