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즈 즈워너 갤러리 파리점 새해 첫 전시
서울 PKM갤러리와 협업... 회화+한지 작업 25점 공개
지난 7일 세계적인 화랑 데이비즈 즈워너 갤러리가 파리점 새해 첫 전시로 펼친 윤형근 개인전은 개막 당일 약 1000여 명이 방문 이색 풍경을 연출했다. 아트페어도 아니고 셀럽 생존작가도 아닌데 전시장이 북새통을 이뤄 이례적이라는 호평 속 성황리에 진행되고 있다. (데이비드 즈워너 파리는 2019년 프랑스 문화와 예술의 심장부로 불리는 마레 지구(Le Marais)에 문을 열었다.)
이번 전시는 데이비드 즈워너 파리와 PKM 갤러리와 협업으로 열렸다. 윤 화백이 1979년부터 1984년 제작한 회화와 한지 작업을 공개했다. 이 시기는 군부 정치에 대한 분노와 독자적인 화업을 이룩하고자 하는 열망으로 1980년 돌연 가족과 함께 한국을 떠나 파리에서 생활했던 1982년까지, 윤 화백의 파리 체류기를 아우르는 전시여서 의미 있다.
대부분 최초 공개되는 25점의 작품은 본연의 소박한 질감이 느껴지는 바탕재에 다색(Umber)과 청색(Ultramarine)의 혼합 안료로 ‘천지문(天地門)' 형상을 다양하게 변주·발전시킨 거장의 예술 세계와 실험 정신을 조명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1981년 파리에서 제작된 한지 작업들 중 엄선된 12점의 작품들이 별도의 전시장에 설치됐다. 자연 채광을 자랑하는 갤러리 메인 전시장에서 힘있게 선보이는 회화 작업에 비해 보다 고요하게 거장의 섬세한 예술혼을 감상할 수 있게 한다.
윤형근 화백 전속화랑인 PKM갤러리 박경미 대표는 "윤 화백은 생전 한지에 대해 '따뜻한 느낌과 소박함이 그대로 하나의 작품 같기도 하며, 가장자리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선은 양지(洋紙)에 비길 바가 아니다'라며 남다른 애정을 드러낸 바 있는데, 이번 파리 전시를 준비하면서 보니 파리에서 체류했던 기간 동안 다수의 한지 작업을 남기면서 더욱 확고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전시는 2월23일까지.
◆윤형근 화백은 '침묵의 화가'
우리나라 최고 비싼 그림(85억)의 작가 수화 김환기(1913~1974)의 사위로, 스승과 제자에서 가족이 됐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1회 입학생이 되면서 스승인 김환기와 인연이 이어졌다. 1947년 서울대학교에 입학했지만 ‘국대안(국립대학교설립안) 반대’시위에 참가했다가 구류 조치 후 제적 당했다. 이후 홍익대로 편입하는데, 서울대에서 홍익대 교수로 옮겨간 김환기가 도움을 줬다. 반골기질이 강하다. 1950년 한국전쟁 발발 직후에는 학창시절 시위 전력(前歷)으로 ‘보도연맹’에 끌려가 학살당할 위기를 간신히 모면하기도 했다. 전쟁 중 피란 가지 않고 서울에서 부역했다는 명목으로 1956년에는 6개월간 서대문형무소에서 복역한 바 있으며, 유신체제가 한창이던 1973년에는 숙명여고 미술교사로 재직 중, 당대 최고의 권력자인 중앙정보부장의 지원으로 부정 입학했던 학생의 비리를 따져 물었다가, ‘반공법 위반’으로 잡혀가 고초를 겪기도 했다.
1960년 홍익대 서양화과 동기인 김환기의 장녀 김영숙과 결혼했다. 장인과 사위가 된 김환기와 윤형근은 나이 차이가 불과 15살밖에 나지 않아 선후배 같았고 예술 동지로 끈끈했다고 한다. 사위와 장인, 같은 추상화가지만 판은 완전 다르다. 파란색 빨간색 노란색 등 색점이 빛나는 김환기와 달리 윤형근은 거무튀튀한 갈색과 검은색을 썼다. 그림처럼 성격도 묵직해 '침묵의 화가'로 불렸다. 생전 사후 장인도 못 누렸던 국립현대미술관 전시를 사후 11년만 인 2018년 8월 대규모 회고전이 열렸고, 2019년에는 국립현대미술관 개관 50주년 첫 수출 전시로 베니스 포루트니 미술관에서 윤형근 개인전을 성황리에 열어 세계적인 작가 반열에 올랐다.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리움미술관, 도쿄도현대미술관, 홍콩 M+미술관, 시카고 아트인스티튜트, 오하이오 클리블랜드미술관, 런던 테이트 모던 등 국내외 유수의 미술 기관에서 영구 소장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hyun@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