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원화거래소 10개 사, 브이사(VXA) 출범
닥사(DAXA)에 이어 두 번째 '코인 거래소' 협의체
"원화거래소 대 비원화거래소 대립 분명해질 것"
관계자들 "원화거래소 늘어날 가능성은 희박"
[서울=뉴시스]이지영 기자 = 국내 코인 시장을 이끄는 거래소 간 경쟁 구도가 심화할 전망이다. 업비트와 빗썸 등 국내 원화거래소 5개 사로 구성된 디지털자산 거래소 공동협의체(DAXA, 닥사)에 이어 비원화거래소 10개 사도 자체 협의체(VXA,브이사)를 출범했기 때문이다. 원화거래소 대 비원화거래소 구도로 나뉘어 출범한 협의체들이 국내 코인 시장에 어떤 효과를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코인(비원화)마켓 거래소 10개 사는 지난 19일 '가상자산 거래소 대표자 협의체(Virtual asset eXchange Association ,VXA)를 출범했다. 이른바 브이사다. 브이사는 기존 원화거래소 협의체 '닥사'에 이어 두 번째로 출범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협의체다. 브이사에는 ▲플랫타익스체인지 ▲플라이빗 ▲BTX ▲프로비트 ▲포블게이트 ▲에이프로비트 ▲오아시스 ▲후오비 코리아 ▲지닥 ▲비블록 등이 포함됐다.
닥사는 지난해 5월 발생한 테라-루나 사태를 계기로 설립된 자율규제기구로, 거래소 간 공동 대응을 통해 투자자 보호책 등을 마련하고자 탄생했다. 닥사는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 국내 5대 원화마켓 거래소들로 구성됐다.
당초 닥사는 자신들의 협의체에 코인마켓 거래소들도 포함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 브이사가 출범하면서 해당 계획 실현 가능성은 희미해졌다. 이에 원화거래소와 비원화거래소 간 대립 구도가 더욱 분명해질 거란 전망이 나온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 A씨는 "원화거래소가 블록체인협회를 탈퇴하면서 닥사를 출범하자 비원화거래소들도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할 구심점이 필요했을 것"이라며 "닥사가 국내 거래소 전체 입장을 전부 대변할 수 없다고 생각하여 만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원화거래소가 전체 거래량의 99%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비원화거래소의 의견은 시장 전체에서 소수 일 수밖에 없다"며 "현재 가상자산 정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소외될 수 있는 그들의 의견을 협의체 설립으로 조금은 반영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다만 협의체 지속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제기됐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 B씨는 "결과적으로는 이해관계 상 만들어진 단체로 보인다. 실명계좌 확보를 목표로 출범한 단체로 봐도 무방하다"며 "국내 거래소 산업이 소수 원화마켓 거래소에 집중된 과점 이슈를 강조하며 실명 계좌를 열어달라는 주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존재가 지속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브이사 소속 거래소 대표들은 출범식에서 "현재 한국 가상자산 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소비자의 선택 권한을 제한하는 시장의 독과점"이라며 "독과점이 생긴 가장 큰 원인은 제한적 은행 실명계좌 발급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원화거래소 늘어날까…가능성은 "글쎄"
브이사가 출범 배경에서 밝힌 '실명계좌 발급'이란 목표를 달성한다면 국내 원화거래소는 향후 5개에서 그 이상으로 확장될 수 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그럴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입을 모았다. 비원화거래소의 '저조한 시장 점유율'이 발목을 잡는다는 진단이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 C씨는 "솔직한 의견으로 브이사가 출범한 목표인 '실명계좌 발급'은 쉽지 않아 보인다"며 "결정적으로 시장 점유율이 1%도 안 되는 상황에서 협의체를 출범했다는 이유만으로 반전을 만들지는 못할 것 같다. 자체 협의체를 통해 목소리를 자유롭게 내는 건 이해하지만, 시장에 미치는 임팩트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 D씨 역시 "국내 가상자산 업계가 아직 크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협의체가 두 개로 나뉠 필요는 없어 보인다"며 "원화거래소와 비원화거래소 간 입장차이는 있지만, 아직은 일원화된 협의체가 더욱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닥사 측은 회원사 추가 계획이 현재까지 유효하다고 전했다. 닥사 관계자는 "앞으로도 회원사를 더 받을 예정이다. 추가 계획은 현재까지도 유효한 상황"이라면서도 "다만 아직 5개 사가 출범 이후 기틀을 마련해나가고 있는 과정이라 조금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브이사 역시 투자 선택 폭을 넓히기 위한 행보를 이어가겠다는 목표다. 브이사 관계자는 "브이사는 소비자 선택권을 넓히고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출범했다"며 "닥사와는 입장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기에 코인마켓 대표들로 구성해 별도 협의체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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