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 언론 인터뷰서 "2025년 도입 보장 못해"
학점제 '핵심' 성취평가, 고2~3 사실상 절대평가
자사고 존치·대입 '미세개편' 시사…"모순된 얘기"
교육부 "연기 뜻 아냐…전문성·여건 준비 강조해"
[세종=뉴시스]김정현 기자 = 대학 입시 제도와 맞물린 고교학점제 시행 시기에 대해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언론 인터뷰에서 2025년 전면 도입을 보장할 수 없다고 밝혀 교육계가 술렁일 조짐이다.
특히 고교보다 학점제 기반 대입 제도 개편을 기다리던 입시 실무자들과 전문가들이 불안감을 나타낸다.
4일 교육계에 따르면 이 부총리는 지난 2일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고교학점제에 대해 "무조건 2025년까지 도입한다고 보장은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고교학점제는 단순한 변화가 아니라 수업과 평가, 교사의 역할이 달라져야 하는 혁명적 변화"라며 "2025년 전면 도입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지만 실행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교학점제는 학생이 공통과목을 이수한 후 진로·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고, 이수기준에 도달한 과목의 학점을 취득, 누적하면 졸업하는 제도다.
교육부는 윤석열 정부 들어 교사의 업무 부담, 학점제 운영 여건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된다며 국정과제로 '고교학점제 추진 점검 및 보완'을 선정했다.
교원단체에서는 그간 고교학점제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과목별 교사를 안정적으로 확충해야 한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다양한 선택과목을 개설해야 하는 만큼 안정적 교사 수급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윤석열 정부 들어 교육부는 7월 고교학점제 점검 태스크포스(TF)를 마련, 늦어도 이달 말까지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었다.
교육계에서는 윤 정부의 교육 정책 기조와 이 부총리의 취임 후 공개적으로 내놓는 발언이 고교학점제의 취지인 '과목 선택권 보장'과 모순이라는 분석이 많다.
고교 현장과 대입 실무자, 전문가들은 윤 정부가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제도를 유지하겠다고 공식화하면서 성취평가제와 충돌할 것을 우려해 왔다.
같은 절대평가라면 결국 우수한 학생들이 진학하고, 교과목 개설이나 교육 환경이 우수할 것으로 여겨지는 자사고 출신 학생들이 대입에서 유리하게 될 수 있다.
자사고가 없어지더라도 대도시와 농산어촌 학교의 격차로 인해 새로운 고교서열화가 우려돼 왔는데, 자사고 존치가 결정되면서 이런 논란이 더 심화될 수 있다.
현재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제도 역시 고교학점제와 상극으로 거론돼 왔다. 수능이 수도권 주요 대학 입시에서 강한 영향력을 유지한다면 수능 선택과목이 아닌 과목을 학교에서 개설할지, 설령 개설한다 하더라도 학생들이 수강하려 할 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고등학교 진학 교사는 "새 교육과정이 도입되면 고교 2~3학년 과목은 모두 절대평가"라며 "지금의 수능 제도를 유지한 상태라고 한다면 2~3학년 과목이 수능 중심으로 운영되고, 교육과정 개편과 고교학점제의 취지는 의미가 없어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부총리는 앞서 지난달 7일 취임 직후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지금은 입시를 바꾸는 논의는 힘들 것 같다"며 '입시 단순화'는 고민하겠지만 대입 제도 개편은 소극적으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교육부가 연내 고시를 목표로 작업 중인 '2022 개정 고등학교 교육과정'은 학점제형 교육과정을 바탕으로 구성돼 있다. 성취평가제 전면 도입 시기 등은 교육과정 상에 명시하는 내용이 아니며 교육부가 손댈 수 있다.
이미 대학에서는 정부가 발표했던 기존 고교학점제 도입 로드맵에 맞춰 새 입시 제도를 고민해 오고 있다.
이상지 한국대학입학사정관협의회 회장(계명대 입학사정관)은 "대학에서는 고교학점제가 시행이 된다는 가정 하에 준비를 하고 있다"며 "몇 년 전부터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교육 수장이 더 이상 '제도 흔들기 식' 발언을 내놓지 말고 고교학점제 시행을 미루든, 바꾸든 결론을 명확하게 내놓으라고 토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고등학교 진학 교사는 "고교학점제를 하긴 하는데 '학부모와 수험생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입시 제도를 그냥 가겠다' 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다"며 "그 자체가 문제될 수 있으니 시행을 연기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교사는 "대입 제도가 공정하지 않다는 이야기 나올 수 있지만 지금은 (부총리가) 앞뒤가 안 맞는 발언을 계속 던져 현장을 흔들어 놓는 게 더 문제"라며 "차라리 명쾌하게 어떻게 할 지 밝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이 부총리의 언론 인터뷰 발언이 고교학점제 시기를 미룬다는 뜻은 전혀 아니라고 설명한다.
이 부총리가 교육개혁의 핵심으로 수업 혁신을 꼽고 있으며, 고교학점제가 2025년에 완성된 모습으로 시행되기에는 준비가 더 필요하다는 취지라는 해명이다.
교육부 한 간부는 "교사들의 평가와 선택과목 수업에 대한 전문성, 다양한 과목을 학생들에게 개설해 줄 수 있는 여건이 중요한데 시간이 너무 짧다"며 "(부총리 발언은) 철저히 준비를 하겠다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이 간부는 "학점제의 취지를 살려서 제대로 제도를 운영하려면 전반적 준비가 중요하고, 그 중심에는 교사가 있다는 것(이 부총리 발언)"이라며 "2025년 뒤로 미루겠다는 게 아니라 그 시점에 완벽하게 시작이 안 될 수도 있다는 뜻으로 봐 달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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