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김봉현' 횡령 징역 40년 구형…"개전의 정 전무"(종합)

기사등록 2023/01/16 17:42:38

스타모빌리티·수원여객 등 1000억대 횡령 혐의…정치권·檢에 향응

지난해 11월 재판 직전 달아났다 48일 만에 검거…두번째 도피극

검찰 "매우 중대한 경제범죄…도주 사실만 봐도 사회적 격리 필요해"

김봉현 "피해 변제할 시간 벌려 잘못된 판단…檢, 내게 악감정 가져"

내달 9일 1심 선고…도주에 '건강상 이유'로 총 4차례 재판 연기

[서울=뉴시스] 라임자산운용(라임) 사태의 핵심 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11일 오후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했다. 김 전 회장은 이날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리는 결심공판 출석을 앞두고 있었다. 사진은 지난 9월 20일 김 전 회장이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법정을 나오는 모습. (사진=뉴시스 DB) 2022.11.1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정진형 기자 = 라임자산운용(라임) 사태 핵심 인물로 1000억원 대 횡령 혐의를 받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에게 검찰이 16일 징역 40년형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재판 직전 달아났던 것을 거론하며 중형 필요성을 강조했고, 김 전 회장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데 송구하다면서도 피해를 변제할 시간을 벌려는 의도였다고 주장했다.

지난 결심 공판에 '건강상의 이유'로 불출석했던 김 전 회장은 이날 공판에는 헝클어진 머리에 수형복 차림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마스크를 썼지만 딱딱하게 굳은 표정이었고, 재판 중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인 모습이 자주 보였다.

검찰은 이날 오후 2시께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이상주) 심리로 열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 결심 공판에서 김 전 회장에게 징역 40년을 구형했다. 아울러 범죄수익 774억3540만원을 추징해달라고 요청했다.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모 전 스타모빌리티 사내이사에 대해선 징역 12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이 사건은 매우 중대한 경제범죄이자 부패범죄"라며 "범행을 저지르던 시점부터 지금까지 일말의 반성이 없고 피해자의 피해도 안중에 없고 오직 자기 책임을 피하는 데 골몰한 것은 그간 행적으로 명백하며, 특히 전자팔찌를 끊고 도주한 순간 사회적으로 격리해야 하는, 개전(행실이나 태도의 잘못을 뉘우침)의 정이 전무한 범죄자임을 스스로 확정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앞선 재판에서 공범들이 징역 3~7년을 선고받은 것을 열거한 뒤 주범인 김 전 회장에게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 재판 결과로 우리 사회 구성원들에게 다른 사람의 재산을 함부로 사용하면 엄벌을 받으며, 부정한 목적으로 권한을 가진 자에 금품을 주면 처벌받으며, 범죄수익은 반드시 환수된다는 사실, 수사와 재판 중 도주할 시 반드시 더 중한 형벌이 부여된다는 것과 우리 사회의 사법정의가 살아있음을 확인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사법시스템을 신뢰하도록 양형에 심사숙고해주기 바란다"면서 재판부에 엄벌을 호소했다.

반면 김 전 회장 측은 이른바 '검사 술접대'를 폭로한 뒤 검찰이 악감정을 품고 압박을 가했다고 주장하며 선처를 호소했다. 그는 지난 2020년 10월 옥중에서 낸 입장문에서 2019년 7월 전관 변호사를 통해 라임 수사팀에 포함된 검사들에게 술접대 등 향응을 제공했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전 회장은 최후진술에서 재판 전 달아난 것에 대해 "사회적으로 물의를 끼친 것에 진심으로 죄송하다"면서도 "그러나 검찰에서 주장한 것처럼 내가 중국 밀항을 계획하고 사전에 책임을 회피하려고 계획범죄를 저지른 건 전혀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어 "작년 8월 검찰 인사가 끝나고 (다른 사건으로) 구속영장 청구, 보석 취소 청구를 하며 굉장히 압박해서 심적으로 위축돼있었다"며 "당일까지 고민하다가 어떻게든 피해를 변제하기 위해, 시간을 벌어 선처를 받아야겠다는 잘못된 판단을 해 도주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 제가 2020년에 입장문을 발표한 게 계기가 돼 검찰이 내게 굉장히 안 좋은 감정을 갖고 압박한 게 마음 속에 굉장히 큰 압박으로 다가왔다"며 "내가 저지른 부분을 반성하고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다"고 했다.

김 전 회장의 1심 선고 공판은 내달 9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서울=뉴시스] 서울남부지검이 22일 라임자산운용(라임)사태 핵심 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도주 당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 자택을 나서는 모습이 담긴 CCTV를 공개했다. 김 전 회장은 스타모빌리티, 수원여객 등 관련으로 1000억원대 횡령 혐의로 재판을 받던 중 지난 11일 전자팔찌를 끊고 잠적했다. (사진=서울남부지검 제공) 2022.11.2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한편 김 전 회장의 구속 기일이 내달 2일로 끝나게 돼 이날 재판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도 이뤄졌다.

김 전 회장은 "얼굴이 알려져서 어디 갈래야 갈 수 없다"며 "시간이 주어진다면 단 한 시간이라도 피해 복구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싶다. 기회를 준다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호소했다.

이 재판은 당초 지난해 11월11일에 열릴 예정이었으나 김 전 회장이 달아나면서 연기됐고, 김 전 회장이 붙잡힌 뒤 지난 12일 잡혔던 결심 공판도 김 전 회장이 돌연 '건강상의 이유'로 재판에 불출석하면서 총 네 차례 연기됐다.

이에 재판부는 지난 12일 "피고인이 공판을 지체하는 것 같다"면서 김 전 회장에 대한 구인영장을 발부하면서 이날도 불출석할 경우 궐석재판(피고인 출석 없는 재판 진행)을 진행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김 전 회장은 버스업체 수원여객, 스타모빌리티, 재항군인회(향군) 상조회 자금 등 약 1000억원을 횡령하고 정치권과 검찰에 금품과 향응 등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우선 지난 2018년 10월부터 2019년 1월까지 수원여객 계좌에서 유령 법인 계좌로 총 26회에 걸쳐 회삿돈 241억원을 빼돌렸다.

2020년 1월에는 라임이 투자한 스타모빌리티 전환사채(CB) 인수대금 400억원 중 192억원을 향군 상조회 인수자금에, 나머지 208억7540만원을 개인채무 변제금 등에 쓴 혐의도 받고 있다.

이밖에 인수한 향군 상조회의 자금과 부동산 등 합계 377억4119만원, 스탠다드자산운용 자금 15억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는다.

김 전 회장은 지난해 11월11일 재판을 1시간30여분 앞두고 경기도 하남시 팔당대교 남단에서 전자팔찌를 끊고 도주했고, 48일 만인 지난달 29일 은신하던 경기 화성 동탄 소재 한 아파트에서 검찰 수사팀에게 붙잡혀 현재 서울남부구치소에 수감돼있다.

그는 경찰 수사를 받던 지난 2020년 1월에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처음으로 잠적해 그해 4월 체포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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