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회, 교육청에 조례안 검토의견서 제출 요청
서울교사노조 "의견 낼 가치조차 못 느끼겠다"
전교조 서울지부 "구시대적…일고의 가치없어"
교총 "시대 변화 맥 전혀 못 짚어…폐기해야"
시의회 "외부 민원 형태로 제안된 조례안"
"검토의견 교육위에…수용·대체입법 등 가능"
[서울=뉴시스]김경록 기자 = 서울시의회가 '성관계는 부부끼리만 해야 한다"는 내용 등이 담긴 조례안에 대한 의견을 서울시교육청에 요청한 사실이 알려지며 교원단체를 중심으로 '시대착오적'이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1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시의회는 지난달 27일 '학교구성원 성·생명윤리 규범 조례안'에 대한 검토의견서를 지난달 30일 오후 1시까지 제출해달라는 협조 요청 공문을 교육청에 보냈다.
이에 교육청은 해당 공문과 조례안 내용을 교원들만 접속 가능한 업무 시스템에 공지해 의견을 접수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총 30여건의 의견이 접수됐다"며 "그대로 시의회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해당 조례안의 내용이다.
"성관계는 혼인 관계 안에서만 이뤄져야 한다"(제2조 6항), "아동·청소년의 성적 자기결정권은 원치 않는 성행위를 거부할 소극적 권리로 제한돼야 한다"(제3조 5항), "학교에서 실시하는 성교육의 목적은 절제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제8조 1항) 등 일부 조항을 두고 구시대적이란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교사노동조합연맹(서울교사노조)은 지난달 30일 "의견을 낼 가치조차 느끼기 어려운 수준으로 현장 교원들에게 자괴감을 불러일으키기까지 한다"며 "시의회는 헌법을 침해하는 괴상한 해당 조례안을 당장 폐지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서울지부는 "순결과 정조를 강요하는 구시대적인 발상에 사로잡혀 있다"며 "이런 조례안이 2023년에 발의됐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 현 시대의 부끄러운 단면이다. 일고의 가치도 없는 이 조례안을 즉각 폐기하라"고 주장했다.
보수 성향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도 비판적 의견을 내놨다.
이재곤 교총 정책본부장은 "지금이 조선시대도 아니고 학생들도 성적 자기결정권이 다 있는데, 사회적 공감과 전혀 동떨어진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라며 "시의회는 오히려 학생을 유해업소에서 분리하고 룸카페같은 데서 무분별하게 성행위하는 걸 개선해야 하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이 본부장은 "상당히 보수적인 단체에서 제기된 내용 같은데, 성적 감수성에 대한 시대 변화의 맥을 전혀 못 잡고 있다"며 "2020년대에 20세기 초반 인식이 담긴 법안이 나온 거라 당연히 폐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해당 조례안은 시의회 의원이 발의한 게 아니다.
지난달 30일 시의회 교육전문위원실은 논란이 커지자 "외부 민원의 형식으로 시의회에 제안된 안건"이라며 "민원 형태로 제시된 조례안의 경우 내용의 적절성이나 법리적 쟁점 여부, 의원 발의 여부 등을 떠나 전문위원실 차원에서 조례안 전반에 대한 검토를 시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교육청에 검토의견을 요청한 경위에 대해선 "유관 부서와의 사전 협의를 위해 이뤄진 것으로, 통상적인 업무의 일환"이라며 "교육청이 확정되지 않은 사항을 학교 게시판에 게시해 학교 구성원의 의사를 왜곡하고자 한 것에 대해선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시의회 관계자는 "교육청이 제출한 검토의견을 교육위원회에 전달할 예정이고, 교육위 의원들 판단에 따라 '수용', '불수용', '일부 수용', '대체입법' 등 다양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며 "아직 어떤 결론이 유력하다고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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