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인준 기자 = 삼성전자가 오·폐수를 정화해 반도체 생산에 재사용한다. 반도체 산업의 패러다임 대전환을 시도하는 것이다.

물은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핵심 자원이다. 삼성전자 경기 기흥·화성 등 반도체 전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물만 하루 평균 31만t에 달한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과 증설 경쟁을 벌이는 중에도 삼성전자는 이번 결정을 통해 오는 2030년까지 '물 취수량 증가 제로화'를 달성할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30일 환경부 및 경기도, 수원·용인·화성·평택·오산 등 5개 시, 한국수자원공사, 한국환경공단 등과 하수처리수 재이용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협약식은 이날 삼성전자 반도체 화성캠퍼스에서 한화진 환경부장관, 염태영 경기도 경제부지사, 이재준 수원시장, 이상일 용인시장, 정명근 화성시장, 정장선 평택시장, 이권재 오산시장, 박재현 한국수자원공사 사장, 안병옥 한국환경공단 이사장, 경계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필요 용수 2배↑…자연 취수량 증가는 '제로'
삼성전자는 이날 협약에 따라 수원·용인·화성·오산시 공공하수처리장의 방류수를 반도체 사업장에서 필요한 공업용수 수준으로 처리해 삼성전자 기흥·화성·평택 사업장으로 공급받는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설비 증설에 따라 2030년이 되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에 필요한 공업용수가 현재의 2배 이상이 될 전망이다. 이번 협약을 통해 취수량을 늘리지 않으면서도 안정적으로 공업용수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삼성전자는 앞서 지난 9월 '신환경경영전략'을 발표하고 2030년까지 반도체 국내 사업장의 '물 취수량 증가 제로화'를 선언한 바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설비 증설에 따라 필요한 공업용수를 자연에서 추가 취수하지 않고, 공공하수처리장 방류수를 재이용하면서 국가적인 물 부족 문제 해소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 DS부문 경계현 대표이사는 "반도체 산업에서 하수 재이용수를 사용한다는 것은 큰 패러다임의 변화"라며 "혁신적인 용수 재이용 기술을 개발해 정부 및 지자체와 수자원 보전을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반도체 핵심 자원 ‘물’ 안정적 확보 길 열려
삼성전자는 이번 협약을 통해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의 증설 경쟁에서 전기만큼 중요한 '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게 됐다.

이 협약으로 삼성전자가 공급받을 수 있는 용수의 양은 하루 47만4000t, 연간 1억7300만t에 달한다. 삼성전자 국내 반도체 사업장 물 사용량이 하루 평균 31만t인 점을 고려하면 쓸 수 있는 물의 양이 2배 이상으로 증가하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오·폐수를 재사용할 수 있는 배경에는 '멤브레인'(특정 성분을 선택적으로 통과시킴으로써 혼합물을 분리할 수 있는 막) 기술 기반의 고농도 폐수 정화 과정이 있다. 반도체 공정에는 '초순수(UPW)'로 불리는 고도로 정제된 물이 사용된다. 일반적인 물속의 무기질, 미립자, 박테리아, 미생물, 용존 가스 등을 모두 제거한 깨끗한 물이다.

반도체 산업에서 물은 수많은 공정 전후 세정 작업에 주로 사용된다. 식각공정 이후 웨이퍼를 깎고 남은 부스러기를 씻어 내거나, 이온주입공정 후 남은 이온을 씻어낸다. 또 웨이퍼 연마나 웨이퍼 절단 시에도 물이 사용된다. 작은 입자 하나가 오류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깨끗한 물을 확보하는 것은 반도체 생산성, 즉 수율을 높이는 데 중요하다.
 
◆업계 최초 ‘물발자국 인증’…새로운 패러다임 제시
삼성전자는 이 외에도 삼성전자 반도체는 취수량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노후 설비 교체, 제조공정 개선, 신기술 개발 등 용수 사용량 최적화 활동과 취수량 저감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지속할 예정이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삼성전자는 지난해 용수 재이용량이 전년 대비 19% 증가했고, 재이용 신기술 개발을 통해 재이용률 34%를 달성했다.

또 지난해 6월 삼성전자는 세계적인 친환경 인증 기관인 '카본 트러스트'로부터 반도체 업계 최초로 '물발자국 인증'을 취득했다. 카본 트러스트의 물 발자국 인증은 3년간의 용수사용량을 평가하기 때문에 물 사용량이 많은 반도체 사업장에서는 받기 어려운 인증으로 손꼽힌다.

삼성전자는 "지난 10년 이상 반도체 공정에 쓰이는 수자원을 아껴 쓰고, 재사용하고, 재활용하는 3R(Reduce, Reuse, Recycle) 활동을 꾸준히 한 결과"라고 밝혔다.

한편 삼성전자는 오산천 수달을 '달수'라는 ESG 캐릭터로 형상화해 회사의 친환경 활동을 사내외 알리는 역할로 활용하고 있다. 수달을 거꾸로 부른 달수(DalSoo)의 영문 이니셜 'DS'는 삼성전자 반도체를 담당하는 DS(Device Solutions) 부문을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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