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명의 해외회사 동원 주가 부풀렸다' 공격
주가 20% 하락하자 인도 정부가 지원책 마련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5년 전까지 거의 파산 상태로 미 뉴욕의 허름한 아파트에 살던 행동주의 공매도 투자자 네이트 앤더슨이 제프 베조스 아마존 설립자,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설립자, 주식 투자자 워런 버핏보다 부자인 인도의 대재벌 가우탐 아다니를 겨냥하면서 크게 주목을 받고 있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앤더슨이 설립한 힌덴버그 리서치(Hindenburg Research)는 아다니 그룹이 수십 년 동안 가족 명의로 된 해외 위장회사를 동원해 주가를 조작했다면서 아다니 그룹 소속 회사들의 주가가 80% 이상 과대평가됐다고 발표했다.
이후 아다니 그룹 회사들의 주가가 지난 주말까지 20% 가량 떨어져 시가총액이 510억 달러(약 62조8000억 원) 가량 줄었다. 그러자 아다니는 힌덴버그에 소송을 걸겠다고 밝혔으나 힌덴버그는 “환영한다”고 맞받았다.
보잘 것 없는 힌덴버그가 아다니와 같은 거물과 맞붙은 게 이상해 보일 수 있으나 앤더슨은 공매도 투자의 귀재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유명 공매도 투자자인 카슨 블록은 앤더슨에 대해 공매도 투자자로서 “지금까지는 아주 잘해왔다”고 말했다.
공매도 투자자 중 단순히 주가하락에 거는 사람도 있으나 앤더슨처럼 기업의 약점을 밝혀내 공매도하는 행동주의 투자자들도 있다.
일부 기업 임원들은 행동주의 공매 투자에 대해 기업을 파괴하는 건전치 못한 투자라고 비난한다. 그러나 기업 부정을 밝혀내 고수익을 추구하는 중요 행위자라고 보는 견해도 많다.
앤더슨과 함께 일했던 다른 행동주의 공매투자자 가브리엘 그레고는 “수술칼이 있는 반면 사람을 찌르는 칼도 있다면서 행동주의 공매 투자도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앤더슨은 어릴 적부터 거대 질문을 많이 했다고 한다. 정통파 유대 학교에 다니던 어린 시절 성서의 창세기가 진화론과 맞지 않는다며 랍비와 맞선 적도 있다고 스스로 밝히기도 했다.
코네티컷 주립대 경영대학원을 나온 그는 투자회사에서 일하다가 공매도에 나섰다. 2017년 힌덴버그를 설립한 뒤 2020년까지는 거의 파산상태였다.
기업 부정을 폭로하는 보고서를 계속 발표해온 힌덴버그는 2020년 전기자동차 제조사 니콜라가 기술을 과장했다고 폭로하면서 큰 성공을 거두면서 유명해졌다. 니콜라사의 주가가 폭락하고 법무부가 조사에 나서 설립자가 기소됐다. 이 사건으로 앤더슨의 진지한 투자자라는 평판을 받게 됐다.
그러나 힌덴버그가 이번에 아다니 그룹을 겨냥함으로써 니콜라사 사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큰 위험부담을 안게 됐다. 아다니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지원을 받고 있고 발전, 해운, 광산, 송전 사업 등을 하는 아다니 그룹의 이익이 정부 정책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인도 정부는 아다니 그룹 회사 지원책을 속속 마련하고 있다.
블록은 “앤더슨이 인도를 방문하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