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임철휘 기자 = 마약 투약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작곡가 겸 사업가 돈스파이크(46·김민수)가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돈스파이크는 과거 마약 혐의로 처벌받은 전과가 있는 데다, 수천만원을 들여 약 3500회분 투약할 수 있는 양을 사들인 것으로 조사돼 일각에서는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10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오권철)는 지난 9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돈스파이크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보호관찰과 120시간의 사회봉사, 80시간의 약물치료 강의 수강, 약 3985만원의 추징 명령을 내렸다.

돈스파이크는 지난 2021년 12월께부터 지난해 9월까지 총 9차례에 걸쳐 총 105g의 필로폰을 사들인 혐의 등을 받았다.

1회 통상 투약량(0.03g)을 기준으로 보면 약 3500회 투약할 수 있는 분량으로, 돈스파이크가 마약 매수에 쓴 돈은 4560만원에 달했다고 한다.

돈스파이크는 구매한 마약을 14차례에 걸쳐 투약했고, 그중 다섯 차례는 공범인 A씨 등과 함께 투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다른 이들에게 필로폰 총 10g과 엑스터시 3정 등을 교부하기도 했다.

대량의 마약을 직접 사들인 데 더해 다른 사람들에게 마약을 교부하는 역할까지 한 것이다.

이에 재판부도 "마약 관련 범죄는 적발이 쉽지 않고 재범 위험성이 높으며 그 중독성으로 사회 해악 크기 때문에 엄단할 필요가 있다"며 "돈스파이크가 매수한 필로폰 등의 양이 100g에 이르는 다량이고, 여러 명을 불러들여 함께 투약하기도 하는 등 범행 수법도 좋지 않다. 엄중한 형 선고가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수사에 적극 협조했고 자신의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으며 가족과 주변 사람들이 피고인을 계도할 것을 다짐하면서 선처를 탄원하고 있다. 재범을 억제할 사회적 유대관계 형성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실형을 선고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1심 재판부가 처벌보다는 교화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마약 사건을 주로 담당해온 박진실 법무법인 진실 변호사는 "수사에 협조했다는 것은 도움을 줬을 뿐 아니라 함께 마약한 사범들을 제보해 이들과의 관계를 다 떨쳐내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며 "재판부가 이를 토대로 재범 우려가 적다고 판단하고, 갈망이 생길 때 자제시킬 수 있는 사회적 유대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유근 한국형사정책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사회적으로 유대 관계가 깊다는 것은 (마약 관련) 치료를 성실히 받고 재범을 안 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며 "마약 유통 혐의가 아닌 만큼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하지만 마약 범죄 전력이 있고, 다량의 마약을 매수한 혐의 등을 받는 유명인에 대해 징역형의 집행유예 판결을 내린 것은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돈스파이크는 지난 2010년에도 대마초를 구매하고 흡입한 혐의로 두 차례 처벌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마약 관련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마약 중독을 치료해주는 것뿐만 아니라 사회적 경각심을 일깨우는 것도 중요하다"며 "잘 알려진 사람이 가벼운 판결을 받은 것은 재판부가 마약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된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도 "관대한 처분이었다"며 "이렇게 처벌 수위를 낮추면 법적 제지력이 해이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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