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생존자·상인 및 정부 측 참석
정부 측 대응, 2차 가해 지적 잇따라
일부 의원 실명 저격에 한 때 정회도
[서울=뉴시스] 임종명 이지율 신재현 기자 = "내가 이런다고 자식이 살아오는 게 아니잖아요!!! 독립투사처럼 이렇게 해야 하는 겁니까. 나라가 해주면 되는데…" - 고(故) 배우 이지한씨의 어머니 조미은씨 발언.
2023년 1월12일, 국회 본청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국조특위) 회의장에서 분노에 친 통곡이 터져나왔다.
국조특위는 이날 오후 희생자 유족들과 생존자, 상인, 행정안전부와 보건복지부, 서울시, 용산구, 경찰청 및 소방청 관계자를 상대로 2차 공청회를 열었다.
공청회는 유족들의 진술로 시작됐다.
조미은 진술인은 "정부의 부재로 살릴 수 있었던 생명을 잃게 한 무책임한 행위에 대해 분함을 감출 수 없다"고 했다.
조 진술인은 "현장에 두 번이나 갔던 용산구청장 박희영은 옆집 아줌마인양 기자들을 막기만 했고, 현장 상황을 봤음에도 불구하고 아무 조치도 하지 않았다. 청문회 증인으로 앉아 있으면서도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에게 죄송한 마음보다는 직원들이 걱정된다고 하는 등 과연 사람이 할 수 있는 말과 생각인가 의심케하는 발언만 일삼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용산서 상황실장 송병주는 쏟아지는 인파를 인도로 몰으라고 지시했다. 인파를 도로로 분산시켰다면 몇 명이라도 살았을 것 아닌가. 상황실에 있던 류미진과 정대경, 설렁탕 먹고 뒷짐지고 아무것도 모르는 척 느릿느릿 걸어간 이임재 용산서장. 이들은 예측, 대비, 대응, 수습 어느 하나 제대로 한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조 진술인은 "아이들이 1명도 아니고 159명이나 죽었으니까, 상황을 몰랐다고 해야 살인죄를 면하니까 그들의 머리로 계산해서 또는 연습하고 훈련받아 애매모호하게 발언하거나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 아닌가"라고 토로했다.
조 진술인은 "운좋게 해외에 있던 서울시장도 직무유기이고, 85분간 상황설명만 듣고도 '그 시간 제가 놀았겠나'라는 이상민 장관도 죄를 면치 못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 참사는 구청장부터 총리까지 굴비 엮듯이 모두 상황을 공유해 알고 있었으나, 마치 인지하지 못한 양 빠져나가려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특위 위원들에 대해서는 "신현영 의원에 대해 얘기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죄가 있다면 당연히 물어야 한다. 하지만 5명이 돌아가면서 같은 질의를 반복하는 게 이태원 참사 진실규명에 어떤 도움이 되는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조 진술인은 "전주혜 의원은 청문회 발언 순서가 됐는데 어디 사라졌다가 몇 시간 후에 왔나. 신년인사하러 간 건가. 옆자리 친구가 사라진 걸 조수진 의원은 몰랐나"라고 따졌다.
다른 유족들도 마찬가지였다.
박가영씨 유가족 최선미 진술인은 "놀러가서 죽었다고? 우리 청년들은 놀면 안 되나. 놀러오라면서, 축제라면서 홍보하지 않았나"라며 "어른이란 사람들이 이렇게 아이들에게 모든 걸 덮어씌우냐"고 분개했다.
최 진술인은 "참사 당일 정부는 유가족들을 찾지 않았다"며 "언론에 사망자 명단만 속보로 내보냈다면 유가족들의 연락처 또한 저절로 알게 됐을 것을 명단을 감추고 전혀 내보내지 않아 유가족들은 자기의 아이가 주검이 된 사실조차도 모른 채, 12시간이 지난 후에야 알게 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하게 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모든 대처에 미흡한 정부가 가장 빠르게 움직인 것은 특수본 설치"라며 "참사 이후 책임 있는 사람이 책임을 지고 사과를 해야 할 때 특수본을 설치해 증인들이 수사 중이라는 명목으로 입을 닫게 만들어버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왜 정부를 못 믿냐고? 우리는 정부의 모든 정보를 언론을 통해 알게 된다"며 "(아들의) 상담 내용이 경찰에 알려졌고 청소년이 상담받는 곳이 아닌 곳을 소개시켜주면서 정부는 모든 조처와 서비스를 다한다고 언론에만 알렸다"고 성토했다.
최 진술인은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을 향해선 "지난 1차 청문회 때 제가 거의 빌다시피 하면서 시신 수습 과정에 대해 조사해 달라고, 아이들이 왜 나체로 부모에게 인계됐는지 알고 싶다고 했는데 자료 요청 했느냐"며 "우리한테 뭘 해줄 것처럼 하더니 아무것도 안 했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이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다. 주인 말 안 듣는 머슴은 필요 없다. 그 자리에서 내려오라"고 요구했다.
희생자 김의현씨의 어머니 김호경 진술인은 정부의 미흡한 대처를 지적했다.
김 진술인은 "아들의 행방을 찾을 때까지 14시간이 걸렸다. 신원확인을 위해 동국대 일산병원에 갔을 때는 손대지 말라고, 신원만 확인하라는 말에 자는 듯 누워있는 아들을 보고 울기만 했다. 왜 손 한번 못 잡아보고, 왜 살뜰히 못봤는지 지금도 가슴이 미어진다. 그렇게 보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고(故) 유채화씨 동생은 "참사 당시 길바닥에서 차가운 언니의 시체를 끌어안고 있던 언니의 남자친구는 하루하루 고통 속에 살고 있고 참사의 트라우마로 인해 사람이 많은 곳에 가지 못 하고 있다"며 "저희 유가족은 사회에 시끄러운 존재들이 아니다. 그냥 한 국민으로서 억울한 목소리를 내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유씨 동생은 "네티즌과 정치인들의 2차가해, 왜 본인들은 이러한 사건을 당하지 않을까 거라 생각하나"라며 "자식잃은 부모로서, 형제잃은 동생으로서 억울한 부분이 있다면 원인을 밝혀 지적하고 사과받고 싶은 게 당연한 마음 아니겠나. 지금이라도 다시 바로잡지 않으면 본인의 가족이 참사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다. 제발 2차 가해를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정치권을 향해서도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민들의 안녕과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그 자리에 서겠다고, 자신 있다고 한 표 달라고 외쳤던 정치인 분들은 왜 상황 해결은커녕 오히려 앞장서 2차 가해만 하는지 모르겠다"며 "책임자들의 무능함에서 오는 창피함과 책임감을 잊고자 그저 피해자 잘못으로 돌려버리면 마음의 무게가 가벼워져서 편하신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도 위령비는 세워졌다"며 "진상 규명 거부와 책임 회피 그리고 2차 가해, 앞으로 무엇을 더 계획하시나. 여론조작으로 시민 갈등, 유가족 분열 그리고 극우집단 지원 등 비겁한 레퍼토리 재생할 생각하지 말고 정부다운 행동을 부탁드린다"고 촉구했다.
생존자로서 참석한 김초롱 진술인은 "저는 강한 사람이다. 심리상담도 자발적으로 받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악성댓글이나 온라인에서 사람들이 하는 말이 저를 힘들게 하지는 않았다. 저에게 2차 가해는 장관, 총리, 국회의원들의 말이었다. 참사 후 행안부 장관의 첫 브리핑을 보며 처음으로 무너져 내렸다"고 했다.
김 진술인은 "몇 주 전 고등학생 생존자가 스스로 세상에 작별을 고했을 때는 국무총리 발언이 생각났다. 스스로 더 굳건하고 치료를 받겠다는 생각이 강했으면 좋지 않았을까라고 했다. 정면으로 반박하고 싶다. 치료와 상담을 이렇게 열심히 받는 저는 매번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 경험을 한다. 참사와 같은 재난을 겪은 사람에게 개인적 극복도 중요하지만 진상규명만큼 큰 치유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진술에 회의장 곳곳에서 눈물이 터져나왔다. 특위 위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조미은씨는 발언을 마친 뒤 테이블 위에 머리를 파묻은 채 오열했다. 국민의힘 의원들 요청으로 정회가 선언됐다. 유족들 진술에서 실명이 거론된 의원들이 너무 충격을 받았다는 이유였다. 자리에 남아있던 유족들을 위로한 건 옆자리에 있던 유족들과 민주당 김교흥 의원, 장혜영 정의당 의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등 일부 의원들이었다.
40분 간의 정회 이후 속개된 공청회에서도 질타는 계속됐다.
이종철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국회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지난 국정감사 때 국회의원님들이 행정부를 잘 감시해서 이 모래성 같은 행정부와 경찰청 조직에 대한 상황을 인지하고 꾸짖고 일 못하는 분들을 처벌해 주셨으면 이런 참사는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여야 의원들을 향해선 "국민들을 위해 이런 대형 참사가 발생했을 때는 여야 의원님들이 유가족 보는 방향을 똑같이 바라봐 달라"며 "우리가 어떤 것을 원하는지, 어떤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는지"라고 촉구했다.
이어 "뒷다리는 잡지 마시고 앉아서 같은 방향만 바라봐 주셔도 저희에게는 큰 힘이 된다"며 "앞으로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을 정쟁의 도구로 딜하는 일이 절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부탁드리겠다"고 전했다.
이어진 질의에서 특위 위원들은 유족들에게 죄송하다는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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