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선수 위해 비즈니스석 내준 일화…의무실 직접 찾아 선수 위로하기도
박항서 감독 "사랑하는 선수들과 더는 같이할 수 없어 마음 아파"
국내 복귀설…현장 지도자보단 자문 역할 맡을 수도
박항서 감독은 16일 막 내린 2022 아세안축구연맹(AFF) 미쓰비시일렉트릭컵(미쓰비시컵) 결승에서 태국에 져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비록 우승으로 '라스트댄스'를 화려하게 마무리하지 못했지만, 박 감독의 지난 5년은 영광으로 가득했다.
특히 박 감독은 베트남 매체와 팬들로부터 '베트남 축구를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들은 박 감독의 성공 비결로 가장 먼저 '리더십'을 꼽는다.
가장 유명한 일화로는 2018년 12월 스즈키컵 당시 결승 1차전을 위해 말레이시아로 이동하던 중 비행기에서 부상 선수에게 자신의 비즈니스석을 양보한 일이 있다.
또 스즈키컵에서 10년 만에 우승한 뒤 베트남 선수들이 기자회견 중인 박 감독에게 물을 뿌리며 깡충깡충 뛴 적이 있는데, 박 감독은 싫은 내색 없이 선수들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선수들의 얼굴을 쓰다듬고, 어깨를 토닥였다.
부상 선수도 빠짐없이 챙겼다. 박 감독은 대회마다 직접 의무실을 찾아가 부상 중인 선수들을 위로했다.
2018년 23세 이하(U-23)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 결승전이 끝난 뒤에는 벤치를 지킨 선수들에게 "출전시키지 못해 미안하다"며 양해를 구한 적도 있다.
언어는 통하지 않았지만, 박 감독은 제자들과 소통을 위해 이처럼 먼저 다가서려고 노력했다.
베트남 선수들이 박 감독을 아버지처럼 믿고 따를 수 있는 배경이다.
박 감독은 미쓰비시컵에서 준우승한 뒤 "사랑하는 선수들과 더는 같이 할 수 없는 게 가장 아쉽고 마음이 아프다. 선수들과 함께 생활하며 동고동락한 기억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무실에서 선수들과 지냈던 시간이 가장 많이 생각날 것 같다. 이젠 팬으로서 베트남 축구를 응원하고 항상 기억하겠다"고 강조했다.
베트남과 화려했던 5년의 마침표를 찍은 박 감독은 축구 인생의 다음 챕터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박 감독은 "전에도 베트남과 한국에선 감독을 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말씀드렸다"며 "한국에는 저보다 훌륭한 후배들, 동료들이 많다. 한국에서 현장 지도자로서 역할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제가 성격상 한 가지 일을 하면서 다른 생각을 못 한다"며 "소속사 대표가 제 미래에 대해 몇 가지 안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저도 생각해봐야 한다. 가족들과도 상의해야 할 부분이다. 어떤 곳에서 어떤 일을 하는 게 저에게 적합한지 깊이 고민해봐야 한다. 분명한 건 제가 축구를 가장 잘 할 수 있으므로 축구계에 종사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박 감독의 향후 거취가 불투명한 가운데 일각에선 현장이 아닌 행정가로 국내에 돌아오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있었다.
실제로 축구계에 따르면 프로축구 한 구단이 모기업의 베트남 진출 시장 진출을 위해 박 감독을 영입하려 한다는 소문도 있었다.
하지만 박 감독은 행정가로서의 길은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2002 한일월드컵에서 거스 히딩크 감독을 보좌하며 4강 신화를 쓴 박 감독은 아직 사령탑으로 월드컵에 나서진 못했다.
국내 지도자 복귀엔 선을 그었지만, 베트남을 제외한 다른 나라의 제안이 온다면 귀를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2026년 캐나다, 멕시코, 미국이 공동개최하는 월드컵부터 종전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본선 참가국이 늘어나면서 아시아 국가의 본선 가능성이 커진 점도 변수다.
월드컵 본선에 목 마른 중국과 중앙아시아, 중동 국가들이 박 감독의 차기 행선지가 될 수도 있다.
박 감독은 "이번 카타르월드컵 개최국 카타르를 보면서 월드컵에서 경험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꼈다"며 "부족하지만, 저를 불러준다면 한번 생각은 해볼 것이다. 하지만 저를 불러주는 팀이 있겠느냐"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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