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곡할매글꼴' 할머니들과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마지막 수업'(종합)

기사등록 2023/01/25 14:44:44

40년 만에 교단에 선 이철우 지사 수업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마지막 수업 (사진=칠곡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칠곡=뉴시스] 박홍식 기자 = 학교에 다니지 못했던 '칠곡할매글꼴' 할머니들과 40여 년 만에 교사로 돌아와 분필을 잡은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마지막 수업'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꾹꾹 눌러쓴 손글씨를 디지털 글씨체로 만든 칠곡할매글꼴로 인기를 얻고 있는 경북 칠곡군 할머니들이 이철우 지사가 마련한 수업에 참석해 '명예 졸업장'을 받았다.

이 지사는 25일 경북도청 미래창고에서 '칠곡할매글꼴' 주인공 추유을(89)·이원순(86)·권안자(79)·김영분(77) 할머니를 초청해 특별한 수업을 진행했다.
  
최고령인 이종희(91) 할머니는 건강상의 이유로 참석하지 못했다.

이날 수업은 일제 강점기와 가난으로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한 마지막 세대 할머니들을 위로하고, 200만 명이 넘는 문해력 취약 계층에 관한 관심과 평생 교육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한 취지로 마련됐다.
 
할머니들은 이 지사와 함께하는 남다른 수업을 위해 10대 시절 입지 못한 교복을 곱게 차려입었다.

요양원에서 치료 중인 이종희 할머니는 이번 수업이 마지막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휠체어에 몸을 의지하고 참석하려 했으나 당일 아침 건강 악화로 함께하지 못했다.
 
이 지사는 할머니들을 위해 1970년대 교실을 마련하고 1978~1985년까지 7년간 몸담았던 교단에 올라 할머니들의 일일 교사가 됐다.

수업은 반장을 맡은 김영분 할머니의 구호에 맞춘 할머니들의 인사와 이 지사의 큰절로 시작됐다.
 
이 지사는 할머니 한 분 한 분의 이름을 부르며 출석 체크를 하고, 경북 4대 정신을 설명하고 가족과 대한민국 근대화를 위해 헌신한 할머니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수업에 언급됐던 단어를 할머니에게 불러주며 받아쓰기 시험을 치르고 빨간 색연필로 직접 점수를 매겼다.
수업을 마친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칠곡할매글꼴 할머니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칠곡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 지사는 경북도가 운영하는 경북도민행복대학 이름으로 졸업장을 수여하고 받아쓰기를 잘한 할머니에게는 상장을 전달했다.
 
칠곡 할머니들은 이 지사에게 "할매들은 지방시대가 무슨 말인지 잘 몰라예. 우짜든지 우리 동네에 사람 마이 살게해주이소"라고 적힌 액자를 전하며 지방시대에 대한 소박한 바람을 표현했다.
 
이어 김재욱 칠곡군수의 해설로 '칠곡할매글꼴 사진전'을 관람하는 시간도 가졌다.

큰 꿈을 위해 교사의 꿈을 접었던 이 지사와 학생의 꿈을 이루지 못한 할머니들의 마지막 수업은 막을 내렸다.
 
김영분 할머니는 "우리 할머니들은 가난과 여자라는 이유로, 때론 부모님을 일찍 여의거나 동생 뒷바라지를 위해 학교에 가지 못했다"며 "오늘 수업을 통해 마음에 억눌려 있던 한을 조금이나마 푼 것 같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철우 지사는 "칠곡 할머니의 글씨를 처음 보는 순간 돌아가신 어머님의 모습이 떠올라 가슴이 먹먹했다. 배움에는 끝이 없다. 마지막 수업이 되지 않도록 건강 관리를 잘해주실 것"을 당부했다.

그러면서 "어르신이 남긴 소중한 문화유산을 계승·발전시켜 평생 교육의 중요성과 가치를 널리 알려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칠곡할매글꼴'은 성인문해교육을 통해 일흔이 넘어 한글을 깨친 다섯 명의 칠곡 할머니가 넉 달 동안 종이 2000장에 수 없이 연습한 끝에 2020년 12월 제작된 글씨체다.

윤석열 대통령이 각계 원로와 주요 인사 등에게 보낸 신년 연하장은 물론 한컴과 MS오피스 프로그램에 사용되고 국립한글박물관 문화유산에 등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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