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파업 위기②] 파업 피해액만 2조원 넘는다

기사등록 2022/11/22 10:01:00

24일 0시부터 총파업 돌입

연말 안전운임제 일몰 앞두고 강도 세질 전망

6월 당시 피해규모 2조원…"이번에는 그 이상"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14일 서울 강서구 공공운수노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전운임 개악 저지', '일몰제 폐지', '차종·품목확대'를 촉구하며 화물연대 총파업을 선포하고 있다. 2022.11.14.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 옥승욱 기자 = 민주노총 화물연대가 오는 24일 0시부터 총 파업에 돌입한다고 선언했다. 이 파업이 현실화하면 산업계 전반으로 큰 피해가 예상된다. 이미 지난 6월 파업으로 산업계는 2조원대 피해를 입은 바 있다. 화물연대가 또 다시 파업을 단행한다면 지난 6월 피해 규모를 훨씬 넘어설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화물연대는 지난 6월 7일부터 8일간 총파업을 했다. 올해 말로 끝나는 안전운임제를 연장해달라는 게 파업 이유다. 정부와 협상을 통해 안전운임제 연장에 합의하며 결국 파업을 마쳤다.

당시 8일간 파업으로 산업계 전체는 큰 타격을 입었다. 철강업계에서만 1조원이 넘는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포스코, 현대제철을 포함한 국내 5개 철강사들은 지난 파업으로 72만1000톤(t)을 출하하지 못했다. 이에 따른 피해액만 1조1500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포스코는 공장 내 제품을 쌓아둘 공간이 부족해 선재 1~4공장과 가전제품용과 고급 건자재용을 생산하는 냉연 2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당시 고로 정상 가동이 위태로운 상황까지 갔지만 그 전에 파업이 끝나며 최악의 사태는 면했다.
파업이 끝난 뒤 현대제철도 제품 재고 증가로 공장을 멈춰야 했다. 인천공장은 120t 전기로가 열흘간 멈췄다. 포항공장 100t 전기로도 8일간 가동을 중단했다.

완성차 업계도 피해가 컸다. 현대차 등 5개 완성차 기업이 파업으로 생산차질을 빚은 물량은 5720대로 집계됐다. 가뜩이나 자동차 반도체 부족으로 생산에 어려움을 겪던 시기에 파업 여파까지 겹치며 고객들이 자동차를 받기까지 대기 시간이 더 길어졌다.

완성차 기업들은 차량 출고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현대차와 기아는 국내 사업본부 일반 직원들을 공장으로 파견해 직접 차를 밖으로 빼내는 '로드탁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수출 비중이 큰 타이어업계는 당시 항만까지 타이어를 운송하지 못해 수출에 차질을 빚었다. 한국타이어는 금산공장과 대전공장에서 각각 6만개씩 생산하는데 이중 70%를 해외로 수출한다. 하지만 6월 당시 파업으로 금산공장과 대전공장은 각각 하루에 50% 정도만 부산항으로 차량을 출하했다.

[의왕=뉴시스] 김종택기자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가 화물차 안전운임제 확대와 운송료 인상을 요구하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 7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 운행을 멈춘 트럭들이 주차돼 있다. 2022.06.07. jtk@newsis.com

시멘트업계도 화물연대 파업으로 출하가 중단되며 생산공장과 유통기지에 재고가 쌓였다. 시멘트 수급이 막히며 레미콘 출하도 멈췄다. 이에 따른 누적 피해액은 10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됐다.

석유화학업계도 화물연대 파업으로 하루 평균 출하량이 평소(7만4000t) 대비 10%까지 줄었다. 이에 따라 석유화학 8개사는 하루 평균 600억원의 매출 손실이 발생했다. 누적 피해는 5000억원에 달했다. 핵심시설인 나프타분해설비(NCC) 중단까지 우려됐지만 그 전에 파업이 마무리되며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

화물연대가 또 다시 총파업을 들고 나선 이유는 안전운임제가 여전히 정착되지 않고 있다는 이유다. 안전운임제는 과로·과속 등을 막기 위해 화물 노동자에게 최소한의 운송료를 보장하고, 그보다 적은 돈을 주는 화주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제도다. 지난 2020년 3년 일몰제로 도입돼 올해 말 종료된다.

산업계는 화물연대의 파업이 현실화한다면 피해 규모는 지난 6월보다 더 클 것으로 예상한다. 안전운임제 일몰제가 올해 말 폐지되는 만큼 화물연대 파업의 결집력과 강도가 더 세질 수 있어서다.

실제 화물연대는 24일부터 조합원 2만5000여명이 무기한 운송 거부에 나서 전국 물류 흐름을 끊겠다고 했다. 포항은 철강, 강원은 시멘트, 경남은 조선 기자재, 대전은 자동차 부품산업을 중단시킨다는 세부 계획도 세웠다.

산업계는 제품을 선출고하고 재고를 미리 확보하는 등 피해 최소화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 역시 임시방편일 뿐 지난 6월처럼 파업이 장기화한다면 물류 차질은 피해갈 수 없을 전망이다.

지난 21일 윤석열 대통령은 한덕수 국무통리와 주례회동을 갖고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거부 등에 우려를 표했다. 윤 대통령은 "현장 요구사항 등에 대해 마지막까지 귀를 기울이고 대화하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하라"며 "국민·기업에 피해가 없도록 대체 수단 준비에도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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