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현장조사 방해' 혐의 검찰 고발 결정
사실상 '사업자단체' 인정…특고 노동권 쟁점
특고 노조 지위 인정한 대법 판례도 잇따라
"정권 입맛대로 정해둔 '화물연대 탄압' 목표"
[세종=뉴시스]임소현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를 사실상 '사업자단체'로 인정하고 '조사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사업자단체 인정 여부는 골프장 캐디, 학습지 교사 등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의 노동권 관련 중요 쟁점 사항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19일 공정위에 따르면 공정위는 전날 화물연대의 현장조사 방해 혐의에 대해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공정위와 화물연대의 공방전 핵심은 사업자단체 인정 여부다. 공정위가 골프장 캐디, 학습지 교사 등 특고 지위를 갖는 노동자를 향후 조사할 수 있는 선례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앞서 공정위는 화물연대본부의 집단 운송거부 과정에서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조사에 착수했다.
이와 관련한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지난해 12월2일과 5일, 6일 등 세 차례에 걸쳐 서울 강서구 화물연대 사무실과 부산지역본부 사무실 현장조사를 시도했으나 건물에 진입하지 못했다.
화물연대는 조사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조사를 거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노동자로 구성된 노동조합이고, 공정거래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측은 "화물연대본부의 구성원들은 현장조사 기간 동안 사무실이 입주한 건물 입구를 봉쇄하고 조사공무원들의 진입을 저지했으며 화물연대본부는 노동자로 구성된 노동조합이므로 공정위 조사에 응할 수 없다는 의견서를 제출하면서 일체 조사를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화물연대에 대해 사업자단체로 봐야한다고 판단했다. 노동조합법상 설립신고증을 교부받은 바 없고, 단체행동과 관련된 법상 절차(조정 절차 및 쟁의 찬반투표 등)도 거치지 않아 노동조합으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고용노동부의 입장도 이번 판단의 근거로 제시했다.
이승규 공정위 카르텔총괄과장은 "화물연대 구성원 중에는 본인이 사업자등록을 해서 운송사업을 하는 사람이 일부 있고 미수탁 계약을 통해 사업하는 개인사업자들도 있다"며 "따라서 사업자 단체로 조사대상이 된다고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발도 적지 않다. 법원 판례 등에서 사실상 노동조합으로서의 지위를 인정받은 화물연대를 사업자단체로 규정하는 것은 공정위가 입맛에 맞게 법적용 대상 해석을 달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국내법에서도 특고를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는 노동자로 보긴 어렵지만, 적어도 노조를 결성해 단체행동을 할 수 있는 노동자로 봐야 한다는 판결이 잇따랐다. 대법원은 2018년 기존 판례를 바꿔 학습지 교사를 노조법상 노동자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놨다.
화물연대는 성명을 내고 "이미 정권의 입맛대로 ‘화물연대 탄압’이라는 목표를 정해둔 공정위의 조사이기 때문에 이번 전원회의 심의·결정은 처음부터 공정성을 기대할 수 없었다"며 "예상했던 바대로 전원회의는 공정위원장이 앵무새처럼 반복했던 특고노동자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여과 없이 드러내며 검찰 고발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정위의 검찰 고발에 대해 "우리 국회가 비준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기준을 봐도 말이 안 된다"며 "국제 기준에도 맞지 않는 법 집행으로 세계의 비웃음을 살 일"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박 의원은 노조법의 적용을 받는 단체의 경우 공정거래법 적용을 받지 않도록 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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