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링컨 국무 등 미 당국자들 공개 경고
중국 막기 위한 절박한 설득 노력 일환
NYT '최악의 냉전 대결 재연될 수도'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뮌헨 국제안보회의에서 만난 앤서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은 앞을 다퉈 새로운 냉전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미 당국자들이 거듭 중국이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고 지적함에 따라 최악의 냉전 대치가 재연할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수십 년 동안 지속된 냉전 시기 미국과 러시아, 때로 중국까지 가담한 처절한 대리전쟁이 한반도, 베트남,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어졌다.
미 당국자들은 중국은 이란이나 북한과 달리 우크라이나 전쟁 1년 동안 러시아에 물자 지원을 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주석에게 물자 지원을 할 경우 양국 관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직접적으로 강조하기도 했다.
중국이 러시아에 물자를 지원하면 전쟁의 성격이 세계 3대 강대국을 포함하는 양 진영 간 대결로 변하게 된다. 러시아, 중국, 이란, 북한과 미국, 우크라이나, 유럽 및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협력 국가들이 부닥치게 되는 것이다.
블링컨 장관이 18, 19일 연달아 여러 계기에서 중국을 향해 거듭 경고한 사실은 미 정부가 중국이 곧 러시아 지원에 나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음을 드러낸다. 블링컨 장관이 공개적으로 발언한 것은 미국 정부가 중국 설득에 얼마나 절실하게 매달리고 있는 지도 보여준다.
미국과 유럽 당국자들은 러시아가 올 봄 대공세에 나설 것이라며 이를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블링컨 장관은 18일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러시아에 무기 지원을 고려하는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시주석에게 말했던 대로 나도 왕이에게 양국관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고 밝혔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미 정부가 입수한 정보에 대해 자세히 밝히지 않았으나 중국의 러시아에 무기와 탄약을 지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 러시아와 중국은 5000 단어에 달하는 공동선언문을 발표하면서 양국 관계에 “한계가 없다”고 선언한 대목이 미국과 서방의 우려의 대상이 돼 왔다.
미국은 정보 공개를 늘리는 등으로 중국이 러시아에 군사 지원을 하지 않도록 막기 위해 노력해왔다. 지난해 3월 미 당국자들이 러시아가 중국에 지원을 요청한 사실을 공개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과 만나기 직전이었다.
미국의 이 같은 움직임은 러시아의 전쟁을 좌절시키기 위한 전략적인 정보 전술의 일환이었다. 우크라이나 침공 몇 달 전에도 미 정부는 러시아가 침공을 준비하고 있다는 정보를 공개했었다. 정보는 정확했지만 전쟁을 막지는 못했다.
블링컨 장관의 공개 발언과 미 당국자들이 여러 통로로 거듭 강조하는 상황도 미국의 전략 정보 전술로 여겨진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중국이 러시아를 지원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연설을 했으며 미 당국자들은 동맹국들에게 관련 정보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미 당국자들은 중국이 지난 1년 동안 러시아와 관계를 강화해왔다고 강조한다. 지난 16일 왕웬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은 새로운 시대를 맞아 러시아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전면적으로 조율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왕이 국무위원이 곧 러시아를 방문할 예정이어서 미 당국자들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기도 하다. 러시아는 시주석도 올해 안에 러시아을 방문할 것이라고 밝혀왔다.
중국은 전쟁 내내 러시아를 외교적으로 지지하면서 러시아가 지어낸 반미, 반우크라이나 음모설을 공식적으로 강조해왔다.
지난달 미국은 러시아 용병단체 바그너그룹에 위성 영향을 제공한 중국 기업 등 대러 수출금지 조치를 위반한 중국 기업들 여러 곳을 제재했다. 러시아는 지금도 중국의 민간 드론을 계속 수입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취할 수 있는 카드는 제한돼 있다. 양국관계는 최악 수준으로 떨어져 있으며 이달 초 중국 정찰 풍선을 미국이 격추한 사건으로 한층 악화돼 있다.
중국 신화통신은 블링컨-왕이 회담 보도에서 우크라이나 상황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정찰 풍선 사건으로 대립했다는 내용만 전하면서 “미국이 중국을 차단하고 압박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칭화대 국제관계 전문가 싱유교수는 올 여름까지 미중 갈등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그로 인한 영향이 클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미관계는 양국 사이의 문제만이 아니다. 유럽 각국이 미국편에 설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은 왕이 국무위원과 회담에서 “풍선 모양 물체”가 일본 영공에 나타난 사실과 일본 주변에서 중러 합동군사훈련과 센카쿠 제도 주변에서의 중국의 공격적 해군 활동을 거론했다.
최근 유럽 각국을 방문하는 왕이 국무위원과 만난 여러 나라의 당국자들도 중러관계 및 우크라이나 상황이 가장 중요한 의제였다고 밝혔다.
카트린느 콜로나 프랑스 유럽 및 외교관계 장관은 지난 주 왕이와 만난 자리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전쟁 종식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고 밝혔다.
안토니오 타자니 이탈리아 외교장관은 지난 17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 시주석이 며칠 이내에 우크라이나 “평화 연설”을 할 것이라고 왕이 국무위원이 밝혔다고 공개했다.
미국과 유럽 당국자들은 중국이 러시아에 물자 지원에 기울어진 상황에서 스스로를 중재자로 자리매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 시주석의 연설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 반응을 보인다.
미 애틀랜틱 카운슬의 배리 파벨 연구원은 시주석이 연설할 예정이라는 뉴스에 대해 “중국이 러시아 지원을 고려하는 상황에서 왜 하려는지, 동시에 중국의 ‘평화 방안’이 어떤 식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을 지원할 지가 크게 주목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