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수능]시험 끝난 대구 학생들…"드디어 끝났구나"

기사등록 2022/11/17 18:52:13
[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7일 오후 대구 수성구 혜화여자고등학교에서 시험을 마치고 나온 딸을 어머니가  안아주고 있다. 2022.11.17. lmy@newsis.com

[대구=뉴시스] 사건팀 = "코로나 때문에 3년 고등학교 생활을 제대로 못 즐겼지만 수능만큼은 선배들처럼 마무리해서 뭉클하다"

17일 오후 4시 50분 대구시 수성구 황금동 경북고등학교 정문.

대구광역시교육청 24지구 제6시험장 경북고 건물의 창문 사이사이로 수능 4교시를 마치고 시험장을 나오는 학생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수험생을 기다리는 인파들은 저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수험생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갈색 가방에서 흰색 면장갑을 꺼내 착용하던 어머니, 카키색 다운코트를 입고 꽃다발을 든 채 서 있던 젊은 남성, 함께 팔짱을 끼고 있던 부부 등이었다. 이윽고 수험생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인파 속 수험생을 기다리던 한 아버지가 "애들 나온다 이제"라고 하자 함께 기다리던 어머니는 "눈물날 것 같애"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그러자 아버지는 "아 진짜 왜 이러시나, 내가 애 데려올게"라며 수험생이 나오던 길목으로 향하는 모습도 보였다.
[대구=뉴시스]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5교시가 마친 17일 오후 5시50분께 대구시교육청 24지구 제6시험장 경북고등학교 앞에서 가족들이 수험생들을 기다리고 있다.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시험이 끝난 수험생들은 약 15명씩 시간 간격을 두고 차례대로 나왔다. 시험을 마치고 나오는 수험생들의 모습은 자신들을 기다리는 부모님들의 모습처럼 각기각색이었다. 미소 짓는 학생, 착잡한 표정을 한 학생, 휴대폰 화면만 바라보던 수험생, 휴대폰으로 어딘가 통화를 하며 나오던 학생을 볼 수 있었다.

청구고등학교 염철형(19)학생은 "이번 수능에서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부모님께서 점심 도시락으로 김치볶음밥을 싸주셨으나 영어 시간에 졸릴까봐 점심을 조금만 먹었다"며 "처음 국어 시간엔 떨렸는데 치다 보니 모의고사랑 다를 게 없더라. 수험장을 나온 지금은 조금 허탈한 기분까지 든다"며 홀가분한 표정을 지었다.

친구로부터 꽃을 선물받은 김찬우(19)군은 "꽃 받자마자 드디어 끝났구나라고 생각이 들었다"며 "코로나 때문에 3년 고등학교 생활을 제대로 못 즐겼지만 수능만큼은 선배들처럼 마무리해서 뭉클하다. 저녁으로는 최대한 맛있는 거 시켜 먹겠다"며 미소 짓기도 했다.

수험생을 기다리던 신성근(50)씨는 "자녀의 수능을 생각 안 하려고 했는데 어렵더라. 오후에 반차를 써서 지금 기다리는 중"이라며 "살아보니까 큰 시험이 중요하긴 하지만 이게 전부가 아닌 것 같더라. 자녀가 고생한 걸 알기에 결과에 연연하지 말라고 말해줄 생각"이라고 했다.
[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7일 오후 대구 수성구 혜화여자고등학교에서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시험장을 나서고 있다. 2022.11.17. lmy@newsis.com

같은 날 오후 4시 대구광역시교육청 24지구 제24시험장 서구 경덕여고 앞.

교문 앞에는 학부모들이 삼삼오오 모여 서로 다른 표정을 지으며 곧 시험이 끝날 수험생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모두 같은 장소에 있었지만 학부모들의 마음은 제각각이었다.

미대 입시생을 딸을 둔 김정은(47·여)씨는 "우리 딸은 수시로 1차가 붙은 상태라 최저 등급만 맞추면 된다"며 "그 정도는 그냥 맞추지 내 딸은"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국화빵을 아내와 사이좋게 드시던 아버지 박창식(47)씨는 "오늘은 집에 가서 푹 쉬고 모든 짐을 내려놓으면 좋을 것 같다"며 "당장 내일부터는 열심히 대학 입시 준비를 하길 바란다"고 반전의 대답을 하기도 했다.

수험생들을 기다리던 학부모들은 담담하게 "수능 이게 뭐라꼬, 이거 잘 쳐서 뭐 합니까 세상이 공부가 다가 아닌데"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고 "인생이 수능이 다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오후 4시 50분 경덕여고에서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하나둘 교문 앞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수험생들의 표정은 우울한 학생들도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시험 결과는 상관없다는 듯 홀가분한 모습이었다.

뿌듯한 표정으로 부모님을 기다리던 재수생 박혜민(20·여)씨는 "시험은 만족스러웠다. 재수 준비를 한 1년은 나에게 있어서 값진 시간이었고 배운 것이 많다"고 소감을 말했다.

친구들에게 꽃을 받으며 축하 받던 김하진(20·여)씨는 "성인이 되고도 성인답지 않게 살아왔다. 이제 진짜 실감이 난다"며 "어서 빨리 친구들과 맛있는 걸 먹으며 기쁨을 즐기겠다"고 말했다.
[대구=뉴시스]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7일 오후 대구 남구 경일여자고등학교에서 시험을 마친 수험생이 가족에게 꽃다발을 받았다. 2022.11.1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같은 시각 대구시교육청 제24지구 제20시험장인 대구경일여자고등학교.

수능이 종료되기 한 시간 전부터 시험장 앞은 꽃다발과 선물을 양손 가득 들고 있는 수험생 학부모와 친구들로 붐볐다. 고등학교 앞을 지나던 초등학생들이 수험생을 기다리던 학부모에게 "안녕하세요"라며 인사하고 "아직도 수능 치고 있어요"라고 묻기도 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꽃다발을 들고 기다리던 한 수험생 오빠는 "꽃은 제가 주고 싶어서 준비했다"며 "예·체능을 준비하는 동생은 수능이 끝나도 실기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후 5시5분께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하나둘 걸어 나왔다. 수험생들이 걸어 나오자 학부모들은 "고생했다"며 박수갈채로 수험생들을 맞이했다.

밝은 얼굴로 나오는 수험생이 있던 반면 기다리던 학부모를 만나자마자 참아온 눈물을 흘리며 그간 힘들었던 심정을 보여주기도 했다. 수능을 마친 수험생들은 '집에서 마음 편히 쉬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수시를 준비하거나 친구들과 여행을 가겠다는 등의 계획을 말하기도 했다.

이현지(19)양은 "사탐이 제일 어려웠다"며 "빨리 집에가서 자고 싶다"고 했다.

친구인 조유민(19)양은 "저도 사탐이 제일 어려웠다"며 "친구들과 서울에 놀러 가고 싶다"고 여행 계획을 말했다.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이날 오전 8시40분부터 대구지역 시험장 49곳과 별도 시험장 1곳에서 진행됐다. 수험생 2만4000여명이 시험에 응시했다. 수능 필적확인 문구는 만해 한용운의 시 ‘나의 꿈’의 한 구절인 ‘나의 꿈은 맑은 바람이 되어서’였다.