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130조' 삼성전자, 자회사에 20조 빌린 이유는…

기사등록 2023/02/14 18:56:02 최종수정 2023/02/14 19:40:03

14일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20조 단기 차입

반도체 혹한기 속 투자 규모 유지 방침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삼성전자가 잠정 실적으로 지난해 4분기 매출 70조원, 영업이익 4조3000억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 대비 8.6% 줄었고,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69% 감소했다. 이날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모습. 2023.01.06.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이현주 기자 = 현금 및 현금성자산 약 130조원을 갖고 있는 삼성전자가 이례적으로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SDC)로부터 20조원을 차입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반도체 혹한기를 나며 실적이 악화된 삼성전자가 반도체 투자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 지난해 호실적을 보인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현금을 빌린 것인데, 그만큼 삼성전자가 '비상 상황'이라는 것을 방증한다.

삼성전자는 14일 오후 공시를 통해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20조원을 차입한다고 밝혔다.

차입 유형은 장기차입금이며 계약 체결일은 16일, 차입기간은 오는 17일부터 2025년 8월16일까지다. 이자율은 연 4.60%, 상환방법은 만기 일시 상환으로 임의 조기 상환도 가능하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경기 침체와 반도체 업황 둔화로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크게 감소해 반도체 투자 재원이 일시적으로 부족할 전망이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시설투자금액은 사상 최대인 53조1000억원으로 이중 90%인 47조9000억원이 반도체 투자였다.

삼성전자의 올해 전체 투자 규모는 확정되지 않았으나, 메모리의 경우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의 투자가 예상된다. 파운드리도 첨단공정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평택과 미국 테일러의 생산능력 확대 중심으로 투자를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말 기준 삼성전자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 및 단기금융상품은 국내 본사만 따진 별도재무제표 9조원, 본사와 해외 법인, 자회사 등이 다 포함된 연결재무제표 128조원이다.

대부분이 한국 본사가 아닌 국내외 자회사에 속해 있는 만큼 내부 논의를 거쳐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차입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했다는 게 삼성전자측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미래 수요에 대비하고 기술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반도체 투자를 계획대로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해외 법인 등에 퍼져 있는 현금을 국내 본사로 들여오는 데는 환 변동, 현지 자금 활용, 세금 등 다양한 문제도 고려해야 해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차입하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측은 "향후 반도체 업황 개선이 예상되는 만큼 여유 현금이 생기면 이번 차입금을 조기 상환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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