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수출 역대 최고 541억불 달성…하반기 수출 버팀목
글로벌 경기침체 수요 줄듯…잘나가던 전기차 IRA 악재
전기차 등 미래차 시장 선도…2026년까지 '95조+α' 투자
[세종=뉴시스] 오종택 기자 = 지난해 자동차 수출은 540억 달러를 돌파하며 역대 최대 수출액 기록을 새로 썼다. 상반기 반도체 공급난에 고전했지만 하반기 이를 딛고 수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친환경차 수출이 전년대비 40% 넘게 증가하는 등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인 것이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올해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수요가 꺾이고,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으로 타격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이를 기술력으로 극복한다는 계획이다. 전기차 등 친환경차 시장 점유율 세계 1위 목표와 함께 자율주행·통신 기술 기반의 미래 모빌리티 혁명을 선도하고자 향후 5년간 95조원 이상을 투자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작년 수출 역대 최고 541억불 달성…하반기 수출 버팀목
지난해 한국 수출은 사상 최고 실적(6839억 달러)을 달성했음에도 에너지 위기로 수입액(7312억 달러)이 급격히 증가해 472억 달러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이 같은 악재에도 자동차 수출 실적은 전년대비 16.4% 늘어난 541억 달러의 성과를 올렸다. 15대 주요 품목 중 석유제품(630억2000만 달러·65.3%)을 제외하면 두 번째로 높은 증가율이다.
특히 연간 수출액이 500억 달러를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역대 가장 많은 수출액을 달성했던 2014년(484억 달러) 실적을 훌쩍 뛰어넘는 괄목할 성장이다. 하반기부터 6개월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고, 12월 기준으로는 월간 역대 최고실적도 갈아치웠다.
부가가치가 높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비롯해 대형 차종과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가 수출 증가세를 주도했다.
전기차 등 친환경차 인기도 수출 호조를 이끌었다. 전기차, 하이브리드(HEV),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등 친환경차 수출은 전년대비 40%나 늘어났다.
전기차 수출은 2018년까지만 해도 18억1000만 달러 수준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100억 달러(98억3000만 달러)에 육박하며 5년 만에 5배 넘게 성장했다.
자동차 실적의 호조세와 함께 자동차 부품 수출도 233억2000만 달러로 전년대비 2.4% 증가했다.
◆글로벌 경기침체 수요 줄듯…잘나가던 전기차 IRA 악재
자동차는 지난해 한국 무역이 역대 최악의 적자를 떠안은 상황에서도 수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지만 새해 전망은 밝지 않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은 8834만대로 지난해 8432만대보다 4.8% 증가에 그칠 것으로 관측된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이 완화하며 생산 여건은 개선되겠지만 경기 둔화가 본격화하며 수요가 제한돼 판매량이 크게 늘지는 않을 전망이다.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전년(346만대)보다 6.9% 증가한 370만대로 예측되지만 수출은 3.1%로 235만대 수준이 예상된다.
국책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이 내놓은 전망은 더 암울하다. 산업연구원은 올해 자동차 수출 증가율이 2.2%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상반기에는 수출이 두 자릿수(10.5%) 증가하지만 하반기에는 하락세로 전환해 5.2% 감소한다고 예상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금리 상승으로 각국의 수요가 줄고, 반도체 수급난을 겪으며 출고 대기로 쌓여 있는 재고분이 소진되는 하반기에는 판매량이 급감할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해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누렸던 수출 반사이익도 현재로서는 크게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도 전기차 시장 제패를 노리는 한국에게는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래차 시장 선도한다…2026년까지 '95조+α' 투자
정부는 자칫 자동차 수출이 정체되지 않도록 2026년까지 관련 산업에 95조원 이상을 집중 투자해 밀착 지원한다. 현재 5% 수준인 세계 전기차 시장 점유율도 지속적으로 끌어올려 미래차 시장을 선도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국산 전기차는 높은 상품성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세계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이 같은 흐름을 이어 2030년까지 전기차 생산량을 330만대로 늘리고, 세계 시장 점유율도 12%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세계 최고 수준의 전기차 성능을 구현하기 위한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 초급속 80% 충전 기준 현재 18분인 충전 속도를 2030년 5분까지 단축하고, 현재 500㎞ 수준인 1회 충전 주행거리를 2025년 600㎞까지 확대한다.
수소차도 상용차 기준 현재 30만㎞ 수준인 내구성을 2030년 80만㎞까지 확대하고, 연비도 현재 ㎏당 13㎞ 수준에서 17㎞까지 대폭 향상시킨다는 계획이다.
운영체제(OS), 무선업데이트(OTA) 등 차량용 핵심 소프트웨어(SW)를 국산화하고, 완전자율주행(레벨4) 상용화와 함께 전문인력 1만 명 육성으로 미래 모빌리티 혁명을 이끌어간다는 포부도 세웠다.
미 IRA 시행에 대응해 국내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동시에 현지 생산을 앞당기고, IRA 요건에 맞는 배터리도 조기 확보에 나선다. 유럽과 중국, 중동, 아세안 등 주요 수출 시장의 특성을 고려한 현지 맞춤형 차량 출시도 지원한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디지털, 그린 전환을 통해 자동차 산업을 고부가가치 신주력산업으로 키우고, 자율운행·친환경 모빌리티 기술 확보와 부품기업의 사업 전환을 이루겠다"며 "당면한 위기를 이겨내고 우리 산업의 성적표와도 같은 수출이 확대될 수 있도록 정부 역량을 총결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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