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지방 폭우, 남부지방 가뭄…8월 호우에 '반지하 비극
폭염에 고령층 '온열질환' 피해…빈번해진 '가을 태풍' 위험
기후위기 취약계층 대책 법제화해야…'위험지도' 구축도
[서울=뉴시스]정진형 기자 = 1월에 3월 초·중순 봄 날씨가 찾아오다가 돌연 '시베리아 한파'가 몰아닥친다. 남부지방은 한해의 3분의 2 가까이 가뭄에 시달리고 중부지방을 가로로 관통한 정체전선을 따라 수도권에 폭우 사태가 벌어진다.
지난해 날씨는 전지구적인 기후변화에 예외는 없다는 것을 보여주듯 한반도에서도 이상기후 현상이 두루 나타났다. 폭우나 폭염, 한파 등 예상치 못한 이상기후는 저소득층, 노인, 어린이, 옥외(바깥) 노동자 등 '기후변화 취약계층'에 특히 가혹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어 대책이 요구된다.
23일 기상청의 '2022년 기후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중부지방 연 누적 강수량은 1454.7㎜에 달했던 반면 같은 기간 남부지방은 922.2㎜로 절반을 약간 넘는 수준에 그쳤다.
특히 지난해 남부지방 가뭄일수는 227.3일로 1973년 기상 관측 이래 가장 오랜 기간 가물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중부지방은 예상치 못한 큰 비에 피해를 입었다.
지난해 8월 수도권은 폭우 사태로 14명이 사망하고 6명이 실종되는 인명피해가 발생했는데, 경제적 기반이 취약해 반지하 주택에 거주하던 이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에 거주하던 발달장애인 일가족 3명이 불어난 물에 빠져나오지 못 하고 숨졌고, 동작구 상도동에서도 5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점차 맹위를 떨치는 '가을 태풍'도 기후변화의 산물이다. 11호 태풍 '힌남노'부터 12호 태풍 '무이파', 14호 태풍 '난마돌'에 이르기까지 가을 태풍이 연달아 직간접적으로 한반도에 영향을 줬다.
특히 강력했던 힌남노로 이재민 2700여명이 발생했는데, 대부분이 주거 취약계층이었다.
기온 상승은 고령층에게 큰 위협으로 다가온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질병관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2018~2021년) 응급실 내원 온열질환 환자 통계를 보면 전체 내원 환자 1만395명 중 50대가 22.3%, 60대가 16.5%, 70세 이상이 21.6%에 달했다. 특히 온열질환 사망자(99명) 중 50.5%가 70세 이상이었다.
가을 태풍이 이상고온 현상에 한몫을 하기도 한다. 태풍 무이파와 난마돌이 더운 공기를 몰고 와 9월 중순에 폭염주의보가 내려지는 일도 있었다.
한반도 평균 기온은 점차 상승하고 있어 우려된다. 지난해 전국 연평균 기온은 평년보다 0.4도 오른 12.9도였다. 폭염 일수는 약간 감소했지만 열대야일수는 2배 가까이 늘어난 13.2일로 집계됐다. 특히 관측이래 처음으로 6월에 열대야 현상까지 나타났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기후위기 취약계층 보호대책 개선방안 보고서(이동영 입법조사관)'에 따르면, 기후 위기 취약계층은 ▲생물학적 취약계층(노인, 영·유아, 어린이, 임신부, 만성질환자, 장애인) ▲사회경제적 취약계층(기초생활수급자, 노숙자, 옥외근로자) ▲취약시설(상습수해지역·노후화주택) 거주자 등으로 구분된다.
이들에 대한 기후위기 노출 실태, 피해영향에 대해 조사하고, 현재 있는 탄소중립기본법을 개정하거나 가칭 '기후위기적응법' 등을 새로 제정해 이들에 대한 맞춤형 폭염·한파 적응 대책을 구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게 보고서의 지적이다.
나아가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폭염·한파 위험지도'를 구축해 피해 위험도가 높은 지역에 사전에 피해 저감 대책을 세우고 위험 기상 상황이 나올 때 적용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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