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예산을 투입해 12년간 공들였던 무예 사업은 이제 옛일이 됐고, 청주시청 신청사 건립 사업도 본관 철거를 놓고 신구 권력이 대립하고 있다.
민선 7기와 8기의 이 같은 정책 갈등은 새로운 전진을 방해하는 암초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2027년 '하계 유니버시아드' 유치 낭보와 내륙 특별법 제정 노력은 저개발에 신음하는 충북 곳곳에 희망을 불어넣었다.
◇충청메가시티, '2027 하계 유니버시아드' 유치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는 11월12일 벨기에 브뤼셀 총회에서 진행한 집행위원 투표를 통해 2027년 유니버시아드 대회를 '충청메가시티'(충남북·대전·세종)에서 열기로 결정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와 경합했던 충청메가시티는 FISU 집행 위원 22명 중 14명의 지지를 얻었다. 12표만 확보하면 되는데, 2표나 더 얻은 셈이다.
유니버시아드 유치전은 1년 4개월 전 충북에서 시작해 대전·충남과 세종 등 4개 지역으로 확산했다.
충북은 이번 대회 유치에 따라 국제 규격 체조 경기장을 청주시 일원에 건립하고, 청주종합운동장, 충주호암체육관 등 기존 시설 10곳을 개·보수할 계획이다.
FISU는 격년마다 하계 유니버시아드(세계대학경기대회)를 열고 있다. 2027년 대회는 7~8월 중 대전, 세종, 충북, 충남에서 열린다. 세계 150여개 국에서 1만5000여 선수단이 참여할 예정이다.
국내 도시가 유니버시아드를 유치한 것은 1997년 무주·전주 동계유니버시아드와 2003년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 2015년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다.
◇충북 지방 권력 보수 정당으로 물갈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 직후 치러진 6.1 지방선거에서 충북도의회와 11개 시군의회 의석은 국민의힘이 석권했다. 윤석열 정부 초반 국정 안정과 지방 권력 심판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더불어민주당이 장악해 온 지방 권력이 보수정당으로 옮겨가면서 관가 분위기도 180도 달라졌다.
충북지사를 포함한 도내 12곳의 자치단체장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무려 8곳을 장악했다.
충북도의회에서는 35석 가운데 무려 28석을 쓸어 담았고, 민주당과 정확하게 절반씩 나눠 가진 청주시의회를 제외한 10개 시군 의회에서 다수당이 됐다.
도의회 32석 중 28석을 석권했던 민주당이 6.1 지방선거에서 건진 지역구 의석은 고작 6석이다. 민선 7기 도의원 32명 중 22명이 의원직 유지에 나섰으나 민주당 소속 도의원 대부분이 쓴잔을 마셨다. 여야 모두 6명만 생환했다.
국민의힘이 정치 지형을 장악하면서 지방 권력의 독주를 제어해야 할 지방의회의 민주적 기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은 4년 전과 비슷하다.
◇바다 없는 충북, 내륙 수변 구역 개발 시동
바다 없는 충북이 내륙 수변 구역 개발 사업에 시동을 걸고 있다. 충북도가 추진하는 '레이크파크 르네상스 사업'이 대표적이다.
도내 11개 시군은 '중부내륙연계발전지역 지원 특별법' 취지와 관련한 '시군 주도형 레이크파크 르네상스 선도 사업'을 진행 중이다.
특히 충북특별법으로 불리던 중부내륙연계발전지역지원특별법(내륙특별법) 제정에 관심이 쏠린다.
충북연구원이 만들고 있는 법안 주요 내용은 국가의 중부내륙지역 지원과 개발·보전 종합 계획 수립 의무화, 신속하고 효율적인 사업 진행을 위한 인·허가 의제와 규제 특례, 경제 활동 기반 시설에 대한 국고 지원 원칙 등이다. 신속한 추진이 필요한 사업은 예비 타당성 조사를 면제하는 규정도 있다.
지난달 민·관·정 공동 입법 추진 위원회를 구성한 도는 강원 다목적 댐 주변 지역과 함께 정당한 지원 보장을 요구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내륙특별법안은 내륙 지역 국회의원 공동 발의 형식으로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괴산서 역대 최강 지진 화들짝
10월29일 괴산군 장연면 조곡리에서 발생한 지진은 주말을 즐기려던 국민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날 오전 8시27분 괴산군 북동쪽 11㎞ 지점(북위 36.88, 동경 127.88)에서 규모 4.1 지진이 발생했다. 최대 진도는 거의 모든 사람이 진동을 느낀다는 Ⅴ이었다.
충북도가 접수한 피해 현황을 보면 괴산과 충주, 음성, 청주에서 모두 19건이 들어왔다. 주택 벽체 균열, 타일·유리·지붕 파손, 석축 파손 등 경미한 피해였다. 인명 피해도 없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KIGAM)이 12월20일 발간한 ‘괴산 지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괴산 지진 진앙 10㎞ 이내에서 규모 2.0 이상 지진이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으나 1978년 9월16일 이곳에서 30㎞ 정도 떨어진 지점에서 속리산 지진(규모 5.2)이 발생했다.
KIGAM 연구진은 괴산 지진 본진을 중심으로 12일 동안 144회에 걸쳐 집중적으로 발생한 여진을 조사했다.
진앙에서 500m가량 떨어진 서북서-동남동 방향 조곡 단층의 지형 분석과 지표 지질 조사 결과, 괴산 지진을 일으킨 단층 운동이 조곡 단층대 일부 지하 면적 또는 소규모 지하 단층에서 좌수향 미끌림이 발생한 것으로 판단했다.
◇12년 헛발질, 충북 무예 사업 폐기
2010년 첫 당선한 이시종 전 충북지사는 자신이 충주 국회의원 시절 창설했던 '무예 대제전'을 해외로 확장한 '세계 무예 마스터십 대회'를 청주와 충주에서 열었다. 그는 이 대회를 '무예 올림픽'이라고 했다.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린 1896년 첫 올림픽이 그랬듯이 시작은 미약하지만, 그 끝은 창대할 것이라고 자신하기도 했다.
그러나 민선 8기 김영환 충북지사는 '이시종의 무예'와 결별을 선언하고 무예 관련 지출을 전면 중단했다.
이 전 지사의 무예 산업은 선거 때마다 생사 갈림길에 섰다. 경쟁 정당 후보는 물론 소속 정당 일부 경선 주자들까지 "소모적인 전시성 투자"라고 비판했다.
무예 마스터십과 무술 축제 등 무예 사업에 막대한 예산을 투자하면서도 지속 발전 가능성을 보여주지 못한 채 소모적인 논쟁만 야기하고 말았다.
3선 임기를 마친 이 전 지사가 무예 마스터십 계승을 당부했으나 김 지사는 요지부동이다. 새해부터 예산 지원이 끊기는 '무예마스터십위원회'(WMC)가 독자 생존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진천군 인구 100개월 연속 증가
같은 기간 충북 전체 증가율의 27배가 넘는다. 진천은 2017년 1월 7만198명으로 처음 7만 명을 넘어섰고, 2019년 5월에는 8만 명을 넘어 8만233명을 기록했다.
226개 시군구 중 100개월 연속 인구가 증가한 지역은 경기 화성과 평택, 진천뿐이다.
진천군 인구 증가는 충북혁신도시가 주도한다. 혁신도시 입주 직전인 2014년 12월 당시 덕산면 인구는 5770명에 불과했다.
2018년 11월(2만91명) 2만 명대로 올라서면서 2019년 7월1일 면에서 읍으로 승격했다.
진천군은 혁신도시와 함께 진천읍 성석·교성지구 도시 개발 사업 등으로 인구를 늘려 시 승격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본관 문화재 논쟁에 청주시 신청사 건립 하세월
충북 청주시 신청사는 올해도 첫 삽을 뜨지 못했다.
민선 8기 들어 옛 본관동 존치 방침이 철거로 변경되면서 여·야 간 극심한 대립에 빠졌고, 본관 철거비를 포함한 예산안이 제때 처리되지 못하는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국민의힘은 여론 조사와 문화재청 협의를 전제로 한 조건부 통과를, 더불어민주당은 본관 철거비를 뺀 수정 동의안을 우선 통과시킨 뒤 추가 경정 예산에서 관련 비용을 다시 논의하자는 입장을 유지 중이다.
청주시청 본관동은 1965년 연면적 2001.9㎡ 규모 3층 철근 콘크리트 구조로 지어진 뒤, 1983년 4층으로 637.2㎡ 증축했다.
올해 7월 취임한 국민의힘 소속 이범석 시장은 2018년 한범덕 전 시장(더불어민주당)의 본관 존치 결정을 뒤집었다. 일본 건축 양식 모방과 정밀 안전 진단 D등급, 비효율적 설계 등을 철거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문화재 논쟁'에 빠진 옛 본관동에 가로막혀 청주시 신청사 건립 사업은 또다시 안갯속에 빠졌다.
◇잊혀진 단양 시루섬의 화려한 부활
50년 전 폭우로 고립된 주민들이 물탱크에 올라가 극적으로 생존한 충북 단양 '시루섬의 기적'이 재조명돼 전 국민의 심금을 울렸다.
시루섬의 기적은 1972년 태풍 '베티'가 몰고 온 폭우로 남한강이 범람하자 시루섬 44가구 198명이 지름 5m 남짓한 물탱크 위에서 14시간을 버텨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사건이다.
이 과정에서 생후 100일 된 아기가 압박을 못 이겨 숨을 거뒀지만, 아기 어머니는 이웃들의 동요를 우려해 밤새 아기를 껴안은 채 슬픔을 삼켰다.
단양군은 2017년 시루섬이 내려다 보이는 단양역 맞은편 국도변 수양개 유적로(적성면 애곡리 산10-15)에 '시루섬의 기적' 소공원을 조성했다. 8월에는 기적의 주인공들을 초청해 기념 행사를 열기도 했다.
이와 함께 시루섬의 기적을 소재로 한 방송·영화 제작 및 책 출간 등 다양한 종류의 D(단양)-콘텐츠로 발전시켜 관광 자원화할 방침이다.
◇10년 만에 국회 부의장 배출…경찰청장은 사퇴 압박
올해 충북 출신 정치인이 국회 부의장에 오르고 14만 경찰의 수장인 경찰청장(치안총감) 자리에 임명되는 등 낭보가 잇따랐다.
5선인 정우택(청주 상당) 의원이 국민의힘 몫 국회 부의장으로 선출됐다.
정 의원은 고(故) 이춘구, 고 김종호, 홍재형, 고 이용희 전 부의장에 이어 충북 출신으로 다섯 번째 부의장이 됐다.
지역구를 충북에 두지 않았으나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장대리에서 태어나 1988년 제13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통일민주당 후보로 서울 은평 을 선거구에 출마해 당선한 뒤 13대 전·후반기 국회부의장을 지낸 김재광 전 의원마저 포함하면 충북 출신 국회 부의장은 여섯 번째다.
청주 출신 윤희근(54·경찰대 7기) 경찰청장이 윤석열 정부 초대 경찰 수장 자리에 오르면서 충북은 겹경사를 맞았다.
하지만 10월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발생한 '핼러윈 압사 참사'와 관련 경찰 부실 대응 논란이 확산하면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참사 전후 경찰과 소방의 현장 출동,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정황이 포착되면서 경찰청 특별수사본부 수사와 함께,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 조사가 진행 중이다.
◇성 비위 얼룩진 충북교육계 충격
올해 끊임없이 이어진 공무원들의 성 비위는 공직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성매매, 성추행, 성희롱 사건이 잇따르며 충북 공직 사회 이미지는 추락했다. '성 비위 집단' 오명도 썼다.
다른 공무원보다도 엄격한 도덕성을 지니고,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해 모범을 보여야 할 공무원 30여 명이 청주의 한 퇴폐 업소를 드나든 사실이 경찰 수사로 드러나면서 공직 사회는 체면을 구겼다.
특히 교육계 성 비위는 교직원과 학생, 교직원 간, 공무원과 일반인을 가리지 않았다.
교직원 성매매, 성폭행 사건이 잇따라 터지자 충북교육청은 성비위 공무원 공직 배제라는 초강수를 두고 ‘성범죄 예방 및 근절 대책’도 발표했다.
현재 성매매 사건에 연루된 공무원은 30여 명에 이른다. 일부는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고,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도 있다.
충북 시·군은 비위 공무원을 직위 해제 하고, 경찰 수사 종결 통보를 받는 대로 징계위원회를 열어 중징계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