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 분야서만 살다가 다른 데도 관심"
'악플' 처벌 기준엔 "판례 쌓이면 될 것"
[서울=뉴시스] 이창환 강운지 인턴 기자 = 박일환 전 대법관은 자신의 유튜브 구독자들로부터 받는 호평과 관련해 "법 없으면 내가 굶어 죽는다. 법이 있으니까 그거 때문에 먹고 사는 것"이라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차산선생법률상식'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인 박 전 대법관은 지난 18일 서울 강남구 법무법인 바른 사무실에서 진행된 뉴시스와 인터뷰에서 누리꾼들의 '법 없이 사실 분 같다' 등 긍정적 반응에 대해 묻자 이같이 답했다.
유튜브 활동 이후 일어난 삶의 변화를 놓고는 "법조 이런 분야에서만 살다가 여러 언론인, 연예인 이런 분들을 좀 많이 접촉하게 됐다"며 "다른 세계가 어떻게 운영되고, 그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가 이런 데 대한 관심을 자연적으로 가지게 됐다"고 전했다.
연예인·크리에이터들을 향한 '악플(악성 댓글)'의 처벌 기준과 관련해선 "판례가 쌓이면 될 것이다. 요즘 '누구는 빨갱이다', '누구는 공산당이다' 뭐 (등 악플들이 나오는데) 연예인에 대해 어떤 건 (표현)해도 되고, 어떤 건 안 되고 판례가 나오지 않나"라면서도 "그런데 표현의 자유하고 관련돼 있으니까 일률적으로 (잘라 말)하기가 조금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답했다.
다음은 박 전 대법관과의 인터뷰 일문일답.
-대법관이라는 직책은 그 무게가 일반 판사와 체감적으로도 다름을 느낄 것 같다.
"그렇다. 최종심이니까 당사자로서는 이제 마지막 기회니까 대법원에서 잘못 오판하면 구제의 길이 없기 때문이다. 1, 2심은 당사자가 항소하면 또 뭐가 잘못됐다고 해서 고칠 기회가 있으니 판사도 약간은 부담이 좀 적다. 대법원은 혹시 실수한다든지 당사자 말을 잘못 알아들어 판결을 잘못하게 되면, 이제 당사자한테 큰 피해를 주게 되니까 좀 압박감이 있다."
-딸이 어떤 식으로 유튜브를 해보라고 권유한 건가.
"우리 딸이 이제 책을 쓰면 우선 한 권 분량이 다 이제 원고가 작성돼야 하는데, 그 과정이 너무 힘들고 언제 될지도 모른다(고 했다). 유튜브는 하면 단락을 쳐서 독자들한테 그게 전달되니까 반응도 볼 수가 있고 훨씬 더 이제 부담이 적다, 그리고 유튜브 하는 게 실제로 그렇게 어렵지도 않다 집에서 그냥 혼자 찍으면 되니까 한번 해보라고 했다. 해보니까 실제로 또 그렇더라. 나중에 유튜브 영상이 많이 모여 결국 책이 나오긴 나왔다. 유튜브를 하고 그걸 모아서 책을 내니까 두 작업이 다 수월해졌다."
-잘못 알려진 법관에 대해 거론하는 점도 유튜브 시작 계기 중 하나인가.
"뭐 그런 거다. 언론에서 너무 좀 치우쳐서 보도하면서 넘어간 그런 예도 많이 있었기 때문에, 뭐 예컨대 조두순 사건이라든지 판사는 법에 의해서만 하게 돼 있는데 법을 넘어설 수는 없는데 국민의 감정은 그렇지 않은 거다. 여론이 판사한테 비난이 오기도 하는데, 결국 법이 잘못된 거는 또 법을 고치고 그렇게 해결을 하고 있다."
-법리 주제로만 하다 보니 콘텐츠에 대한 고민도 있지 않나.
"있다. 그러니까 너무 시사적인 걸 할 수도 없고, 또 오래된 판례를 할 수도 없다. 최근에 나온 좋은 판례가 있으면 제일 좋은데, 요새는 권리금 같은 그런 판례가 몇 개 나왔는데 상가임대차법은 됐는데 요새 뭐 갱신청구권 이런 건 아직 대법원까지 판례가 안 나와 할 수가 없어서 그게 좀 아쉽다."
-'재능 기부자다', '법 없이 사실 분 같다',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을 가지고 있다' 구독자들 사이에선 이런 반응들이 나온다.
"법 없으면 내가 굶어 죽는다. 법이 있으니까 그거 때문에 먹고 사는 거다."
-유튜브를 시작하고 방송에도 출연하게 됐는데, 자신의 삶에 변화가 있다고 생각하시나.
"이제 그 뒤로는 그렇게 언론에 알려지니까 난 법조 이런 분야에서만 살다가 언론인들을, 예능이라고 할 수 있는 그런 여러 연예인들 이런 분들을 접촉을 좀 많이 하게 됐다. 그래서 다른 또 세계가 어떻게 이제 이렇게 운영되고, 그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가 이런 데 대한 관심을 자연적으로 가지게 됐다."
"길을 가다 알아봐도 나한테 직접 와서 이야기하는 사람은 잘 없다. 이제 가면 알기는 알더라. 특히 학생들 같은 경우 어디 지역에 가면은 자기들끼리 수군대면서 '유튜브 나온 분'이라고 한다."
-대법관 퇴임하고 유튜브를 시작한 지금과 그 당시의 '워라밸'을 비교한다면.
"유튜브는 뭐 워라밸을 하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 시간을 그렇게 내가 많이 (쏟는 것도 아니다). 무슨 생계비를 벌려고 하는 것도 아니니까 그건 비교 대상이 안 된다. 대법관 일은 한 달에 몇 건은 기본적으로 딱 해야 현상 유지가 된다. 근데 유튜브는 한 달에 두 번 해도 되고 세 번 해도 되고 또 한 번 해도 되고 할 것 없으면 좀 쉬어도 되고 하니까 스트레스가 없다고 볼 수 있다."
-연예인·크리에이터들이 곤욕을 겪는 부분인데, 악성 댓글의 처벌 기준이 뚜렷하게 있나.
"판례가 쌓이면 될 거다. 요즘 누구는 빨갱이다, 누구는 공산당이다 뭐 연예인에 대해 하면 어떤 건 되고, 어떤 건 안 되고 판례가 나오지 않나. 그런데 표현의 자유하고 관련돼 있으니까 일률적으로 하기가 조금 어려운 측면이 있다. 나쁘다는 사람은 나쁘다는 걸 표현하는 건데, 그걸 나쁘다는 것도 표현 못 하면 풍자나 해악 같은 것도 없어지고 하지 않겠나. 어떻게 보면 본인이 공중에 나서면 (어느 정도는) 그것도 감수해야 한다."
-향후 이루고 싶은 목표나 계획이 있나.
"이제야 목표라기보다는 편안하게, 건강하게 잘 사는 거지 목표지 뭐 있겠나."
-유튜브 구독자가 늘어나는 부분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유튜브는 원래 내가 목표로 세운 것도 아니고, 그냥 하면 된다고 했는데 그것도 실버 버튼을 받았으니까. 지금 골드 버튼을 받자고 하는 건 있을 수도, 달성할 수도 없는 거고 또 그럴 필요도 없다. 그러니까 그것도 목적을 달성한 거다 사실. 그 정도 됐으면 어떻게 보면 대성공한 것 아닌가. 1만명 넘기도 어렵다는데."
-'빌라왕'이라고 전세 사기가 횡행하는데 현 법 제도를 개선해 풀어낼 방안은 없나.
"전세 제도라는 게 물론 외국에도 아주 특별한 나라에 한두 군데가 있긴 있나 보더라. 그런데 사실상 선진국은 전세 제도라는 게 없다. 그리고 그 틈에 이런 사기 사건도 일어나고 하는데, 실제로는 집주인이 손해다. 1억원을 주고 (집을) 사서 (전셋값으로) 5000만원을 받으면 집값이 안 오르면 남는 게 없지 않나. 거기에 수리비도 들고 세금도 내야 하는데. 전셋값 자체가 집값보다 비싸야지 경제 논리에 맞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부동산 투기 뭐 이런 게 있어서 지금 이렇게 전세 제도가 기형적으로 발전한 거다. 말이 전세지, 전세는 임대차가 아니고 저당권 비슷하게 돼 있다. 그런데 그걸 고치기가, 이런 걸 막는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상당히 어렵다."
-이른바 전관예우에 대해 한 말씀 해주신다면.
"글쎄 전관예우라는 건 사람에 따라서 심리적인 거니까 뭐 있다고 생각하면 있다고 보는 거고, 없다면 없는 귀신하고 비슷한 거다. 조상이 도와서 일이 잘 풀리는 사람은 조상신이 있다고 생각하는 그런 것과 비슷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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