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규제 따른 반사이익, 전통시장 몫 아닌 식자재마트로"
골목상권 규제 사각지대서 대형마트 위협할 수준까지 급성장
전통시장이나 소상공인 보호를 명분으로 규제를 만들었지만, 규제에 따른 반사 이익은 전통 시장의 몫이 아니었다. 정작 영세 슈퍼마켓은 크게 줄어든 반면, 식자재마트가 규제의 사각지대에서 성장해 급기야 대형마트를 위협할 정도로 몸집을 키웠다.
여전히 전통시장은 대형마트 영업 규제 이후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옛날 분위기를 되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2010년 만해도 1517개에 달하던 전통시장은 2020년 되레 1401개로 줄어들었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식자재 마트는 사실상 대형 마트와 비슷한 규모로 운영되지만, 유통산업발전법에 해당 되지 않는다. 업황 부진으로 문을 닫는 대형마트 자리엔 식자재마트가 속속 진입하며 대형마트를 위협하는 수준으로 성장하고 있다.
식자재마트는 당초 식당이나 음식점 등에 식자재 납품하며 운영하던 곳이다. 그러나 이들 업체들은 영업규제로 대형마트가 월 2회 문을 닫는 틈을 타 일반 소비자를 공략하기 시작했다.
대형마트 수준의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빠른 배달 서비스까지 시작하며 빠르게 덩치를 불렸다. 지난 10년 간 유통 규제 하에서 폭풍 성장한 곳은 전통시장도, 영세 소상공인도 아닌 식자재마트 뿐이었다.
2019년 기준 매출액 100억원 이상 식자재 마트는 점포수의 0.5%에 불과하지만 매출액의 24%를 차지한다. 이 같은 식자재 마트 점포 수는 5년(2014~19년) 간 74% 증가했다.
최근 몇 년 간 오프라인 유통 시장에서 대형마트 매출 성장이 멈추고 수익성이 악화하는 사이, 대형 식자재마트는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국내 최대 식자재마트 중 하나인 장보고식자재마트의 매출은 2019년 3164억원에서 2020년 3770억원으로 약 17% 늘어난 데 이어 지난해에도 3976억원으로 전년대비 5% 이상 성장했다. 또다른 대형 식자재마트인 세계로마트 역시 매년 매출 사상 최대치를 찍으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몸집도 꾸준히 키웠다. 전국의 식자재마트 점포 수는 최근 5년(2014~19년) 간 74% 증가했다. 전체 시장 규모는 약 9조7000억원으로 추산된다.
대형마트와 유사한 규모의 점포도 우후죽순처럼 늘었다. 인천 미추홀구 세계로마트, 김포시 양촌읍 세계로마트, 수원시 권선구 마트킹 등은 대형마트 수준의 규모를 자랑하지만, 3000㎡에 살짝 미치지 못하는 규모로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는다.
자본력도 더 이상 소상공인 수준이라고 볼 수 없단 지적이 나온다. 홈플러스나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가 수익성 악화나 임대료 부담 등으로 버티지 못하고 나간 자리를 식자재마트가 채우는 일이 늘어나면서다.
한 때 40조원에 달했던 대형마트 시장 규모가 2021년 34조6000억원까지 쪼그라 든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현실적으로 골목 상권 소상공인 살리기를 위한 취지라면 유통산업발전법의 사각 지대에 놓인 식자재 마트에 대한 규제 방안 검토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유통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규제를 한 결과 식자재마트만 기형적으로 성장했다고 할 수 있다"며 "이러는 사이 최근 10년간 전국에 영세 슈퍼마켓 5만여곳이 사라져 골목상권이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골목상권 살리기 본래 취지대로 한다면) 식자재마트에도 의무 휴업 확대와 허가제 도입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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