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유학 중 간첩 혐의로 붙잡혀 중형
불법 구금·고문 밝혀져 44년만에 무죄
이후 다큐멘터리 영화 '자백'으로 제작
2019년 국가배상 소 제기…1심 일부승
항소심, 국가 배상책임 더 크다고 판단
[서울=뉴시스]박현준 신귀혜 기자 = 국가가 박정희 정권 시절 간첩조작 사건의 피해자 재일교포 고(故) 김승효씨와 그 가족들에게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2심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1일 서울고법 민사12-1부(부장판사 윤종구·권순형·박형준)는 김씨와 유족 등 9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국가가 김씨의 유족에게 합계 25억원 상당의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해 1심보다 국가의 배상책임을 더 크게 봤다. 이는 김씨가 2020년 사망하면서 김씨의 소송이 그 가족들에게 수계된 것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재일 동포인 김씨는 1974년 서울대학교에서 유학하던 중 간첩 활동을 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12년에 자격정지 12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김씨는 중앙정보부에 임의동행된 뒤 불법 구금상태로 조사를 받았고, 고문에 못 이겨 간첩이라고 거짓 자백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수감 생활 중에도 고문 후유증으로 조현병 등 정신분열증을 앓았고, 1981년 8월 가석방 된 후에는 정신병원에 입원해야 했다.
김씨의 형은 "간첩 활동을 한 적이 없는데 조작된 증거들과 자백만으로 유죄가 인정됐다"며 법원에 재심을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2018년 김씨가 누명을 쓴 지 44년여만에 무죄를 선고했다.
이후 법원은 재심에서 무죄가 확정된 김씨에게 구금과 비용에 대한 보상 합계 8억1129만여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이 같은 김씨의 이야기는 박정희 정권의 간첩 조작 사건 피해자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자백'으로 제작되기도 했다.
2019년 3월 김씨와 그 가족들은 손해를 배상하라며 국가배상을 청구했다. 1심은 국가가 김씨에 대한 약 12억원의 위자료 등 합계 15억여원을 김씨와 그 가족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한편 김씨는 2020년 12월 일본 교토에 있는 자택에서 70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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