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뉴욕필에서 온 지휘자 얍 판 츠베덴(63)이 서울시향 미래의 한 페이지를 그려냈다.
서울시향이 12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연 새해 첫 공연에 호흡을 맞춘 츠베덴은 브람스부터 바그너까지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미리보기' 한 편을 선사하며 내년부터 5년간 펼쳐갈 '츠베덴 호' 항해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현재 뉴욕 필하모닉 음악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는 츠베덴은 '오케스트라 트레이너'로 불린다. 그 명성만큼 이번 서울시향 첫 공연도 절도 있고 엄격한 지휘로 무대를 장악했다. 브람스로 풍성함을, 바그너로 섬세함을 담아내며 시작부터 끝의 한음까지 꼼꼼하게 챙겼다.
대타로 투입됐지만 '역시' 이름값을 높였다. 당초 지난해까지 서울시향 음악감독을 맡은 오스모 벤스케가 설 예정이었다. 하지만 벤스케 감독이 낙상 사고를 당하면서 갑작스럽게 지휘자를 변경하게 됐고 츠베덴이 계획된 일정을 취소하고 한국행을 결심했다. 지난 8일 네덜란드의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관현악단(RCO) 연주를 마친 후 곧바로 한국으로 날아온 그는 10일부터 사흘간 리허설에 열정적으로 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연의 포문은 브람스 교향곡 1번이 열었다. 약 45분의 대작으로 츠베덴의 고유 레퍼토리 중 하나다. 브람스가 무려 21년의 세월이 걸려 작곡한 곡으로, 베토벤을 연상시키는 선율로 인해 '베토벤 교향곡 10번'으로 칭해진다. 절정에 이르며 승리의 함성을 외치는 장대하고 웅장한 기세는 서울시향의 새로운 출발을 예고하는 듯했다.
2부를 꾸민 또다른 주인공은 바그너였다. 홍콩 필하모닉과 바그너의 '링 사이클'을 녹음한 츠베덴의 주특기 중 하나다. '뉘른베르크의 명가수' 전주곡에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 전주곡과 사랑의 죽음을 들려주며 부드럽고 섬세한 지휘로 이야기 속 감정들을 선율에 펼쳐냈다. 앞서 그는 서울시향과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첫 만남에서 바그너야말로 내가 어떤 사운드의 세계에서 비롯됐는지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작곡가"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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