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자 모집 취소"…지방 미분양 쌓여 '패닉'[지방 부동산 속수무책③]

기사등록 2022/12/12 06:30:00 최종수정 2022/12/14 15:14:09

가파른 금리 인상·부동산 경기 침체…주택 매수세 위축

엎친 데 덮친 격…건설업계 밀어내기 분양에 미분양 ↑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2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11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출금리 인상, 아파트 매매가격 하락세 확대로 집값 전망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내려갔다. 주택가격전망지수는 전월보다 3포인트 하락한 61로 집계돼 지난 5월 부터 7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사진은 이날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모습. 2022.11.22.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가파른 기준 금리 인상과 부동산 경기 위축 등의 영향으로 전국적으로 미분양 주택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 물량이 급증한 상황에서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면서 지방 분양 시장은 직격탄을 맞았다.

사실상 주택 거래가 끊기고, 집값 하락세로 미분양이 쌓이는 상황에서 건설사들의 밀어내기 물량 증가로 지방 주택시장 침체의 골은 더 깊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미분양과 낮은 계약률에 위약금을 물더라도 계약을 해지하는 건설사까지 나오고 있다.

지방에서 미분양 물량 증가세가 가파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0월말 기준 전국의 미분양 주택이 총 4만7217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4만1604가구) 대비 13.5%(5613가구) 증가한 수치다.

지역별로 수도권이 7612가구로 전월(7813가구) 대비 2.6%(201가구) 소폭 줄었으나, 지방은 3만9605가구로 전월(3만3791가구) 대비 17.2%(5814가구) 늘었다. 또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은 전국이 7077가구로 전월(7189가구) 대비 1.6%(112가구) 감소했다.

지역별로 ▲대구 1만830가구 ▲경기 5080가구 ▲경북 6369가구 ▲경남 4176가구 ▲충남 2840가구 ▲전남 2797가구 ▲부산 2514가구 ▲강원 2287가구 ▲제주 1722가구 등 미분양 물량 쌓이고 있다.

1순위 청약에서 단 한 건의 신청도 없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지난 6일 1순위 청약을 받은 ‘함평 엘리체 시그니처’는 232가구가 일반공급에 나섰으나, 해당지역과 기타지역을 포함해 한 건의 청약 신청이 없었다. 전남 함평군 대동면 일원에 들어서는 이 단지는 84㎡ 단일평형 2개 타입으로, 분양가는 3억1100만원대였다.

또 입주자 모집을 취소한 뒤 위약금을 물고 계약을 해지한 건설사도 나왔다. 분양업계에 따르면 포스코건설이 전남 광양시 분양한 ‘더샵 라크포엠’의 시행사는 계약자들에게 ‘입주자 모집 취소 및 분양 연기를 검토하고 있다’는 내용을 통보했다.

이 단지는 지하 3층~지상 29층, 9개동, 총 920가구(전용면적 84~159㎡) 규모로, 분양가는 전용 84㎡ 기준 3억5440만~4억5290만원이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이 단지는 지난 10월 청약을 접수했으나, 일반공급 총 898가구 모집에 530명이 신청해 미달 사태가 벌어졌다.

부동산 시장에선 미분양 물량이 5만 가구에 달하는 상황에서 건설사들의 '밀어내기 분양'으로 지방 분양시장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가뜩이나 서울과 수도권에 비해 주택 수요가 적은 상황에서 밀어내기식 물량 공급으로 지방 부동산 시장이 악화일로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방으로 중심으로 분양 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갈수록 뚜렷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잇단 금리 인상으로 금융 부담이 커지면서 주택 매수세가 위축됐고, 이에 따라 분양시장도 꽁꽁 얼어붙고 있다"며 "서울과 수도권 지역이라도 분양가와 입지 여건 등에 따라 분양 성적이 달라지고, 지방 역시 예외가 아닐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주택 매수심리가 위축되면서 분양 시장에선 옥석가리기가 더욱 뚜렷해지고, 실수요자 위주로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며 "나홀로 단지나 상대적으로 입지 여건 등이 좋지 않은 아파트 단지에서 미분양과 무순위 청약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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