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심의 한창인데…10곳 중 1곳은 회의록조차 미공개

기사등록 2023/01/17 07:00:00 최종수정 2023/01/17 07:17:47

대학교육연구소, 4년제 대학 등심위 전수조사

196개 대학 중 20개교, 지난해 회의록 미게재

교육부 "공개기한 안 정해져 올렸다 내렸을 것"

60%, 한 번 회의해 등록금 책정…"부실 심의"

대학생 "이대로 규제완화? 등록금 인상 불가피"

[전주=뉴시스] 김얼 기자=지난 2019년 3월6일 전북 전주시 전북대학교 교정이 개강을 맞아 신입생 동아리 모집을 하며 학생들로 북적이고 있다. 2023.01.17.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김경록 기자 = 2023학년도 개강을 앞두고 각 대학의 등록금 심의가 한창인 가운데, 지난해 10개 대학 중 1곳은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 회의록조차 공개하지 않아 '부실 심의' 우려가 제기된다.

17일 사단법인 대학교육연구소 임은희 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등심위 회의 운영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4년제 대학 196개교 중 20개교(10.2%)에서 지난해 등심위 회의록을 열람할 수 없었다.

경희대처럼 홈페이지에 회의록을 게재했으나 로그인해야 열람할 수 있는 경우도 있었다. 고등교육법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등심위 개최 10일 안에 회의록을 학교 홈페이지에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언제까지 공개해야 하는지 그 기한은 법에서 정하지 않고 있다.

임 연구원은 "현행 법령에는 공개의무만 있을뿐 공개기한이 없어 대학마다 제각각"이라며 "등록금을 합리적으로 책정하기 위해선 과거 자료 검토 등 연속성 상에서 논의가 필요한 만큼 회의록 공시 기간을 5년으로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등심위원 10분의 3이 학생들인데 회의록을 아예 올리지 않은 대학은 아마 없을 거고, 공개 기한이 정해지지 않아서 게재했다가 내린 것으로 추정한다"며 "등록금 책정에 자료가 필요한 경우 학교에 요청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 있기 때문에 합리적인 등록금 책정이란 목적은 달성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또 다른 법 위반 사례도 있다. 등심위 규정을 공개한 150개교 중 39개교(26.0%)는 회의 소집 권한을 위원장에게만 부여하고 있어 교육부령인 '대학 등록금에 관한 규칙'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래라면 '재적위원 10분의 4 이상이 요청하는 경우'에도 등심위를 소집할 수 있어야 한다.

재적위원의 10분의 4보다 높은 '과반수'가 요청해야 회의를 소집할 수 있게 한 경우도 5개교(3.3%) 있었다.

임 연구원은 "교육부령을 위반하거나 학생 참여를 제약할 가능성이 있는 개별 대학의 등심위 규정을 개선할 수 있도록 교육부 차원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등심위 회의가 위원장 혹은 재적위원 10분의 4 이상이 요청해야 열릴 수 있단 조항이 지난해 2월에 신설돼 정부에서 안내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부실 등심위' 지적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회의록을 공개한 176개교 중 107개교(60.8%)는 등록금 책정을 회의 한 번 만에 끝냈다. 대면 회의 없이 서면 심의만으로 등록금을 결정했거나 1~2회 회의를 진행한 경우로 범위를 넓히면 그 수는 145개교(82.3%)에 달한다.

회의록 공개 의무처럼 법에 규정된 회의 횟수는 없다. 다만 등록금이 많게는 1000억 단위의 내년도 예산을 검토 과정에서 결정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80%가 넘는 대학이 1~2회 만에 등록금 책정을 끝냈다는 건 등심위 내실에 대한 우려가 제기될 만한 대목이다.

일례로 서강대와 광운대는 지난해 등록금 책정을 1차례 회의 만에 끝내고 각각 1751억원, 1175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이처럼 등심위가 부실하게 운영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등록금 규제를 완화할 경우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반응이 나온다. 지난해 교육부는 국민의힘 규제개혁추진단에 등록금 규제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의 문건을 보고했다가 논란이 되자 뒤늦게 "사실과 다르다"며 "신중히 검토해 나간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민지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의장은 "대학 본부에서 회의 자료도 5일 전에 안 주는 경우가 많고, 위원회 구성도 학교 측 위원이 과반이라 5대 4로 가결되는 경우가 많다"며 "등록금을 주제로 학교와 논의를 하는 자리가 아니라 학교가 결정하면 학생들이 질문하는 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등심위에 학생들이 참여한다는 의의는 있지만 부실하게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고 본다"며 "이 상태에서 등록금 규제가 완화된다면 안 올릴 대학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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