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라, 브라질 육군총장 해임…"폭도 체포 막아"

기사등록 2023/01/22 08:27:50 최종수정 2023/01/22 10:14:48
[브라질리아=AP/뉴시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수도 브라질리아의 대통령궁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룰라 대통령은 이날 대선 결과에 불복하는 시위대의 대통령궁·의회·대법원 난입을 규탄하는 공동 성명을 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지지자 수백 명은 전날 브라질 의회와 대통령궁, 대법원 등에 난입해 폭동을 일으켰다. 2023.01.10.
[서울=뉴시스] 박준호 기자 = 브라질 육군의 수장이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신임 대통령이 1월8일 브라질리아에서 발생한 폭동 이후 우익 폭도들의 체포를 막으려 했다고 주장한 후 해임됐다.

21일(현지시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육군참모총장직을 맡은 줄리우 세자르 지 아루다 장군은 극우 성향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룰라 행정부가 실패한 쿠데타 시도라고 부르는 브라질 수도에서의 대혼란을 일으킨 지 거의 2주 만에 직위에서 물러났다.

보우소나루와 정치적으로 연계돼있는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 아루다는 폭동 당일 밤 경찰이 브라질리아 육군본부 외곽의 캠프에 피신한 폭도 용의자들을 구금하는 것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아루다는 플라비오 디노 법무장관에게 "당신은 여기에서 사람들을 체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매우 논란이 많은 그 같은 결정은 수십 명의 우익 범죄자들이 브라질 대통령궁, 대법원, 의회를 샅샅이 뒤진 후 체포를 피할 수 있게 해준 것으로 여겨지며, 또한 당시 폭동이 브라질 군부의 구성원들로부터 최소한 어느 정도의 지지를 받았다는 의혹에 무게를 실어줬다.

사관학교를 졸업한 육군 대위 출신인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수십년 간 브라질 보안군과 유대관계를 쌓아왔으며 군경 관계자들 사이에서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다.

다수의 군 관리들이 친 보우소나루 봉기를 장려하고 가담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룰라 대통령은 폭도들이 대통령궁을 침입할 수 있도록 내부 도움을 받은 것으로 의심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룰라 대통령은 폭동 나흘 후 브라질리아에서 기자들에게 "많은 사람들이 이 사건에 연루되었다…헌병대의 많은 사람들이 연루되었다"며 "대통령궁 안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공모했다"고 말했다.

[브라질리아=AP/뉴시스] 8일(현지시간) 브라질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위대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의 집무실이 있는 플라날토궁을 습격해 최루 가스를 살포하는 경찰 차량에 맞서고 있다. 룰라 대통령은 시위대를 '광신도, 파시스트'라고 부르며 "모든 법령을 동원해 죄를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2023.01.09.
브라질 현지매체인 '오 글로보' 신문은 룰라 대통령이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을 뿌리뽑기 위해 지난 5일간 최소 80명의 군 간부들을 해임했다고 보도했다.

아루다의 후임인 새 육군참모총장으로는 62세의 상파울루의 남동부 군 사령관인 토마스 미겔 리베이로 파이바 장군으로 교체될 예정이다.

브라질의 저명한 언론인 라우로 자르딤은 아루다 해임의 직접적인 계기가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갈 무렵 브라질리아 인근 전문 육군 대대를 맡았던 보우소나루의 전 보좌관 마우로 시드 중령을 해임하라는 룰라의 명령에 복종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자르딤은 "군 최고사령관으로서 룰라가 할 수 있는 일은 다른 것이 없었다. 그가 아루다를 해임했거나, 아니면 그가 다시는 군대의 통제권을 갖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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