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2800억원 규모 유상증자 결정

기사등록 2022/12/15 10:53:11

전환우선주 발행…태광그룹 계열사 3자배정 계획

태광산업 "흥국생명 전환우선주 인수 안 할 것"


[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 = 흥국생명이 신종자본증권의 조기상환권(콜옵션) 행사에 따른 자본 확충을 위해 28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한다.

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흥국생명은 전날 이사회를 열고 280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하기로 결정했다.

새로 발행되는 주식은 전환우선주 297만1137주로 신주 발행가액은 9만4240원(주당 액면가 5000원)이고 납입일은 오는 29일이다. 전환우선주란 다른 종류의 주식으로 전환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우선주로, 흥국생명 신주 배정자는 10년 이내에 보통주와 일대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10년이 경과하면 보통주로 자동 전환된다.

흥국생명은 모그룹인 태광그룹의 계열사를 신주 배정자로 지정해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보인다.

흥국생명은 전날 공시를 통해 "이번 발행 예정인 전환우선주의 경우 제3자 배정 대상자와 금액이 확정되지 않았다"며 "제3자배정 대상자별 선정 경위, 거래내역, 배정내역 등은 확정된 후 즉시 정정공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흥국생명 측은 당초 알려진 4000억원 규모가 아닌 2800억원을 증자하는 배경에 대해 "지급여력(RBC) 비율 150% 수준을 충족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이 2천800억원 규모라 해당 규모의 신주를 전환우선주로 발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태광산업도 잠재 인수자 중 한 곳으로서 검토를 했으나 태광산업이 증자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태광그룹 다른 계열사를 중심으로 얘기가 되고 있고 올해 안에 마무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태광그룹 섬유·석유화학 계열사 태광산업은 흥국생명을 지원하기 위해 흥국생명의 전환우선주를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전날 인수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태광산업은 보도자료를 통해 "금융시장 안정이라는 공익적 목적에 기여하고 현재 보유 중인 가용자금을 활용한 안정적인 투자수익 확보를 위해 전환우선주 인수를 검토했으나, 상장사로서 기존사업 혁신 및 신사업 개척에 집중하기 위해 이를 인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트러스톤자산운용과 일부 시민사회단체들이 태광산업과 지분 관계가 전혀 없는 흥국생명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한 데 따른 조치로 보인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태광산업 지분 5.8%를 가진 행동주의 펀드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흥국생명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태광산업이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일가의 개인회사와 다름없는 흥국생명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것은 태광산업 주주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며 상법상 금지된 신용공여행위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흥국생명은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지분 56.3%를 갖고 있으며 나머지 지분은 이 전 회장 일가와 대한화섬 등 관계사들이 보유하고 있다.

앞서 흥국생명은 2017년 11월 발행한 5억 달러(발행 당시 약 5571억원) 규모의 해외 신종자본증권에 대해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공시한 후 채권시장의 혼란이 커지자 이를 번복했다.

국내 금융기관의 신종자본증권 조기상환이 연기된 것은 2009년 우리은행 후순위채 이후 13년 만이었다. 그만큼 다른 보험사와 은행의 신종자본증권 가격도 동반 하락하는 등 금융시장에 미친 충격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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