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석리버파크자이' 5억5000만원대 계약 체결
공인중개업소 "전셋값 떨어지자 매물 소진 중"
인근 구축 단지 전셋값도 절반 가까이 떨어져
[서울=뉴시스] 고가혜 기자 = 전국적인 집값 하락으로 역전세난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서울에서는 입주를 앞둔 단지들까지 쏟아지면서 전셋값이 더 크게 하락하고 있다.
당초보다 절반 가까이 호가가 떨어지면서 시장에서는 급매 중심으로 매물이 소진되고 있기는 하지만, 앞으로 강남권에만 1만가구 이상이 새로 입주할 것으로 추산되면서 전셋값 추가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12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동작구 흑석동 '흑석리버파크자이' 전용면적 84㎡은 최근 5억5000만원대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이 단지는 이달 말 입주를 시작하는 1772가구 대단지로 전셋값 호가가 10억원까지 올랐었으나 최근 시세가 절반 가까이 꺾였다.
또 같은 달 입주 예정인 3375가구 규모 강남구 개포동 '개포자이프레지던스'는 지난해 호가가 13억원에 달했던 전용면적 59㎡의 경우 최근 6억원에 매물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러한 전셋값 하락은 전세금으로 입주 잔금을 맞추려던 집주인들이 입주를 앞두고도 세입자를 구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현장에서는 전셋값이 절반 가까이 떨어지자 다시 급매물이 소진되고 호가가 조금씩 다시 오르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흑석동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입주를 앞두고 5억5000만원대 매물이 올라오기는 했었다"면서도 "현재 그런 매물은 다 나간 상태로 지금은 방 4개짜리 가구에서 방 3개만 임대하는 분리형세대가 6억원, 단독 가구는 6억5000만원대에 매물이 있다"고 설명했다.
개포동 인근 공인중개사는 "6억원짜리 매물은 저층인데다 집주인이 요구하는 조건이 있어 시세보다 훨씬 저렴하게 나와있는 상태"라며 "7억원대 매물은 현재는 다 소진이 된 상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절반 가까이 떨어진 입주 예정 단지의 전셋값은 인근에 있는 구축 단지들의 전세 시세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흑석리버파크자이 인근에 위치한 '흑석한강푸르지오' 전용 84㎡는 지난달 12일 5억7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지난 2021년 10월 최고가 11억5000만원에 비하면 반토막 수준이다.
또 개포자이프레지던스 인근 '래미안블레스티지' 전용 84㎡는 지난해 6월만 해도 16억원에 전세계약이 체결됐지만 올해 1월에는 절반 가격인 8억원에 거래됐다. 또 2021년 5월 당시 7억원에 계약된 ‘개포주공6단지’ 전용 73㎡는 지난달 4억원에도 실거래가 나왔다.
여기에 세입자들이 현재보다 더 낮은 가격의 전세를 찾기 위해 퇴거를 요청하는 케이스까지 겹치면서 서울 지역에는 전세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부동산 정보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지역 아파트 전세 매물은 지난 10일 기준 5만2736건으로, 1년 전(3만637건) 대비 72.1% 늘었다. 지난 2020년 임대차3법이 실시됐을 당시 8300건 수준까지 전세매물이 줄었던 것과 비교하면 6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업계에서는 고금리 기조가 아직 풀리지 않고 있고 특히 강남권을 중심으로 향후 입주 물량이 1만 가구 이상 쏟아질 것으로 예측되면서 당분간 전셋값 하락세는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아실에 따르면 강남권에서는 이달 '개포프레지던스자이'를 시작으로 오는 5월 강남구 '대치푸르지오써밋'(489가구), 6월 서초구 '르엘 신반포 파크애비뉴'(330가구), 8월 서초구 '래미안 반포 원베일리'(2990가구) 등의 입주가 줄줄이 예정돼 있다. 2024년 1월에는 매머드급 규모의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6702가구)도 입주를 앞두고 있다.
강남권 뿐만 아니라 강북권에서도 5월 '청량리역한양수자인그라시엘'(1152가구), 6월 '노원롯데캐슬시그니처'(1163가구), 7월 'DMC파인시티자이'(1223가구)와 'DMC SK뷰아이파크'(1464가구), '청량리역롯데캐슬SKY-L65'(1425가구) 등 1000가구 이상의 신규 단지들이 올해 입주를 준비 중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미입주 대란으로 전셋값이 계속 떨어지게 되면 앞으로 갭투자자 파산, 매매가격 추가 하락 등의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신규 입주단지 집주인들은 당장 싸게 파느니 나중에 제 값을 받고 팔자며 전세를 내놓겠지만 전세 매물이 늘어나면 전셋값이 떨어지고, 이로 인해 갭투자가 줄면 거래절벽으로 역전세난이 벌어지면서 다시 매매가격이 하락하는 악순환이 벌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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