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키이우 방문은 푸틴에 대한 직접적 도전-NYT

기사등록 2023/02/21 10:26:09 최종수정 2023/02/21 14:22:47

두 지도자 21일 잇달아 중요 연설

바이든 "민주주의 승리" 강조에

푸틴 "미, 러시아와 대리전쟁" 맞설 듯

두 지도자, 개인 차원 감정적 대치

[워싱턴=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을 "전범"이라고 칭했다. 2022.03.17.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조 바이든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오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루를 방문한 것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향한 직접적 도전이라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다음은 NYT 기사 요약.

바이든 대통령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궁에서 “푸틴의 정복 전쟁이 실패하고 있다”고 선언한 것은 공습 사이렌이 울리는 속에서도 활기를 잃지 않으며 식당에 사람이 넘쳐나는 키이우의 모습과 함께 러시아의 실패를 상징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1년이 지나도록 키이우가 버티고 있고 우크라이나가 서 있다. 민주주의가 이기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영토 주권 및 원칙의 문제이며 서방이 주도하는 국제 질서가 러시아와 중국의 도전에 맞서 지속될 수 있느냐의 문제다. 동시에 몇 년 째 부닥쳐온 냉혈 70대 지도자(푸틴)와 막 80이 넘은 지도자(바이든)가 직접 전쟁을 벌이기 직전까지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두 지도자는 21일 장시간 연설로 대조적인 세계관을 밝힐 예정이다. 먼저 푸틴은 미국이 물러설 때까지 전쟁을 지속한다고 강조할 것이다. 우크라이나 침공 1주년을 맞아 푸틴은 새로운 전략을 제시할 계획이다.

푸틴은 자신이 우크라이나를 나치의 손아귀에서 구출하는 동시에 러시아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침탈로부터 구출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다시 펼 것이다. 유럽에선 터무니없는 주장으로 여기지만 러시아에선 큰 호응을 받아온 주장이다. 푸틴은 또 이번 전쟁을 러시아의 역사적 고토를 되찾는 전쟁으로 규정할 것이 분명하다. 미 정보 당국은 푸틴이 추가 징집을 통해 수십 만 명의 추가 병력을 동원할 것이라는 징후를 파악하고 있다.

몇 시간 뒤 바르샤바의 언덕에 있는 로열 캐슬에서 바이든 미 대통령이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사이의 전쟁에서 민주주의가 지난 1년 동안 승리했음을 재확인할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키이우에 거의 6시간 머물렀다. 대통령 경호실에서 서둘러 떠나도록 재촉한 때문이다. 알려진 대로 바이든 대통령의 키이우 방문 직전 미국은 러시아에 방문 사실을 통보했다. 우연히든 고의든 러시아가 공격함으로써 전쟁이 악화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전보좌관이 밝혔었다.

바이든의 키이우 비밀 방문과 푸틴과 대조적인 연설 내용은 두 사람 사이의 투쟁이 냉전의 재현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강조한다. 바이든 대통령이 극력 피하겠다고 강조해온 일이다.

물론 과거의 냉전과 반드시 같지는 않다. 중국이 핵심으로 등장해 미 당국자들은 지난 주말 공개적으로 시진핑 중국 주석이 러시아에 무기 공급을 하지 말도록 촉구했다.

중국의 외교 책임자 왕이 국무위원이 모스크바를 방문했으며 러시아측과 우호적 분위기를 이어갈 예정이다. 앤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의 만남에서 충돌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왕이는 '거만하고 위선적이며 쇠퇴하는' 미국과 맞서는 푸틴을 돕기를 원한다.

미국은 중국과 정찰 풍선 문제, 기술 수출 제한, 중국 군사력 강화, 대만 문제로 갈등하고 있다. 그러나 바이든은 푸틴과 더 직접적이고 감정적으로 맞서고 있다. 케네디-흐루쇼프 이후의 강대국 지도자 사이에서 벌어지는 개인적 차원의 대결이다.

[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외곽 노보-오가료보 관저에서 화상으로 안보리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오는 21일 우크라이나 특별 군사작전과 러시아의 경제·사회 문제 등에 초점을 둔 국정연설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2023.02.14.
21개월 전 바이든과 푸틴이 처음 맞대면을 했다. 중립지역인 제네바의 도서관에서 만남으로써 두 나라가 전 세계를 동맹과 적대국으로 분할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푸틴은 바이든을 “매우 균형감 있고 전문적이며 경험이 풍부하다”고 칭찬했다. 바이든은 미국과 러시아가 “양 강대국”이라고 말함으로써 푸틴의 체면을 세워줬다.

당시 두 가지 커다란 갈등 사안에 대한 공동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미국 인프라스트럭처에 대한 러시아 해킹 공격의 완화와 미래 무기통제 방안 마련을 위한 “전략 대화”가 그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2월 12일 바이든이 푸틴과 영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침공을 명령하는 경우 “신속하고 강력한 대가를 치르도록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푸틴은 “예전처럼 어깨를 으쓱하고” 군사행동을 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었다.

이후 두 사람은 대화를 한 적이 없다. 이번주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이 뮌헨안보회의에서 러시아를 향해 “인륜범죄를 저지른다”고 비난했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서방이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 신안보센터(CNA)의 리차드 폰테인 소장은 뮌헨 안보회의 뒤 “우크라이나, 유럽, 아시아 각국이 재무장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현 수준의 서방 지원이 지속될 수 있을 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 “장기화하는 소모전에서 러시아가 유리한 입장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바이든의 키이우 방문으로 분위기가 크게 개선됐지만 미국의 입장이 크게 변한 것은 아니다. 바이든은 여전히 F-16 전투기와 장거리 미사일 지원에 반대하고 있다. 러시아 본토를 공격해 전쟁이 악화하면 푸틴이 전술핵무기를 사용할 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기 때문이다.

푸틴은 2021년 이후 처음으로 국정연설을 한다. 지난해는 러시아가 패배하고 있어 좋은 소식을 전하기 어려웠던 탓에 국정연설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는 침공 1년을 맞아 러시아 국민들 사이에 전쟁 목표가 흐려지고 있는 탓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연설에서 푸틴은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내세워 러시아와 대리전쟁을 한다고 비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 극우 보수 재벌 콘스탄틴 말로페예프는 푸틴이 절대 서방과 긴장 완화를 모색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최고 사령관(푸틴)이 다른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우크라이나에서 승리할 때까지 전쟁을 지속하겠다고 밝힐 것으로 예상했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타티아나 스타노바야는 푸틴 연설이 이미 강경할 것으로 예상되는 와중에 “한층 더 강력한 논지를 펴기 위한 수정이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 언론들이 바이든의 키이우 방문을 강력 비난하고 있다. 관영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우크라이나 정부가 “서방의 도구”임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했다. 또 러시아 선전 기관들은 바이든이 망령들고 졸기만 하는 속수무책의 인간이라는 비난전에 나서고 있다.

21일의 두 지도자 연설은 각각 국내의 반발에 직면한 상황에서 이뤄진다. 바이든은 미국 극우, 극좌 양측으로부터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반대에 직면해 있고 푸틴은 핵심 엘리트들이 러시아의 전쟁 지속 능력에 의구심을 보이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전쟁을 특별군사작전이라는 말로 축소한 거짓말을 더 이상 지속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궁 대변인은 지난 19일 러시아 TV에 출연해 “특별군사작전이 우리 삶 전체, 유럽의 삶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이 점에 주목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