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자판호 7종…이미 수년 전 나온 게임들
중국 내 시장 경쟁 치열 전망…왕자영요·원신
과거 한국 게임 베끼던 중국 게임 수준 높아져
중국 시장 세계 2위…"한국 게임성 입증해야"
중국 국가신문출판서는 최근 한국 게임 포함 총 44종의 외국산 게임 수입(외자 판호)을 허가했다. 이 중 외자 판호를 받은 우리나라 게임은 ▲넥슨의 '메이플스토리M' ▲넷마블의 '제2의 나라: 크로스 월드'와 'A3: 스틸얼라이브' ▲넷마블 자회사 카밤의 '샵 타이탄' ▲스마일게이트의 '로스트아크'와 '에픽세븐' ▲엔픽셀의 '그랑사가' 등 7종이다.
4일 증권가와 게임업계에 따르면 이번 판호 발급으로 한국 게임에 대한 중국 진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예전 같지 않은 중국 게임들의 품질수준과 치열해진 현지 경쟁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특히 중국이 외자 판호를 개방했다는 것은 높아진 자국 게임산업 경쟁력에 대한 자신감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판호를 받은 한국 게임들이 중국 게이머들에게 신선함을 제공할지도 의문이다. 신작도 아니고 이미 수년 전에 출시된 게임들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최신 게임이 2021년에 나온 '제2의 나라'와 '그랑사가' 정도다. '메이플스토리M' 2016년 10월, '에픽세븐' 2018년 8월, '로스트아크' 2018년 11월, 'A3: 스틸얼라이브' 2020년 3월, '샵 타이탄' 2020년 5월 순으로 오래됐다.
중국 게임 이용자들의 높아진 눈높이를 맞출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과거 한국 게임 베끼기에 급급했던 중국 게임사들이 아니다. 중국 최대 IT기업 '텐센트'를 필두로 막대한 자금력을 쏟아 부으며 개발력을 끌어올렸다. 텐센트 자회사 티미가 개발한 '왕자영요'는 2021년 상반기 전 세계 모바일 게임 매출 1위를 기록했을 정도다. 중국업체 호요버스가 개발한 '원신'은 한국 시장에도 진출해 모바일 게임 매출 상위권을 유지 중이다.
게다가 이미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유명한 게임이라면 중국 게이머도 한번쯤 경험해봤을 가능성이 크다. 크래프톤이 개발한 '펍지 배틀그라운드'의 경우 중국에서 서비스가 불가능하지만, 중국 게이머들이 IP 우회 접속 프로그램 VPN을 통해 한국 서버에 접속해 게임을 즐기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중국 정부의 외자 판호 발급은 1년 6개월 만에 이뤄졌다. 중국은 2017년 3월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경제 보복으로 줄곧 한국 게임을 배척해왔다. 이후 외자 판호를 받은 한국 게임은 2020년 ‘서머너즈 워: 천공의 아레나’, 2022년 '검은사막 모바일'에 불과했다. 그렇다고 두 게임이 중국 시장에서 특별한 성과를 남기지도 못했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현재와 2000년~2010년대의 중국 게임 시장을 비교하면 완전히 달라졌다. 흐름이 PC 게임에서 모바일 게임으로 넘어온 지 오래다. 과거 중국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끈 게임들을 보면 네오플의 '던전앤파이터', 넥슨의 '카트라이더', 위메이드의 '미르의전설', 웹젠의 '뮤' 등 PC 게임이 대부분"이라며 "앞서 외자 판호를 받은 한국 모바일 게임 '서머너즈 워'와 '검은사막 모바일'도 큰 성과를 냈다고 보기엔 어렵다"고 전했다.
하지만 중국은 한국 게임사들이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2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21년 한국 게임 산업 수출액은 86억7287만 달러(약 9조9254억원)로 전년 대비 5.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게임의 수출액 비중은 중국이 34.1%로 가장 높다. 세계 게임시장 규모에서도 중국이 20.4%를 차지하며 미국(22.0%) 다음으로 크다. 한국 게임사들이 중국 진출에 목을 매는 이유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외자 판호를 받은 넷마블에 대한 분석 보고서를 통해 "판호 발급으로 중국 시장 진출 기대감이 상승했다. 흥행으로 개발력을 입증해야 한다"며 "중국 게임 시장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다. 중국 시장의 높아진 유저 눈높이와 치열한 경쟁 상황을 감안하면 보수적인 추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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