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본 "이임재 '핼러윈 기동대 요청' 지시받았다는 용산서 직원 없다"

기사등록 2022/11/25 12:00:00 최종수정 2022/11/25 15:03:21

참사 전 2차례 '기동대 요청' 지시했다고 주장

"결론적으로 객관적 자료나 진술 확인 못 해"

'정보보고서 삭제'에 서울청장 개입 확인 안 돼

서울청장에 '경찰청장 지휘보고 누락' 조사 계획

국과수 '현장 시뮬레이션' 나와…사고 전후 분석

"'오후 11시 골든타임'은 비유…의학적 관점 아냐"

류미진 2차 조사…내주까지 주요 피의자 재소환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이 21일 서울 마포구 경찰 특별수사본부에 이태원 참사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2022.11.21.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정진형 전재훈 기자 = 이태원 참사를 수사하는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이임재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으로부터 '핼러윈 축제에 대비해 서울경찰청에 경비 기동대를 요청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용산경찰서 직원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간 이 전 서장은 소환조사 등에서 기동대를 요청했으나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이 이를 묵살했다는 취지로 주장해왔는데, 특수본은 이를 뒷받침할 진술을 끝내 확보하지 못한 셈이다.

김동욱 특수본 대변인은 25일 브리핑에서 "이 전 서장의 진술 외에는 경비기동대 요청 지시를 했다고 볼만한 객관적 자료나 관련자 진술은 확인되지 않는다"며 "결론적으로 서장이 지시를 했다는 진술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은 앞선 특수본 조사에서, 핼러윈 축제 전 같은 장소에서 열린 '이태원 지구촌축제' 대비 내부 회의 중 '핼러윈 때도 기동대 요청을 노력해보라'는 취지로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또 이후 관련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도 재차 기동대 요청을 지시하는 등 총 두 차례 지원 요청을 하라고 했으나 서울경찰청이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특수본은 이 전 서장과 함께 용산경찰서 112상황실장을 비롯한 직원들을 상대로 내부 회의 당시 오간 발언을 추궁했다. 그러나 회의에 참석했던 직원들은 '노력해보라'는 이 전 서장 발언을 핼러윈 축제가 아닌 '지구촌 축제' 때 경비 기동대 요청을 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이 전 서장은 송병주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 등 직원 2명에게 두 번째 기동대 요청 지시를 했다고 주장했지만, 두 사람 모두 그런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서울경찰청에 기동대 요청은 들어가지 않았다는 게 특수본의 판단이다.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김광호 서울지방경찰청장이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지방경찰청에서 열린 국민의힘 이태원 사고조사 및 안전대책특별위원회와의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2.11.22. dahora83@newsis.com


특수본은 또 '핼러윈 인파 급증 우려' 정보보고서가 참사 뒤 '윗선' 지시로 삭제되는 과정에서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이 개입한 흔적 역시 발견되지 않았다고도 밝혔다.

앞서 박성민(55)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경무관)은 용산경찰서 정보과장을 비롯한 정보과장들이 모인 단체 대화방에서 '감찰과 압수수색에 대비해 정보보고서를 규정대로 삭제하라'는 취지로 발언한 정황이 발견돼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입건됐다.

특수본은 서울경찰청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 되면 김 청장을 소환 조사할 예정이다. 특수본은 김 청장이 서울 치안 책임자로서 참사 전후 조치가 적절했는지와 참사 당시 윤희근 경찰청장에게 지휘 보고를 하지 않은 부분 등을 따져묻는다는 방침이다.

특수본은 이날 오전 참사 당시 서울경찰청 상황관리관이었던 류미진 총경을 두 번째로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이외에도 행정안전부, 서울시 공무원들과 서울교통공사(서교공) 직원들에 대한 참고인 조사도 함께 진행할 예정이다.

특수본은 오는 26일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을, 다음주 초 박희영 용산구청장에 대한 2차 소환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또 박 전 부장, 전 용산경찰서 정보과장과 112상황실장 등 주요 피의자들에 대한 추가 소환를 진행한 뒤 신병처리를 검토할 방침이다. 불법 증축 의혹을 받는 해밀톤호텔 대표이사는 포렌식 일정이 진행된 후 소환할 것으로 전해졌다.

특수본은 또 전날인 24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으로부터 이번 참사 경위 파악을 위한 시뮬레이션 결과를 받았다고 밝혔다.

시뮬레이션 자료는 지난 합동 감식 때 3D 스캐너 촬영과 주변 폐쇄회로(CC)TV, 유튜브 등 영상을 종합해 도로 경사도·폭 등 현장 구조와 사고 시점 전후 시간 변화에 따른 보행자 군집도 및 시민들이 넘어지기(전도) 시작한 시점에 대한 분석 등 사고 상황과 현장 전반을 재구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수본은 국과수 회신자료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사고 원인을 밝힐 예정이다.

한편 특수본은 앞서 밝혔던 '골든타임' 발언에 대해 해명하기도 했다.

특수본은 지난 23일 이모 용산소방서 현장지휘팀장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한 배경에 대해 "골든타임에 현장 지휘 책임자로서의 조치에 문제가 있었다"고 설명하면서 참사 발생시각부터 오후 11시까지를 '골든타임'으로 지칭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김 대변인은 "다수의 피해자를 살릴 수 있는 시간이었다는 일반적 비유적 표현으로, 구조활동의 측면에서 귀중한 시간이었다는 취지"라며 "통상의 의학적 관점에서 골든타임이 오후 11시라는 의미는 아니었다"고 전했다.

이어 "의학적 관점에서의 골든타임을 묻는다면, 개인별 신체 조건이나 위치 등에 따라 끼임이나 압박의 정도가 다르므로 심정지 등 응급상황이 발생한 시점도 달랐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전재훈 기자 = 직무유기 혐의를 받는 류미진 총경이 25일 경찰청 특별수사본부에 2차 조사를 위해 출석했다. 2022.11.25. kez@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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