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성 높은 동박업계…롯데케미칼·고려아연 '도전장'

기사등록 2023/02/17 11:33:07

1위 SKC 입지 흔들 경쟁 업체들 '도전장'

롯데 "일진머티리얼즈 계획대로 인수"

고려아연, 기존 증설 목표 2배로 키운다

[서울=뉴시스] SK넥실리스가 제조한 동박 제품.(사진=SKC) 2022.11.1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김래현 기자 = SKC가 점유율 1위인 동박업계에 변화의 조짐이 엿보인다. 롯데케미칼이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해 사업을 확장하는 한편 고려아연도 동박 사업을 크게 늘리려는 모양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동박 시장에서 SKC가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업계 4위인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를 확정한 롯데케미칼이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여기에 고려아연도 도전장을 내민다. 고려아연은 연간 12만톤에 달하는 동박을 생산할 수 있는 핵심 설비를 확보하며 투자를 계속 늘리려는 모습이다. 이는 고려아연이 이전에 밝힌 증설 목표의 2배에 해당한다.

◆전기차 보급 확대와 함께 커지는 동박 시장
동박은 전류가 흐르는 이동 경로로 배터리에서 발생한 열을 방출해주는 역할을 한다. 두께가 10㎛(1㎛=100만분의 1m) 이하로 얇기 때문에 공정이 까다롭고 불량률도 높다. 공장을 지어도 제품 생산까지 수 년이상 걸려 신규 진입이 어려운 산업으로 꼽힌다.

동박은 배터리 음극재의 필수 소재다. 주로 전기차 배터리에 사용된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연간 25%씩 성장하며 2025년에는 1600억 달러(약 182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동박 시장도 급성장하는 모양새다. 2018년 1조5000억원 규모였던 국내 동박 시장은 2025년 10조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SNE리서치 조사 결과 지난해 SK넥실리스가 글로벌 동박 시장 점유율 22%로 1위를 차지했다. 2위와 3위에는 각각 중국 왓슨(19%)과 대만 창춘(19%)이 올랐다. 점유율 13%인 일진머티리얼즈는 세계 4위다.

◆롯데케미칼, 4위 업체 인수…시장 판도 흔드나
SKC는 2020년 SK넥실리스를 인수한 후 차세대 동박 기술 확보와 생산량 증대에 주력하고 있다. SKC의 동박 제조 자회사 SK넥실리스는 지난해 5공장과 6공장을 완공해 생산 능력이 기존 4만3000톤에서 5만2000톤으로 늘었다.

이에 롯데케미칼은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해 SKC와 본격 경쟁에 나선다. 일진머티리얼즈는 현재 한국과 말레이시아 공장에서 연간 6만톤 규모의 동박을 생산한다. 2027년까지 22만5000톤으로 생산 능력을 확대할 방침이다.

단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이 검토되는 상황은 변수가 될 수 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첨단 소재 사업을 제외한 모든 자회사가 영업손실을 보이며 적자가 누적됐다. 업계에서는 롯데케미칼이 내달 31일까지 지급해야 하는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잔금 2조4300억원 마련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하지만 롯데케미칼은 이 같은 우려를 일축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는 자금 이슈 없이 정상적으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이 인수로 전지 소재 4대 분야의 밸류 체인을 확보해 각 사업 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아연 승부수, 기존 증설 목표 2배 확대
고려아연은 당초 동박 생산 역량을 2027년까지 6만톤 규모로 확대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최근 이 목표량보다 2배 많은 동박을 생산 가능한 핵심 설비를 확보했다.

고려아연은 연간 12만톤의 동박 생산이 가능한 티타늄 드럼 구매 계약을 맺었다. 티타늄 드럼은 동박의 폭과 길이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설비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티타늄 드럼 계약을 확정한 데 이어 물량을 순차적으로 늘릴 예정이다"며 "기존 목표보다 많은 양의 동박을 생산할 수 있는 티타늄 드럼을 확보한 것은 추가 증설 역량을 키우겠다는 의지"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동박은 고려아연의 핵심 성장 동력 중 하나"라며 "신재생 에너지와 그린 수소는 사업이 오래 걸리지만 동박은 성과가 빨리 나타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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