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표소-개찰구-승선 등서 확인...의심돼도 검증 권한 없어
유명식당 대표 청부 살인사건 피의자, 이 같은 허점 악용
신분증 등 면밀하게 검사위한 관계기관 협의 등 조치 필요
29일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항여객터미널 등에 따르면 제주항 내 연안항(2부두)과 국제항(7부두)에서는 총 11척의 여객선이 운행되고 있다. 여객선 탑승 수속 과정에서는 총 3번의 신분증 검사가 이뤄진다. 매표소에서 승선권을 구입할 때, 개찰구를 통해 항만으로 입장할 때, 승선 전 여객선 입구 등이다.
승선권 구입과 배에 오를 때에는 선사 측에서 검사하고 항만으로 들어갈 땐 제주해운조합 측이 한다. 타 지역 여객터미널에서는 수속 과정 중 신분증 검사를 한 번밖에 하지 않는다. 제주는 이례적으로 3번의 신분증 검사가 이뤄지고 있지만 다른 사람의 이름이 사용되는 사례가 제대로 걸러지지 않고 있다.
실제 최근 제주에서 발생한 청부 살인사건 피의자 중 2명이 지난달과 이달 최소 세 차례 배를 타고 제주를 오갔고 이 중 1명은 제3자 명의로 배편을 이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도 전날 제주 청부 살인사건 관련 언론 브리핑에서 "피의자들이 선박 이용 시 신원확인 절차가 허술한 점을 악용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항만 내 신분증 검사 등 보안 업무는 애초 해양경찰청이 맡았다. 그러나 세월호 사고 당시 해경이 해체되면서 업무가 관계 부처로 분산됐고, 항만 보안 업무는 지자체로 넘어왔다.
선사와 조합 측은 여객선 수속 과정 중 신분증 도용 의심 정황을 발견하더라도 탑승시키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알려졌다. 눈으로 보면서 승객의 생김새와 신분증 사진이 일치하지 않다고 의심돼도 이를 확인할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경찰을 통해 신원조회를 해야 하지만 공항과 달리 여객선 터미널에는 상주하는 경찰이 없다. 경찰에 신원조회 시 10~15분가량의 시간이 소요되고, 이때 승객이 배를 놓치게 되면 배상을 해줘야 해 악성 민원으로도 이어지기도 한다.
도내 모 선사 관계자는 "신분증의 얼굴 사진이 희미해서 긴가민가할 때도 있어 어려움이 많다"며 "이 부분은 관계기관과 개선해야 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국가경찰 또는 해경은 신원조회를 할 수 있지만, 우리는 그런 권한과 시스템이 없다"며 "신분증 등을 면밀하게 검사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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