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대회 투표일 열흘 앞두고 민주당까지 가세
여당 내 당권 싸움 넘어선 정치권 공방…블랙홀
보수 결집 효과 관측 속 총선 때 악재 가능성도
[서울=뉴시스] 이지율 기자 =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의 울산 부동산 의혹이 여당 전당대회를 집어삼키는 블랙홀이 됐다. 1위 후보인 김 후보를 향해 경쟁자들이 협공을 펼치면서 당초 예상과 달리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투표일이 열흘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까지 합세하자 해당 의혹이 여당 내 당권 싸움을 넘어 정치권 공방으로 번진 모양새다. 김 후보는 돌출악재에 조기 진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당내에선 내년 총선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장기 악재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 후보는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울산 KTX역 땅 투기 의혹'에 대해 "새빨간 거짓말로 전형적인 모함이자 음해"라고 강력 반발했다. 김 후보는 해당 토지 노선도와 종단면도가 담긴 PPT 화면을 띄워놓고 약 40분 동안 의혹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진화에 안간힘을 썼다.
김 후보를 향한 부동산 의혹은 강성지지층이 겹치는 것으로 평가받는 황교안 후보가 처음 제기했다. 당초 지난 15일 황 후보가 방송토론회에서 해당 의혹을 거론할 당시만 하더라도 김 후보는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으로 일관했다. 이미 지난 정권에서 먼지 털듯 검증했지만 기소조차 못 한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김 후보는 초기 황 후보의 공세에도 화합의 정치를 표방하며 후보들 간 연대를 거론했다. 해당 이슈 자체엔 대응할 가치가 없다는 판단으로 맞대응을 자제한 것이다.
하지만 황 후보에 이어 안철수, 천하람 후보까지 공세에 가세하며 '김기현 때리기'에 화력을 쏟자 김 후보의 땅 투기 의혹은 전당대회 핵심 이슈로 급부상했다.
이에 김 후보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정치생명을 걸겠다"며 뒤늦게 진화에 나섰다. 나머지 후보들도 정치생명을 담보하라며 반격을 가하기 시작했고 민주당까지 가세하자 의혹은 정치권 전반으로 확대됐다.
김 후보는 민주당이 자신의 의혹을 '권력형 토착비리'로 규정하고 당내 조사단을 설치하자 "제가 우리 당 대표로 유력해지자 발등에 떨어진 이재명 체포동의안 표결을 물타기하기 위해 다시 재탕, 삼탕에 나섰다"며 "이런 억지 생떼탕을 계속 끓여대는 걸 보니 민주당과 이재명에 저 김기현은 아주 두려운 존재인 것 같다"고 대꾸했다.
이미 5년 전부터 민주당이 탈탈 털었지만 단 하나의 흠집도 못 잡아낸 만큼 야당의 공세는 대수롭지 않단 반응이다.
다만 김 후보는 "민주당과 맞붙은 것도 아니고 자당끼리 경선하면서 이걸 설명하는 내가 한심하다"며 해당 의혹이 여당 내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는 데 분개했다.
일각에선 이 대표의 대장동 의혹이 당내 경선에서 시작된 것처럼 김 후보의 울산 땅 논란이 총선에 악재로 작용하지 않겠느냔 우려도 나온다.
'어대현(어차피 대표는 김기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김 후보의 당선이 유력한 상황임에도 김 후보 측의 표정이 밝지 않은 이유다.
김 후보와 양강구도를 형성한 안철수 후보는 이 대표의 대장동 의혹을 거론하며 김 후보에 "제2의 대장동" 공세를 폈다. 안 후보는 "대장동 사태를 일으킨 이 대표에게 표를 줄 수 없어 정권교체가 됐다"며 "민주당은 아마 김 후보가 당 대표가 된다면 총선이 바로 끝날까지 계속 공세를 강화할 거다. 지금 안 보여준 카드가 굉장히 많은 것으로 전해들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여당 내 전당대회에 민주당이 끼어들면서 당내 보수표가 결집하는 등 김 후보에게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지난 21일부터 22까지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04명 중 국민의힘 지지층 413명을 대상으로 당대표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김 후보는 44%로 1위를 차지했다. 22.6%를 얻은 안 후보와는 오차범위 밖 차이를 보였다.
결선투표를 막기 위한 과반 지지도는 얻지 못 했지만 2위와의 격차를 21.4%p까지 벌리면서 다자·양자 간 대결에서 굳건히 1위 자리를 유지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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