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판매량 전년대비 16.4% 감소
벤츠·BMW는 물론 볼보에게도 존재감 밀려
[서울=뉴시스] 아우디의 국내 판매량이 두 자릿수 이상 급감하고 있다. 한때 벤츠, BMW와 함께 '독일차 3인방'으로 불렸지만 지난해 판매량이 16% 이상 감소하며 고전을 면치 못하는 모습이다.
5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아우디는 지난해 2만1402대를 판매하며 시장 점유율 7.55%를 보였다. 이는 2만5615대를 판매한 전년 대비 16.4% 떨어진 수치다. 벤츠(8만876대)나 BMW(7만8545대)와 비교해도 30%에도 미치지 못한다.
주요 차종별 판매량도 특별히 내세울 것이 없다. 아우디 A6는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8229대 팔리며 1만대 벽도 넘지 못했다. 수입차 중 가장 많이 팔린 베스트셀링카인 벤츠 E-클래스(2만8318대)와 비교할 때 역시 29% 수준에 그친다. BMW 5시리즈 (2만1166대)나 벤츠 S-클래스(1만3206대)보다도 한참 모자란다.
벤츠와 BMW에 한참 뒤진 아우디는 이제 볼보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다. 아우디는 이미 지난해 4월과 11월 월별 판매량에서 볼보에게 3위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가장 최근인 지난해 12월 아우디와 볼보의 월별 판매량 차이는 단 829대에 그친다. 이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볼보에게 역전을 허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볼보는 아우디와 달리 수입차 브랜드 중 적극적인 신차 판매와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수입차가 전성기를 구가하던 지난 2014년 볼보의 연간 판매량은 아우디(2만7647대)의 10분의 1 수준인 2976대였다.
하지만 볼보는 이후 2019년 처음으로 1만대를 돌파한 데 이어 2021년 1만2618대 판매를 기록했다.
반면 아우디는 지난해 9월 첫 소형 세그먼트 순수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Q4 e-트론의 보조금 미지급 사태로 논란을 자초했다. Q4 e-트론은 국내 출시 전까지 7000명 이상이 사전 계약할 정도로 관심을 끌었지만 국내 저온 주행가능거리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해 보조금 대상에서 밀렸다.
이를 두고 소비자들은 아우디의 품질에 볼멘소리를 쏟아냈다.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에는 '독일차 3사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한국 고객을 봉으로 보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런 배짱으로 장사를 하겠다는 것인지 이해가 안된다'는 글들이 올라왔다. 보조금을 못받는 것으로 정해지자 일부 고객들은 아예 계약을 취소했다.
업계에서도 아우디가 갈수록 한국 고객의 요구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잇따른다. 한 업계 관계자는 "Q4 e-트론 40은 가성비 좋은 독일산 전기차라는 평가를 스스로 지운 측면이 있다"며 "아우디가 보조금에 민감한 국내 소비자들의 특징을 전혀 읽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여론은 인식한 듯 아우디는 최근 한국 시장 중요성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그동안 지적받았던 서비스센터 부족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목포에 신규 서비스센터를 열고, 전동화 계획에도 주력하는 상황이다.
임현기 아우디 사장은 최근 한 행사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보조금이나 주행거리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Q4 e-트론에 대한 고객 반응은 여전히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