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총장 40% "내년 등록금 올릴 수도"…장학금 규제 '무용'되나

기사등록 2023/02/05 09:00:00 최종수정 2023/02/07 14:30:37

교육부 출입기자단, 대교협 정기총회서 설문

총회 참석한 총장 148명 중 116명 설문 응해

지방, 대형, 사립대일수록 등록금 인상 의지↑

올해도 동아대·경성대, 교육대학 등 다수 인상

"대학가에 참을 만큼 참았단 분위기 생길 것"

"국가장학금 외 다른 정책으로 인상 억제해야"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2023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정기총회 부총리-회원 대학총장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2023.02.05.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김경록 기자 = 대학 총장 10명 중 4명이 내년 등록금을 올릴 수도 있다는 설문 결과가 나왔다. 올해도 국가장학금 규제를 감수하고 등록금을 올린 경우가 일부 나타났는데, 이 같은 사례가 내년에는 속출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5일 교육부 출입기자단은 지난달 31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정기총회에 참석한 일반대학 총장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총회 현장엔 대교협 회원 198개 대학 총장 중 148명이 참석했으며, 이 중 116명이 설문에 응했다. 다만 설문에 동참했더라도 일부 문항엔 응답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그 결과, '등록금 인상을 검토하고 있는지' 묻는 문항에 응답한 114명 중 45명(39.47%)이 "내년쯤 계획이 있다"고 했다.

이같이 답한 총장은 수도권(15명·35.71%)보다 비수도권(30명·41.67%)에서 더 많았다. 설립 유형별로는 사립대(35명·47.3%)가 국·공립대(5명·19.23%)보다 등록금 인상 의지가 컸다.

대학 규모별로는 소형(8명·25.81%), 중형(21명·38.89%), 대형(16명·59.26%) 순으로 나타나 규모가 더 큰 대학일수록 등록금 인상 의지가 강했다.

인상한 등록금은 '우수 교원 확보 및 교원 처우 개선'에 쓰겠다고 한 총장이 52명(45.61%)으로 가장 많았다. '노후시설 및 교보재 정비'가 42명(36.84%)으로 2위였다.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와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원들이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원생과 유학생 등록금 인상을 규탄하고 있다. 2023.02.05. dahora83@newsis.com

그동안은 국가장학금Ⅱ 규제가 대학들의 등록금 인상을 막는 방지턱으로 작용해왔다. 등록금을 조금이라도 올리면 저소득층 학생을 위한 국가장학금Ⅱ가 지원되지 않는 구조 때문에 대학들은 이 규제가 적용된 2012년부터 10년 넘게 등록금을 동결해왔다. 지속된 등록금 동결에 학령인구 감소가 겹치면서 대학들의 재정적 어려움은 누적됐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등록금 인상 법정상한이 4.05%로 지난해(1.65%)보다 크게 오르자 일부 대학은 국가장학금Ⅱ 손실보다 등록금 인상으로 얻는 재정 확대가 더 큰지 따져 등록금 인상을 추진했다.

사립대 중에서는 부산에 위치한 동아대가 대표적이다. 지난 2009년부터 등록금을 동결한 동아대는 올해 14년 만에 학부 등록금을 3.95% 인상했다. 이해우 동아대 총장은 "(등록금 인상으로) 50억원 정도 여유자금이 생겨 20억원 정도인 국가장학금Ⅱ 재원을 어떻게든 마련해 학생들이 손해를 안 보게 하겠다"고 밝혔다.

국·공립대 중에는 교육대학들이 전방위적인 등록금 인상을 진행 중이다. 이미 10곳 중 5곳이 등록금 인상을 결정했다. 공주교대는 올해 등록금은 동결했지만 "2024학년 등록금은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내년 등록금 법정 상한도 올해(4.05%)와 비슷하거나 올해보다 오를 경우 대학들이 대거 국가장학금Ⅱ 규제를 감수하고 등록금을 인상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등록금 법정 상한은 직전 3개년 평균 소비자물가상승률에 1.5배를 곱해 산정된다. 지난해 고물가에 이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달보다 5.2%p나 올랐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다른 교육정책은 수도권 대학들이 먼저 결정하면 지방대학들이 따라가는 경향인데, 등록금은 그 반대"라며 "대학들이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에서 올해 몇 개 대학이 인상을 하고, 등록금 동결이 1~2년 있던 일이 아니기 때문에 대학 입장에서도 참을 만큼 참았다는 분위기가 생길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들이 등록금을 올리고 싶더라도 학생들이 참여하는 등심위가 등록금 인상을 억제하는 기능을 할 것"이라며 최소한 재학생 동의를 얻어야 등록금 인상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서울시립대는 시 지원금 100억원이 삭감돼 올해 법정 상한(4.05%)까지 등록금을 인상하려 했으나, 등심위 표결에서 과반 반대가 나오며 인상이 무산됐다.

하지만 임 연구원은 "평균적으로 등심위원 30~40%만 학생위원이라 표결 싸움으로 가면 대학 측이 유리하다"며 등심위 제도만으로는 등록금 인상을 막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는 지난 3일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등록금 인상은 대학 재정의 책임을 학생과 학부모에게 전가할 뿐"이라며 "대학 등록금이 15년 동안 동결되는 동안 대학 재정 구조는 왜 아직도 등록금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지 물을 때"라고 지적했다.

임 연구원은 "사립대들은 인건비나 학교 운영비와 같은 경상비 지원을 원하는데 지금 정부의 재정 지원은 운영비 사용에 한계가 있어 대학들은 학생 수를 늘리거나 등록금을 올려 재정을 충당해왔다"며 "정부는 사업비를 지원하고 대학은 등록금을 올리는 악순환 구조가 생길까 걱정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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