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찍는 카메라, 다 캐논"…이재용의 뼈 있는 농담?

기사등록 2023/01/19 16:42:01 최종수정 2023/01/20 08:45:33
[다보스=뉴시스] 전신 기자 = 박형준 부산시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8일(현지시간) 다보스 한 호텔에서 열린 한국의 밤 행사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2023.01.19. photo1006@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인준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다보스포럼에서 한 발언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18일(현지 시각) 이 회장은 스위스 아메론 호텔에서 열린 '한국의 밤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를 사진을 다 찍는데 (언론사) 카메라가 다 캐논만 있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캐논은 일본의 대표 디지털카메라 기업 중 한 곳이다.

그는 "아부다비에서 (취재진을) 오랜만에 봤더니 다 '캐논'이더라"라며 "제가 물어봤더니 동영상이 안돼서 다 캐논만 쓴다고 하더라"라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반도체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의 수장 답게 "내가 직업병이 있다"며 농담처럼 말했지만, 국내외 전자산업에 만만찮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단순히 삼성 제품에 대한 애착을 드러낸 것일 수는 있다.

이 회장이 삼성전자 스마트폰을 업무용 전화로 사용할 수 있도록 지난 2015년 미국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를 직접 방문해 관계자를 설득한 것은 이미 재계에 널리 알려진 일화다. 또 언론사 기자가 인터뷰에 응하자 "(삼성전자의) 갤럭시를 쓰면 인터뷰할 텐데"라고 응대하거나, 지난해 말 베트남 출장길에 오르며, 삼성물산 브랜드인 빈폴의 '패딩 조끼'를 입은 것이 화제가 된 일도 있다.

나아가 미완의 카메라 사업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낸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삼성전자는 1970년대 이건희 선대 회장의 지시로 카메라 사업을 의욕적으로 전개했다. 일본 제품 수입상을 넘어 카메라 제조사로 비상하겠다는 원대한 포부가 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결국 2017년 디지털카메라 생산과 판매를 완전히 접었다. 이런 가운데 이 회장이 굳이 디지털 카메라에 대해 언급한 것은 지난 사업 철수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한 것으로도 보인다.

다만 그가 경제 사절단의 일원이라는 점에서 이날 발언의 무게가 가볍지 않다는 해석도 있다.

그는 이번에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한국의 경제 사절단의 일원으로 아부다비를 방문했다. 그런 점에서 그가 일본의 카메라 기업인 캐논을 굳이 언급한 것이 예사롭지 않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이후 한동안 소원했던 한일 양국의 경제 교류를 활성화하는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뜻이 아니냐고 본다.

이 회장은 재계에서 일본통으로 통한다. 그는 일본 게이오대학 대학원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마쳐 일본어에 능통할 뿐 아니라 현지 기업 관계자들과도 두터운 관계를 쌓아왔다. 특히 그는 지난 2019년 한일 양국이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관련 무역 갈등을 빚을 때도 일본 게이단렌(경제단체연합회)의 초청으로 '2019 일본 럭비 월드컵'을 참관했으며, 당시 럭비 월드컵 조직위원회 회장인 미타라이 후지오 캐논 회장 겸 명예회장과 만난 바 있다.

이번 다보스 포럼에서도 히가시하라 도시아키 히타치그룹 회장 등 일본 주요 인사들과 환담을 나눴다.  업계에서는 이어 같은 날 열린 일본 주최 '재팬 나이트'에  이 회장이 다녀갔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쟁 의식일 수도 있다. 현재 캐논은 자체 이미지센서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지센서는 카메라에서 사람 눈을 대신하는 장치로, 대표적 비메모리 반도체다

현재 이미지센서 업계 1위는 일본의 소니로,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소니에 이어 업계 2위로 자리매김했지만, 여전히 디지털카메라 시장에 발을 붙이지 못하고 있다.

다만 그럼에도 삼성전자는 최근 스마트폰 갤럭시23 시리즈에 2억화소 제품을 적용하는 등 관련 시장에서 초고화소 제품에 대한 업계 최고 수준의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그런 만큼 이 회장의 이날 발언은 이미지센서 제품에 대한 자신감이자, 캐논 등 다른 디지털 카메라 시장에 대한 구애로도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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