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인 범죄보도만 나오면 추측 무성…특정인 지목땐 처벌 될 수도

기사등록 2023/02/22 16:35:00 최종수정 2023/02/22 16:43:46

반려견 훈련사 피소·영화배우 음주운전 보도에 추측 난무

"사실관계 맞고 반론 반영했을 땐 실명 보도 쪽이 바람직"


[서울=뉴시스]정진형 기자 = "나 아님".

유명 반려견 훈련사 강형욱씨가 온라인 일각에서 강제추행 등 혐의로 피소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자 이를 해명하기 위해 황당함을 담아 올린 글이다.

최근 유명인의 범죄 관련 보도에 대해 엉뚱한 제3자가 피의자로 지목돼 이미지에 타격을 받는 사례가 늘고있다.

강 훈련사는 지난 20일 인스타그램에 동생과의 카카오톡 대화 캡처 화면을 올렸다. 동생이 "반려견 훈련사 성추행 기사 봤는데 블로그 같은 데 형 사진 모자이크 뿌리고 있네"라며 대응을 조언하자, 그는 "줘(쥐)XX 같은 놈들"이라고 분개하는 답장을 보냈다.

이어 "나는 남양주 주민, (반려견 훈련소) 보듬도 남양주에 있다. 오늘 아침부터 주변분들께 연락 엄청 받았다"며 "그 놈도 나쁜데, 저런거 만드는 놈도 나빠요"라고 적었다.

발단은 지난달 18일 경기 오산경찰서에 한 반려견 훈련사에 대한 성희롱·강제추행 혐의 고소장이 접수됐다는 보도였다. 피소된 훈련사가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음을 추측할 수 있는 정황이 담기며 인터넷 커뮤니티마다 추측성 글이 난무했다.

논란은 피소 당사자인 이찬종 훈련사가 "나로 인해 괜한 오해를 받은 강 훈련사께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글을 올린 후에야 종결됐다.

[서울=뉴시스] 강형욱 2021.03.22(사진=MBC)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영화배우 조진웅씨도 최근 익명 보도로 곤욕을 치렀다. 지난 14일 한 매체는 40대 영화배우가 음주운전을 하다 사고를 내 경찰에 붙잡혔다고 보도했다. 수사를 받는 배우의 신상은 밝히지 않았지만, 영화와 연극 등지에서 활발하게 활동해왔다며 출연 영화 제목을 언급했다.

이를 놓고 두 영화에 모두 출연한 40대 남성 배우를 추측하는 글이 쏟아졌고, 제일 먼저 조씨의 소속사가 "두 작품에 출연한 것은 맞지만 보도된 음주운전 배우는 아니다"는 입장을 냈다. 실제로도 조씨는 해당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9월에는 40대 남자 배우가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는 보도가 나온 뒤 배우 박해진씨 등 유명 배우들의 이름이 줄줄이 언급됐다. 결국 경찰 조사를 받은 배우는 이상보씨로 밝혀졌고, 이씨도 최종적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2020년에는 서울 성동구의 한 고급 아파트 주차장에 식용유를 흘려 입주민을 다치게 해 벌금형을 받은 연예인이 당시 인기 드라마에 출연하던 한 여배우가 아니냐는 의혹이 퍼져 소속사가 "서울 서초구에서 10년 가까이 살고 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배우 조진웅이 20일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영화 ‘대외비’ 언론시사회를 하고 있다. 2023.02.20. pak7130@newsis.com

범죄보도는 헌법상 무죄추정 원칙에 따라 피의자에 대해선 익명보도를 원칙으로 한다. 다만 유명인과 공인의 경우 어느정도 당사자를 유추할 수 있는 정보를 기사에 담는 관행 탓에 제3자가 의심받는 일이 비일비재 하다.

온라인 상에서는 단편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대상자를 유추하고, 이를 확정적인 것처럼 재유포하는 행위들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익명 보도 속 피의자를 특정인물의 실명을 적시해 인터넷 등에 비방하는 글을 유포할 경우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의 강대규 변호사는 "범죄의 익명보도로 피의자가 아닌 제3자로 오인하는 것 자체는 명예훼손죄가 성립이 되지 않는다"면서도 "보도 속 익명의 피의자로 특정 인물을 지목해 댓글을 달거나 하는 식으로 전파했을 때는 명예훼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분적인 정보만 담은 익명보도가 오히려 엉뚱한 피해자를 만드는 경우가 있는 만큼 실명 보도가 확산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SBS 기자 출신인 심석태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교수는 "사실관계를 충분히 담고 반론을 보장했다면 실명을 보도하는 것이 도리어 엉뚱한 피해자를 양산하지 않고 사회적 비용을 낭비하지 않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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