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공인중개사 거래 비중 60% 내외 불과
기획부동산·부동산 컨설팅 업체 등이 활개
지도·단속 권한 지자체, 담당인력 2~3명 뿐
[서울=뉴시스] 고가혜 기자 = 전세사기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불법·무등록 중개거래가 전체 부동산 거래 중 10건 중 4건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위 '빌라왕'∙'건축왕' 등의 사건이 크게 이슈가 되면서 전세사기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지만 단속에 나설 행정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데다, 공인중개사 업계 내 자체 관리·감독 권한도 없어 단속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전체 부동산 거래에서 '등록 공인중개사'가 거래하는 거래의 비중은 60% 내외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외 5~6%는 직거래이며, 35%가량은 자격증이 없는 '무등록 공인중개사', 속칭 기획부동산이나 부동산 컨설팅 업자 등의 중개 거래다.
그간 불법∙무등록 부동산 거래는 부동산 시장의 건전성을 저해하고 교란하는 근원지로 지목돼 왔다. 최근 급증하는 전세사기는 물론 신고가 조작이나 다운계약, 불법 전매 등 부동산 시장 병폐로 거론되는 문제 대다수가 불법∙무등록 거래를 통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불법∙무등록 중개거래에 대한 단속이 쉽지 않은 실정이라는 점이다. 현재 불법∙무등록 중개거래에 대한 지도∙단속 권한은 각 지방자치단체가 가지고 있으나 지역별 담당 공무원 수가 대체로 2~3명에 불과한 상황이다.
일례로 전국에서 인구 규모가 가장 작은 '시'인 강원 태백시(3만9428명)의 경우 지난해 이뤄진 토지 및 건축물 거래 건수가 2462건에 달하는데, 그렇다면 공무원 한 사람당 관리해야 할 거래 건수는 약 800~1000건 가까이 되는 상황인 것이다.
게다가 최근 언론을 연일 장식하고 있는 이른바 빌라왕∙건축왕∙빌라의 신 등 일당이 벌인 전세사기 사건에 연루된 주택만 6300건에 넘어서고 있다. 현재 국토교통부와 경찰이 지난해 7월부터 올 1월1일까지 단속한 전세사기 관련 검거인원이 844명, 구속인원만 83명에 달하지만 아직 드러나지 않은 전세사기는 피해규모 파악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이와 관련해 업계의 한 관계자는 "불법∙무등록 중개거래 관련 단속은 합동조사 등과 같이 일제 단속이 이뤄지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평상시에는 실적이 전무한 수준"이라며 "지역 공인중개사들은 일대에서 활동하는 불법∙무등록 중개거래 업소 등을 가장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만큼, 이들을 통해 관리∙감독 사각지대를 줄여 국민 재산권을 지키고 시장 교란을 막을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원희룡 국토부 장관 역시 최근의 전세사기 문제와 관련해 "임대차 시장에서 공인중개사의 존재 이유는 임차인에게 공정하고 안심할 수 있는 거래 서비스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공인중개사가 부동산 시장을 건전하게 하고 서민들의 재산을 지켜주는 재산 보호인 역할까지 수행해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한공협은 지난 11일 약 200여명의 임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결의대회를 열고 자체 전세사기 방지 방안을 발표했다. 협회가 내놓은 방안은 ▲전세사기 방지를 위한 계약서 특약 적용 ▲공인중개사 윤리규정 제정 및 교육 ▲협회 시세모니터 강화 ▲위험 매물 리스트 작성 관리 ▲전세사기 의심 사례 적극 제보 ▲임대인 신용정보 시스템 협회 부동산거래정보망 적용 ▲고의 사기∙횡령 공제사고자 공제가입 제한 ▲사고 위험지역 중심 전세피해 예방교육 강화 등이다.
한편 중개 업계의 불법 거래 단속이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면서 정치권에서도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김병욱 의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공인중개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전체 개업 공인중개사의 97%인 11만3000여 명이 속해 있는 한공협을 법정단체화 하고, 부동산 거래질서 교란행위 등 단속 업무 일부를 협회에 위탁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더불어 공인중개사가 협회에 의무적으로 가입할 수 있도록 하고, 협회가 회원을 지도 관리하고 행정처분도 요청할 수 있게 해 자정능력 또한 강화하도록 했다.
이종혁 한공협 회장은 "일선 공인중개사들은 이상거래 현상을 누구보다 빨리 감지하는 만큼, 한공협이 정부와 함께 시장 관리∙감독에 나서게 되면 사각지대 없는 전방위적인 실시간 중개시장 모니터링이 가능해진다"며 "전세사기 뿐 아니라 국민 재산권을 저해하는 각종 부동산 불법거래를 양성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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