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합의 따라 공식적 '연방국가' 상태지만
2030년까지 3단계 거쳐 완전 흡수가 최종 목표
러 대통령실 산하 부서·정보기관·군부 함께 작성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러시아가 오는 2030년까지 벨라루스를 흡수한다는 계획을 담은 문서가 러시아 대통령실에서 유출됐다고 독일의 도이체벨레(DW)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문서는 야후 뉴스와 독일 쥐트도이체자이퉁 등의 언론사 기자들이 포함된 국제 콘소시엄이 입수해 보도했다.
2021년 여름에 작성된 이 문서는 벨라루스에 정치, 경제, 군사적으로 침투하는 계획을 담고 있다. 침투 계획은 단기, 중기, 장기 3단계로 진행되며 각각 2022년, 2025년, 2030년을 시한으로 설정하고 있다. 장기 단계에서 러시아가 통치하는 “연방국가(union state)”를 형성하는 것으로 돼 있다.
두 나라는 1999년 합의에 따라 이미 공식적으로 “연방국가”다. 이 합의는 두 나라의 통합의 법적 근거가 된다.
그러나 문서를 입수한 언론사들은 러시아의 계획은 2030년까지 벨라루스를 완전히 합병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벨라루스에서 러시아 연방의 전략적 목표들”라는 제목의 17페이지짜리 문서는 벨라루스에 대한 서방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영향력을 차단하고 요새화하는 것을 추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러시아는 리투아니아, 폴란드 등 나토와 유럽연합(EU) 회원국들과 직접 국경이 맞닿게 된다.
소련의 일부였던 벨라루스는 소련 붕괴 뒤 1994년부터 통치해 온 알렉산데르 루카셴코의 정책으로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를 이어왔다.
루카셴코는 지난 2020년 대선에서 야당 후보와 경합이 치열하자 야당 후보를 투옥하고 승리를 선언했으며 전국적으로 항의가 벌어지자 수천 명을 투옥했다.
이후 미국과 EU는 루카셴코를 벨라루스의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야후 뉴스와 쥐트도이체 자이퉁은 문서의 신뢰도를 검증했다고 밝혔다.
익명의 서방 당국자는 문서가 러시아 대통령실 소속 대외협력국(Presidential Directorate of Cross-border Cooperation)에서 작성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부서는 지난 2018년 10월에 설치됐다. 소식통은 이 부서가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벨라루스, 우크라이나, 몰도바 등지에서 러시아의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는 계획을 작성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익명의 다른 정보 당국자는 러시아 정보기관과 군부가 계획 작성에 참여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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