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이재명, '성남FC 치적' 얻기 위해 자금 필요…기업들은 청탁"

기사등록 2023/02/17 17:09:28

이재명 "공원화 비용 조달, 이익은 알아서"

검찰 "치적 위해 특혜 주고 사업자와 유착"

"네이버·두산건설·차병원 특혜 주고 후원금"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검사독재 규탄대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2023.02.17.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 류인선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서 내용이 알려졌다. 검찰은 173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이 대표의 혐의를 구체적으로 적었다. 이에 이 대표 측은 사업관계자들과 공모한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 16일 법원에 이 대표에 대한 173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를 제출했다. 대장동·위례신도시 의혹과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병합해 법원에 구속 필요성을 설명했다.

대장동 의혹의 핵심은 이 대표가 2010~2018년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면서 대장동 민간사업자들에게 특혜를 주고 7886억원 상당의 이익을 얻게 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반대로 성남도개공은 4895억원을 손해(배임)를 봤다고 했다.

검찰은 이 대표가 유동규 전 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 남욱 변호사,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 정영학 회계사 등과 공모했다고 판단했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 재선, 대선 행보에 필요한 자금 및 지원과 사업 특혜를 교환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서에서 민간사업자에게 유리한 사업 구조가 형성되도록 이 대표가 유 전 본부장의 보고를 묵인·승인했다고 밝혔다. 유 전 본부장은 사업 구조, 이익분배 방식, 공모 과정 등에 대한 정보를 김씨 등에게 누설했다고 의심 받고 있다.

예를 들어, ▲서판교 터널 정보 누설 ▲대장동·1공단 결합 여부 정보 누설 ▲공동주택용지 용적률 상향(150%→195%) ▲공사의 확정이익 배당(1822억원) 등을 통해 민간사업자는 이익을 봤고, 성남도개공은 손해를 봤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이 대표 측은 유 전 본부장 개인의 비위라는 입장이다. 이 대표가 시장 시절 결재한 문서는 정무적 판단일 뿐, 사업가들과 유착한 결과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시장의 재량권 안에서 고도의 재량행위를 한 것으로 배임이 아니라고 했다.

검찰은 이 대표가 1공단 지역 공원화라는 치적을 위해 대장동 이익을 내줬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이 대표가 "대장동 개발로 1공단 공원화 비용만 조달하면 나머지 개발이익은 알아서 하라"는 취지로 김씨 등에게 약속했다고 조사했다.

유 전 본부장이 대장동 사업 구조를 김씨 등에게 유리하도록 구성했을 때도, 이 대표가 승인했다고 파악됐다. 검찰은 이 대표가 성남도개공이 사업이익 6725억원(사업이익 70%) 대신 1822억원만 배당받는 과정을 묵인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이 대표가 측이 주장하는 5503억원 환수도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이 대표 측이 주장하는 제1공단 공원조성비용 2561억원 등은 사업 주체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기 때문에, 이익 환수라고 주장하는 것은 사실관계가 맞지 않다는 것이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검사독재 규탄대회를 마치고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2023.02.17. bjko@newsis.com
검찰은 이 대표에게 428억원을 받기로 약속했다는 죄명을 적용하지는 않았다. 다만, 혐의를 이해하기 위한 전제 사실에는 428억 약속 의혹을 적었다. 정 전 실장 등이 이 돈을 받기로 약속한 것을 이 대표 측과 민간사업자 사이 유착의 근거로 제시했다.

검찰은 영장을 구성하면서 성남FC 의혹에 대한 부분도 상당한 분량을 할애했다.

검찰은 이 대표가 운영자금도 없는 상태에서 2013년 축구팀을 인수해 성남FC를 운영했다고 조사했다. 이 대표는 성남FC를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치적을 얻기 위해 운영자금이 필요했고, 기업들은 청탁을 위해 후원금을 냈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당시 네이버 임원 등(일부는 현재 국회의원)이 구미동 대학원·대학 부지에 대한 편의를 제공받기 위해 다른 의원을 통해 이 대표 측에게 로비한 정황도 영장에 적었다.

정 전 실장과 네이버 측은 수차례 조율했고, 2015년부터 2년간 4회에 걸쳐 네이버가 성남FC에 40억원을 후원하기로 했다고 조사했다. 두산건설은 이 대표의 출신 대학인 중앙대 인맥(중앙대 교수 출신 국회의원) 등을 활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두산건설은 약 55억원을 후원한 것으로 파악됐다.

차병원 그룹도 2007년부터 분당구 병원 인근 부지를 매입해 국제줄기세포 메디클러스터를 조성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파악됐다. 성남시는 성남FC 후원(33억원)을 받고, 용적률 상향 등 특혜를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 대표가 정성호 민주당 의원을 통해 정 전 실장 등의 입단속을 시도하는 등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성남시 내부 문건, 사업 관련자들의 진술을 통해 이 대표의 혐의가 입증된다고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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